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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차세대 장갑차 NCGV 성공 열쇠는 '하이퍼 보병'

미래 보병분대 인원은 지금의 절반…NCGV와 함께 최첨단 전투력 발휘

2019.05.24(Fri) 12:40:10

[비즈한국] 인간의 몸을 잘게 나누다 보면 그 근원에는 세포가 있고, 물질의 근본에는 원자의 결합체인 분자가 있듯, 군대라는 조직의 말단에는 분대(Squad)가 있다. 분대는 군의 최소 작전 단위로 지상작전에서 직접적으로 임무 최전선에 나서는 조직이다. 분대는 군의 세포이자 분자이면서, 동시에 ‘창끝’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비역, 특히 육군에서 복무했다면 군 생활 2년 동안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 거의 다 분대원로서, 혹은 분대장으로서 분대 식구와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하며 생긴 추억이 있을 것이다. 군의 말단 조직으로서 분대는 그만큼 뛰어난 조직력이 필요하지만, 우리 보병분대의 전투력이 세계 최정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주력 보병전투차인 K21. 사진=김민석 제공


우리 보병분대의 역량을 저해하는 요소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민개병제 하에서 보병에 큰 지원을 못했다는 점이다. 규모에서 북한보다 부족한 병력을 만회하기 위해 보병 인원수 자체는 많지만 그 많은 보병들을 제대로 훈련하고 먹이고 입히고 무기를 주는 데 우리 군과 국가가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직업으로서 군인이 아닌, 2년간 의무 복무를 하는 우리 군 장병과 예비역 들에게 많은 보상과 교육의 기회를 주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고, 장비 역시 화력장비 중심으로 획득이 진행되어 비무기체계라 할 수 있는 보병의 개인장비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선진국보다 소극적으로 진행되면서, K11 복합소총과 같이 보병에게 더 강력한 화력을 주는 연구만 진행되는 기형적인 형태의 보병전력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우리 군은 스텔스 전투기와 이지스 구축함, 아파치 공격헬기를 갖추면서도 보병의 수준은 수십 년 전 냉전시대 유럽 군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되는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 계획과 ‘백두산 호랑이 4.0’ 계획, 그리고 ‘드론봇 전투단’ 개념으로 우리 육군의 창끝 전투력이 선진국 수준에 준하도록 여러 담당자들이 열과 성을 다해 노력 중이나 이 세 가지 사업은 새롭게 우리 보병의 전투력을 높인다기보다는, 그동안 지나치게 낙후된 우리 보병을 정상적인 전투력을 갖추도록 재활 혹은 근대화하는 개념에 가깝다. 그만큼 우리 보병 전력에 대한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부족했다.

 

그렇다면 워리어 플랫폼과 백두산 호랑이, 그리고 드론봇 전투단이 근미래의 우리 보병 전투력을 향상한다면 그 너머에는 어떤 청사진이 있을까. 육군의 계획은 아직 준비 단계이지만 매우 야심 차다. 워리어 플랫폼으로 무장한 보병들을 전장까지 수송하고, 같이 작전을 하는 차세대 보병 장갑차랑, 일명 NGCV(Next Generation Combat Vehicles)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NGCV는 역할 면에서는 현재 우리 육군 기계화보병사단의 보병전투차 K21을 대체하는 차세대 보병 전투차량이다. 보병 전투차량은 보병을 전투지역까지 안전하게 이송하고, 이송한 다음에는 보병 근처에서 화력 지원을 수행하는 지상 근접전투의 핵심 장비다. 적 보병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군 보병을 보호하기 위해 적 헬기나 전차와도 교전을 해야 하고, 보병이 야전에서 작전하기 위한 군장까지 보병전투차가 싣고 다녀야 한다.

 

현재 우리 군이 운영 중인 K21 보병전투차량은 화력과 보병 수송능력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지만, 방어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수상 도하를 위해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반응장갑을 장착하기 어려워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포에는 취약하다. 해외 보병전투차들은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쟁에서 교훈을 얻어 보병 전투차에 반응장갑 등 추가장갑을 장착하거나 아예 전차를 개조한 보병전투차를 만들고 있지만, 60톤(t)이 넘어가는 무게와 엄청난 덩치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만만찮다.

 

차세대 장갑차 NGCV 예상도. 사진=현대로템


NGCV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혁신적인 개념을 고려 중이다. 첫 번째는 중량과 크기를 제한하는 것이다. NGCV는 외국의 최신형 보병전투차와 비슷하거나 더 가벼운 40톤 이하의 중량과 K21보다 크기가 약간 더 작아질 예정이다. 크기가 커지고 무거울수록 엔진과 현가장치, 장갑 중량 등 모든 부분에서 제작비용이 들고 실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기동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어력은 K21의 몇 배에 달해 웬만한 화기로는 NGCV를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NGCV는 해외 최신형 장갑차들에 장착된 각종 방어장비를 장착할 계획인데, 여러 특수소재의 복합장갑은 물론, 적 미사일과 포탄을 요격해 떨어트리는 능동방어체계(ADS)를 기본으로 장착할 예정이다. 현존 기술로는 이런 장비들을 장착하고 40톤 이하의 무게를 유지기는 불가능한데, NGCV의 복안은 K21 대비 승무원을 3분의 1로 줄여 단 4명만 장갑차에 태운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분대 규모를 현재의 9명에서 4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인다. 워리어 플랫폼과 향후 개발될 미래 보병장비로 비슷한 전투력에 인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육군의 복안이다. 실제로 전투 실험에서 워리어 플랫폼 적용 병사들은 일반 보병에 비해 몇 배의 전투효과를 가진 점이 증명됐다. 다만 줄어든 인원만큼 보병 화력 역시 줄어들었기에 지금의 드론봇 전투단을 더욱 발전시켜 지뢰탐지 드론과 저격 드론, 전자전 드론이 보병을 추가로 지원한다. NGCV 역시 기존 K21과 화력은 동등하면서 훨씬 경량화된 차세대 기관포탄을 장착한다.

 

또 하나의 신기술은 3명의 승무원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NGCV는 네트워크로 전투 본부에 연결돼 마치 드론처럼 원격 조종하는 승무원들에 의해 전투를 수행한다. 현재 연구 중인 자율주행 택시처럼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추는데, 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탑승 보병들이 긴급 시 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공지능이다. 


NGCV의 이런 야심 찬 목표는 과연 달성될 수 있을까? 일단 화력과 방어력, 그리고 동력 측면에서는 상당한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거나 실용화됐다. 화력의 경우 이미 해병대용 상륙장갑차에 달기 위한 경량 40mm CTA 기관포가 테스트 중이고, 능동 방어장비와 복합 장갑의 경우 K2 전차에 장착되거나 테스트가 완료되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각종 지원 드론들도 드론봇 전투단이 발전할 경우 완성 가능하다.

 

문제는 원격조종 기능과 절반 이하로 줄어든 보병 분대다. NGCV에 적용된 신기술은 이 두 가지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K21에도 각종 화력과 방어력이 증가할 수는 있지만, 무게와 비용 때문에 현재 고려하지 않는다. 특히 원격조종 기능은 적의 전자전 공격에 대비가 필요한데, 원격조종이 불가능할 때 필요한 조종 기능과 인공지능의 수준을 올릴수록 개발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보병 분대의 숫자도 문제다. 워리어 플랫폼으로 보병의 전투력이 향상되었지만 이것은 9명의 재래식 분대와 4명의 워리어 플랫폼 분대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뜻이지, 4명의 분대가 9명의 분대임무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각종 차단, 검문, 검사 및 기동 작전 등 실전에서 9명의 분대는 적어도 4개 조로 나뉘어 배치될 수 있지만, 4명 분대의 경우 두 개에 불과하다. 아무리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장비 고장이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인 1조로 작전을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나메르 장갑차는 방어력은 우수하지만 너무 크고 무거운 것이 단점이다. 사진=이스라엘 국방부


대안은 있을까. 현재 연구 중인 몇 가지 신기술이 워리어 플랫폼과 결합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첫 번째 장비는 전기를 사용하는 비살상 무기와 탄약을 사용하는 살상무기를 보병이 같이 휴대하는 것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무기라고 해서 레이저 총과 같은 비현실적인 장비가 아니라, 섬광 혹은 고주파나 전자파를 사용해서 드론을 격추하거나 다수의 적을 제압하는 데 필요한 탄약을 줄일 수 있다면 줄어든 분대 인원으로 인한 보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고려할 것은 원격 접속해 분대원들의 지휘를 도와주는 ‘분대관제사’ 개념을 고려하는 것이다. NGCV가 차량 운전과 무기 발사를 원격 통제로 하듯, 원격으로 분대의 상태와 드론의 정보를 종합, 현장 분대장의 판단을 도와주는 관제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교통경찰을 원격에서 지원해주는 교통정보센터와 같은 운영을 시도해 보자는 얘기다. 드론과 각종 감시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미래 전투부대에서 분대장 한 명이 십여 개의 드론과 분대원을 동시에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이 경우에 지휘구조, 분대장과의 의견 충돌 시 지휘 절차 등 운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병이 워리어 플랫폼, NGCV와 결합된 ‘하이퍼 보병’으로 발전할 경우, 인구감소 현상에 다른 전력부족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각종 분쟁 상황에서 예상되는 아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육군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보병은 월급과 의식주를 제공하면 되는 장비가 아니라, 국가의 국민이자 납세자 중 하나로 국가에서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뿐만 아니라 창끝 전투력이 부실할 경우, 그 아무리 제공권과 제해권을 잡고 수천만 톤의 폭탄을 사용해도 전쟁을 종결할 수 없다는 것이 시리아전 등 여러 현대전에서 증명됐다. 육군의 야심 찬 미래 계획을 지지하면서도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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