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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패트롤] 중소업체 빠진 논현 가구거리, 이케아 닮은 쇼룸만…

400평이 보증금 10억 원 월세 6500만 원…중소 브랜드 퇴출되고 유명 브랜드는 호황

2019.05.21(Tue) 15:14:52

[비즈한국]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학동역 사이, 학동역과 을지병원 사거리 사이 메인 도로변은 ‘논현 가구거리’라 불린다. 1970년대 중반 강남 개발바람이 불며 인사동의 가구 업체들이 하나둘 논현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70여 개 업체가 밀집하면서 논현 가구거리가 만들어졌다. 

 

국내외 유명 가구 브랜드 쇼룸과 패브릭, 인테리어 소품, 마감재 등의 매장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 인테리어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는 논현 가구거리 방문이 필수적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전에는 다양한 중소업체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이곳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는데 최근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중소업체는 높아진 임대료와 매출 하락으로 가구거리를 떠나고 유명 브랜드의 대형 쇼룸만 즐비한 모습이다. 

 

논현 가구거리 메인 도로변을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점포가 빈 상태였다. ‘임대’ 안내가 붙은 논현 가구거리의 한 건물 모습. 사진=박해나 기자

 

# 중소업체 매출 하락, 임대료 부담에 줄줄이 폐업 

 

15일 오후 찾은 논현 가구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고객 응대를 위해 매장 입구에서 서성였지만 내부로 들어서는 손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가는 행인도, 주차된 차도 거의 없었다. ‘임대’ 안내가 붙은 건물이 쉽게 눈에 띄었고, 1층 매장이 텅 빈 상가도 상당수였다. 

 

‘비즈한국’이 이날 논현 가구거리 메인 도로변을 전수조사한 결과, 15곳이 빈 상태였다. 논현역에서 학동역까지 약 800m 거리의 메인 도로에서만 7곳의 공실이, 학동역에서 을지병원 사거리로 이어지는 약 600m 거리에서는 8곳이 임대 중으로 확인됐다. 특히 학동역에서 을지병원 사거리까지에는 30여 개 매장이 들어서 있는데 그중 25%에 달하는 8곳이 공실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매장 이전을 준비하며 상품을 특가로 판매 중인 업체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논현 가구거리 대로변의 1322㎡(약 400평) 규모 건물 임대료는 보증금 10억 원, 월세 6500만~7000만 원 수준이다. 한 수입가구 업체 쇼룸으로 사용됐던 329㎡(약 99평) 크기의 상가 임대료도 보증금 4억 원, 월세 2000만 원대로 형성돼 있다. 

 

중소업체는 비싼 임대료 부담에 논현 가구거리를 떠나는 실정이다. 인터넷으로도 저렴하고 품질 좋은 가구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이케아, 자라홈 등 해외 홈퍼니싱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논현동 가구거리를 찾는 손님도 크게 줄어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논현 가구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 가구업체가 겪는 문제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3219개 가구업체가 폐업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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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는 비싼 임대료 부담에 논현 가구거리를 떠나는 실정이다. 임대 안내가 붙은 논현 가구거리의 한 가구 매장. 사진=박해나 기자

 

한 가구 매장에 들어갔다가 금세 나온 예비 신혼부부는 “매장에서 직접 실물을 보기 위해 들렀을 뿐 구입은 인터넷으로 할 계획이다. 가격이 저렴하면 구입할 의사도 있었지만 인터넷보다 비싸 구입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가격대가 높다. 명품가구거리라는 명목으로 너무 비싼 가격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유명 브랜드 대형 쇼룸 확대, 다양한 고객층 만날 수 있어 선호 

 

중소업체가 논현 가구거리를 떠나는 움직임과 달리 국내외 유명 브랜드는 쇼룸을 확장하는 추세다. 논현역에서 학동역까지의 메인 거리에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대형 쇼룸이 밀집돼있다. 인테리어 소품 숍에서 만난 고객은 “논현 가구거리에는 여러 업체가 모여 있어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주로 브랜드 쇼룸을 둘러보면서 트렌드를 살피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구거리 초입에 위치한 대림바스 직영 쇼룸은 595㎡(약 180평) 규모를 자랑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전시장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을 1918㎡(약 580평) 규모로 선보이고 있다. 스페이스나인도 991㎡(약 300평)의 쇼룸을 논현 가구거리에서 3대째 운영 중이고, 일룸은 1190㎡(약 360평) 크기의 매장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 밖에 한샘, 나뚜찌 등의 브랜드도 대규모 쇼룸을 선보이고 있다. 

 

논현역에서 학동역까지의 메인 거리에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대형 쇼룸이 밀집돼 있다. 일룸 논현점의 모습. 사진=일룸 제공


최근 새로 문을 연 브랜드 쇼룸도 있다. 디자인 리빙 브랜드 넵스홈은 4월에 661㎡(약 200평) 규모의 쇼룸을 논현 가구거리에 새로 오픈했다. 파주 쇼룸에 이은 두 번째 쇼룸이다. 에넥스도 2월 기존 쇼룸을 리뉴얼해 재오픈했다. 1652㎡(약 500평) 크기의 대형 매장이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말 700㎡(약 210평) 규모의 리바트 키친 플러스 논현점을 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7년 12월 발표한 ‘가구산업의 최근 성장과 서비스화’ 보고서를 보면 세계 1위 가구업체 이케아의 국내 진출 이후 주요 업체들이 대형 쇼룸을 선보이는 트렌드가 생겨났다고 분석한다. 이케아처럼 쇼룸을 꾸미고 홈퍼니싱 관련 제품을 종합 판매하기 위해 쇼룸이 대형화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높은 임대료 부담 등에도 대형 쇼룸이 밀집되는 이유는 수요 고객층이 많은 곳인 만큼 매출 효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가구 브랜드 관계자는 “목 좋은 곳에 위치한 논현동 매장은 일반 매장에 비해 고객들의 방문률이 높다. 매출도 다른 지점에 비해 3~4배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생활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 관계자 역시 “대표적인 가구 매장 밀집 지역인 논현 가구거리에 위치한 쇼룸은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높고, 소비자 방문율도 높아 지속적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거주하는 소비자들도 방문해 다양한 고객층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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