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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칠팔 이직생각" SK 제소한 LG화학 직원들의 진짜 속내

'블라인드' 등에 자사에 대한 비난 쏟아내…사측 "기술유출이 문제, 처우는 별개"

2019.05.16(Thu) 17:08:29

[비즈한국]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서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LG화학은 곧바로 볼보자동차그룹과의 대형 배터리 공급계약 내용을 알렸다. 

 

이미 많이 알려졌듯 라이벌 기업의 신경전은 기술 침해 소송으로 번졌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 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 분야에 걸쳐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한다(관련기사 [CEO 라이벌 열전] '배터리 전쟁' LG화학 신학철 vs SK이노베이션 김준).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사용되는 2차 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각 사 홍보용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각 사 제공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 개발기술 및 생산방식이 다르고, 자사의 핵심 기술력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며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다. 경쟁사가 주장하는 형태인 빼오기 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고 모두 자발적으로 왔다”고 반박했다. 

 

# “반성부터 하라” 자사 비난하는 LG화학 직원들 

 

주목할 부분은 양사의 다툼을 바라보는 LG화학 직원의 시각이다. 상당수 직원이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보다 소속사인 LG화학의 행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소송이 보도되자 익명의 회사 정보 공유 앱 ‘블라인드’에는 LG화학 직원들의 게시글과 댓글이 쉼 없이 이어졌다. 대다수가 예견된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다. 

 

직원들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은) 자의로 간 거고 앞으로 더 많이 갈 예정. LG화학 라운지에 SK 채용공고 올리고 서로 지원하는 현실’ ‘오창공장 엔지니어 100 중 70~80은 SK 이직을 생각 중’ ‘돈이 다가 아니다. 엔지니어 대우고 그렇고 기업문화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제소 전에 임직원 대우를 어떻게 했기에 대량으로 이직하는지 반성을 먼저 하는 게 순서 아닌가’ ‘회사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일이 오피셜하게 드러났다. 부끄럽다’ 등의 의견을 던지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LG화학이 인재 빼가기 증거라며 제시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냉담한 반응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경력 채용 입사지원서에 전 직장에서 했던 프로젝트와 팀장·동료 이름을 기재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직원들은 ‘경력직 면접은 경력에 대한 면접을 본다. 동아리 활동을 묻겠나’ ‘세부 멤버 이름을 기입하는 게 왜 문제인가. 경력직에 무엇을 물어보길 바라냐’ ‘경력 이직할 때 본인이 진행한 프로젝트 경력기술서 쓰는 건 기본 아니냐. LG화학에 올 때도 그랬다’ 등의 의견으로 회사를 지탄했다.   

 

직원들이 LG화학에 등 돌린 이유는 회사 측이 인재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비즈한국’이 만난 LG화학의 한 직원은 “LG화학이 업계 1위라고는 하나 연봉이나 복지 등에서 SK이노베이션이 더 낫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업무 강도는 높으면서 처우가 낮으니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직원들이 많다. 이번 소송의 목적이 내부 직원들 단속용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직원들이 LG화학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실망한다”​며 “큰 사고가 발생하면 윗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거나 오히려 더 편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악재나 사고가 발생하면 적합한 책임을 물지 않는 게 LG의 문화처럼 여겨진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실무진이 많이 지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의 회사 정보 공유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관련 게시글에 달린 댓글 일부를 취합한 내용. 많은 직원들이 소송 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업무 강도 높은데 연봉·​처우 낮아​ 이직률 매년 높아져 

 

다른 LG화학 재직자 역시 “2017년, 2018년에 SK로의 이직자가 많았다. 뉴스 등에서 보도되는 76명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숫자가 이동해 회사에서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며 “연봉이나 복지 수준 등에서의 처우가 다르니 많은 직원들이 이직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연봉은 40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고 알려져 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LG화학 1인 평균 급여액은 8800만 원(전지 부문 7150만 원), SK이노베이션은 1억 2800만 원이다. 성과급 차이도 크다. LG화학 전지부문은 기본급의 100~200%, 많을 경우 500% 수준으로 지급되나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기본급의 850%, 지난해에는 1000%를 지급했다. 복지 포인트도 SK그룹의 타 계열사보다 2배 이상 높게 지급된다고 알려져 있다. 

 

LG화학의 다른 직원은 “일이 힘든데 연봉 차이는 크니, 이왕 힘들 거 SK로 가자는 분위기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지만 특히 SK로 이동하는 숫자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이직률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15년 2.7%였던 이직률은 2016년 3.1%, 2017년 4.4%로 상승했다. 자발적 퇴직자 숫자도 2015년 190명에서 2016년 300명, 2017년 453명으로 늘었다.

 

LG화학 측은 소송 관련한 내부 분위기를 공개하길 꺼리며 “전직에 대한 자유가 존중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이번 소송의 핵심은 기술 유출에 대한 부분이다. 주요 영업비밀이나 기술 등이 유출된 것에 대한 소송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처우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인재 관리 차원에서 처우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소송의 핵심 내용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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