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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가 된 자료폐기, 기업수사 증거인멸죄 '필수옵션' 되나

삼성바이오 수사 증거인멸 잡고 그룹 수뇌 향해…"별건 수사처럼 확산, 법원도 엄해져"

2019.05.15(Wed) 14:55:56

[비즈한국] “원래 기업들 사이에서 증거인멸 시도는 있었지만, 삼성바이오 건은 특히나 ‘별건’처럼 확산되는 흐름이다.” 

 

법조계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분식 의혹 배경 수사 도중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회계 분식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핵심 정황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증거인멸 시도가 열쇠(Key)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등 임직원의 컴퓨터에서 예민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삭제하거나 관련 자료를 숨긴 과정에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사실을 확인한 것. 

 

수사의 핵심 흐름은 분식회계 의혹이지만, 구속영장은 증거인멸로 잇따라 발부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암암리에 횡횡했던 기업 차원의 증거인멸이 처벌까지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수사팀은 새롭게 확보한 자료들로 수사 전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의 한 기업 압수수색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JY(이재용), 합병, VIP(박근혜 전 대통령)….’ 백 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상무 등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에서 검색한 단어다. 검찰이 찾아낸 삼성바이오의 증거인멸 정황 중 하나다. 

 

백 상무 등은 지난해부터 이처럼 예민한 성격의 서류를 삭제하거나 하드디스크 등을 공장 바닥에 숨기도록 하는 등 증거인멸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지난 7일 삼성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해 바닥 밑에 숨겨져 있던 재경팀 공용 서버와 노트북 등을 확보해 압수물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당연히 백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 아무개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발부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 만들어진 삼성전자 내 TF는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이어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 때문에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증거인멸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압수수색 당시 별다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이 ‘숨기려고 했던’ 자료를 확보하면서 검찰 수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측근이자 TF를 이끌어온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승계 작업에 삼성바이오 상장 등을 활용했고, 이를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고 보는 게 수사의 큰 그림”이라며 “증거인멸은 삼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수사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기업들이 이처럼 ‘증거 은닉’을 시도하는 일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최근 내부적으로 결제 프로그램이 당연시되면서,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서를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보안’을 이유로 합법적인 자료 폐기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회계 자료 등 핵심 정보는 기업도 보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 수사 때문에 ‘숨기고, 찾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고, 숨기는 행위가 처벌의 대상에 더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컴퓨터 서버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다.


최근 2~3년 사이 검찰 수사를 받은 A 대기업. 검찰 수사 결과 A 사는 서버 보안을 이유로 2년마다 모든 자료를 폐기했다. 특히 회장을 지칭하거나, 회장에게 보고할 때 쓰는 특정 단어는 수시로 삭제하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었다. 특정 단어가 포함된 문서는 저절로 삭제되도록 한 것.

 

여러 대기업을 수사했던 한 검사는 “A 사는 회장에게 가는 보고서를 아예 별도로 만들고, 임원이 보고하는 문서는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금방 폐기하더라”며 “임원은 ‘회장 지시’라고 진술하지 않고 문서는 없어 수사하는 데 정말 애를 많이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사 받을 것을 대비해 준비하는 기업들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기업 수사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3년에 한 번 이뤄지던 내부 PC 및 문서 폐기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초 YG엔터테인먼트(YG) 양현석 대표는 ‘YG가 새벽에 2톤짜리 파쇄차 두 대를 불러 문서, 물품을 파쇄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궁금해서 확인해봤는데, 매년 3개월에 한 번씩, 분기별로 진행해온 절차”라며 보안 폐기 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보안’을 이유로 합법적인 자료 폐기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회계 자료 등 핵심 정보는 기업도 보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 수사 때문에 ‘숨기고, 찾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고, 숨기는 행위가 처벌의 대상에 더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본인이 본인 증거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법인을 포함해 제삼자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고 사법당국도 이를 더 엄히 보는 게 최근 수사 트렌드”라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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