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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근대화 살풍경이 예술로 재탄생, 문래창작촌·성수동 수제화거리

공장지대, 수제화업체 모여있던 지역이 문화예술 통해 '재생'

2019.05.14(Tue) 14:29:42

[비즈한국] 한때는 개발의 상징이었다. 서울의 근대화가 시작된 일제강점기,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는 경성방직을 비롯한 면직물 공장이 힘차게 연기를 뿜어냈다. 해방 후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문래동의 공장은 다시 돌아갔다. 이번에는 면직물 대신 철강 제품을 만들었다. 

 

우리 손으로 일구기 시작한 근대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철강이 문래동 공장단지에서 생산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철강 제품을 만들던 공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예술가들이 들어왔다. ‘문래창작촌’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은 이곳에는 100여 개 작업실에서 3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 철공소 옆 갤러리 구경

 

도시를 뒤덮은 개발의 열풍이 지나간 20세기 말, 문래동의 공장도 하나둘 이사하거나 문을 닫았다. 군데군데 이가 빠진 공장 지대의 허전함을 예술가들이 채웠다. 넓은 공간을 싼값에 쓸 수 있다는 매력에 그림이나 조각,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입주했다. 

 

그러자 철 지난 공장 지대의 삭막한 풍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 그림과 조형물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이곳은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새로 이주한 예술가와 터줏대감인 철공소가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 점이 흥미롭다. 여전히 1000여 개 철공소가 있는 이곳에는 100여 개 작업실에서 3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활동한다. 

 

‘문래창작촌 인포메이션’ 부스 옆에 세워진 거대한 망치와 못 조형물. 사진=구완회 제공

 

‘문래창작촌 인포메이션’ 부스 옆에는 거대한 망치와 못, 커다란 용접 가면이 방문객을 반긴다. 예술가들이 입주한 낡은 공장 건물 옥상마다 텃밭 겸 꽃밭이 들어서고, 그 옆으로 벽화와 철제 조형물이 자리 잡았다. 

 

덕분에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문래동을 찾는 젊은이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들의 취향에 맞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생겼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래예술공장을 비롯해 문래창작촌 곳곳에 들어선 갤러리와 극장에서 1년 내내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 예술이 된 장인의 거리

 

문래동의 도시 재생을 예술가들이 이끌었다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앞장섰다. 성수동에 수제화 매장이 모이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다. 일제강점기 서울역 인근 가죽 창고에서 시작한 수제화 매장은 1970~1980년대 명동에서 전성기를 맞았다가, 이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성수동으로 대거 이동했다. 

 

현재 이곳에는 수제화 매장과 공방뿐 아니라 가죽과 부속 업체까지 모여 대한민국 수제화의 메카가 되었다. 한때 대한민국 수제화를 대부분 생산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외환 위기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09년 서울성동제화협회를 설립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 중이다. 협회의 노력에 지자체도 화답하여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거리’로 만들고,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 마련된 구두 테마 갤러리 ‘슈스팟 성수’다. 수제화거리를 찾기 위해 성수역에 내린 사람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수제화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벽화. 사진=구완회 제공

 

수제화 공동 판매장 ‘from SS’​의 상징인 ‘고양이의 빨간 꿈’. 사진=구완회 제공

 

성수역을 나서면 수제화 공동 판매장 ‘from SS’가 방문객을 맞는다. 강남의 명품 숍 못지않은 외관에 ‘대한민국 수제화 명장 1호’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를 만든 유홍식 명장을 비롯한 여러 장인이 직접 운영한다. 맞은편에는 새로운 수제화 공판장 ‘SSST’가 자리 잡았다. 11개 구두 공방이 마을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보고 살 수 있다. ​

 

성수동 수제화거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서울숲의 ‘나비정원’도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수명이 다 된 정수장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해,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나비가 가득한 정원을 만들었다. 각종 덩굴식물이 콘크리트 기둥을 장식하듯 싸고도는 정원은 사진 동호회의 단골 출사 장소가 되었다. 

 

성수동과 문래동 중간쯤에 자리 잡은 명동 ‘재미로’는 예술로 다시 태어난 또 다른 공간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약 600m 거리를 만화 캐릭터로 꾸몄다. 여기에 만화 박물관 ‘재미랑’, 만화 체험 공간 ‘삼박자만화공방’ 등이 들어서 재미를 더한다. 재미로가 끝나면 만화 세상을 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이어진다. 

 

성수동 수제화거리에서 가까운 서울숲의 ‘나비정원’도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명동 ‘재미로’는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약 600m 거리를 만화 캐릭터로 꾸몄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문래창작촌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일대

△문의: 02-2676-4300(문래예술공장)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성수동 수제화거리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일대

△문의: 02-2286-5184(성동구청 관광팀)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서울숲 나비정원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685-715

문의: 031-590-4242

관람시간: 10시~17시 30분, 월요일 휴무

 

재미로

위치: 서울시 중구 남산동2가 15-27

문의: 02-3455-8342(서울애니메이션센터)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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