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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직장인은 '개', 자영업자는 '늑대'

무한경쟁·불확실한 자영업에는 '야성' 필요, 직장생활 오래 한 사람일수록 더 어려워

2019.05.14(Tue) 09:57:34

[비즈한국] 지난주에 언급했듯이 자영업을 한다는 것은 소기업의 기업가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기업가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변동성과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일이다. 모두가 기업가에 어울리는 역량과 자질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직장생활을 오래 한 샐러리맨의 경우는 자영업이 더 어울리지 않는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의 최신작인 ‘스킨 인 더 게임’에는 개와 늑대의 우화가 소개된다. 개와 늑대의 우화란 바로 이것이다. 배고픈 늑대가 음식을 찾아 방황하다가 목줄 묶인 개가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때 개는 늑대에게 굶지 않으려면 자기처럼 목줄을 매고 주인에게 사육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늑대는 개의 제안을 거절하고 목줄 없는 삶으로 나간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직장인을 ‘​배부르지만 목줄을 맨 개’​, 기업가를 ‘​배고프지만 자유로운 늑대’​에 비유한다. 소기업가인 자영업자는 엄청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탈레브는 이 우화에서 개를 직장에서 통제를 받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에, 배고픈 늑대를 기업가에 비유했다. 강력한 통제와 관리를 받으며 일을 하는 대가로 기업은 자신의 고용인들에게 안정된 급여소득을 제공한다. 즉, 안정된 급여소득이란 제때제때 나오는 먹이를 대가로 통제와 관리라는 목줄을 하고 사는 것이 샐러리맨이란 말이다.

 

반대로 기업가는 배고픈 늑대와 같다. 사냥에 성공하면 포식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계속 굶을 수도 있다. 기업가가 사업에서 큰돈을 버는 때도 있는가 하면 손실을 보기도 하고 대금 지급 문제로 곤란을 종종 겪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 비유는 매우 적절하다.

 

늑대가 자유로이 살아가는 환경은 엄청난 변동성과 불확실성,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야생의 환경이다. 그래서 이 야생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성이 필수적이다. 마찬가지로 기업가가 기업활동을 하는 환경은 늑대가 살아가는 환경처럼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넘실거린다. 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야성이 필요하다고 탈레브는 이야기한다.

 

바로 탈레브의 통찰력 넘치는 비유에서 우리는 왜 직장생활을 오래 한 샐러리맨이 자영업에 어울리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직장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기업에서 생존하는 법에 적응한다. 통제되지 않는 환경, 스스로 책임지는 경험과는 괴리된 환경에 맞춰진다. 탈레브는 대기업과 규모를 갖춘 조직을 움직이는 관료제는 결정과 선택에서 개개인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최적화된 제도라고 본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된 샐러리맨이 직장을 나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기업가가 되면 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탈레브는 이야기한다. 개와 늑대의 우화로 보자면 개에게는 늑대에게 있는 야성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기업과 조직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일수록 애초부터 야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확률이 높고, 야성과 거리가 먼 사람이 승진하기도 유리하다. 바로 이 점이 직장생활을 길게 한 사람일수록 자영업자로서는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이 야생에서 오래 생존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

 

“회사 안은 전쟁터, 회사 밖은 지옥”. 직장생활에도 경쟁이 있지만, 자영업에 비해선 제한적이다.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자영업에 더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직장생활이란 내부적으로 경쟁이 존재하긴 하나 그 경쟁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사원은 사원끼리 경쟁하며 팀장은 팀장끼리 경쟁한다. 적어도 평사원이 부장과 1 대 1로 경쟁하는 환경이 아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경쟁은 신규 자영업자는 신규 자영업자끼리 경쟁하는 환경이 아니다. 1년 차와 10년 차 자영업자가 시장에서 소비자를 두고 경쟁한다. 이 점이 오랜 직장생활에 적응된 사람들에게 더욱 불리한 환경이 될 가능성으로 작용한다.

 

자영업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에 동종 업종의 점포에서 일해보라는 조언이 유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무런 경험과 지식 없이 바로 뛰어드는 것보다 다른 곳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운영되는지를 살펴보고 고민하면, 적어도 시행착오와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탈레브의 통찰은 자영업자에게도 유용하다. 직장인으로 아무리 경력과 경험이 많더라도 자영업으로 진입하는 순간 자영업계의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다. 야생으로 풀려났다면 다른 야생의 늑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먹이를 찾고 생존하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에서 늑대가 되려면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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