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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유튜브에서 랩하는 선생님, 집으로 배송되는 마들렌

'달지'의 랩에서 위안…6월 15일 '플레이 넥스트'에서 라이브로 만나보길

2019.05.07(Tue) 16:50:55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고 스마트폰이 진화하면서 유튜브는 성큼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약간의 열정과 의지와 자투리 시간이 있다면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몇 년 전이라면,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신이 만든 음악을 올릴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전 세계 누구나 쉽게 나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 

 

그렇게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나타났다. 달지도 그 중 하나다. 달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리고 래퍼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달지는 자신의 랩을 공개할 곳이 마땅치 않았을 것이고 우리 또한 이 사랑스러운 랩을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달지의 제자들은 자신의 담임선생님이 이렇게 쿨한 사람인 것을 영영 알 수 없었을 테다. 

 

달지 – 잔소리

 

기술 발전은 양과자를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3년 전엔 지하철을 타고 내방역까지 가야 메종엠오(Maison M.O)의 마들렌을 먹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늦게 가면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 마들렌 대신 텅 빈 진열대와 마주한다. 양과자점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다니. 

 

하지만 새벽 배송이 시작됐다. 23시 전에 주문하면 메종엠오의 마들렌을 몇 시간 뒤 새벽에 받을 수 있다. 춤 추기 전에 주문했고 춤을 다 추고 귀가를 했더니 집 앞에 마들렌이 있었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래퍼라면 어떤 기분일지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다. 분명한 건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6년씩 4번은 더 다닐 수 있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음에도 이 음악을 듣자 마치 영원한 내 편이 생긴 것만 같은 기분에 울컥하고야 말았다는 점이다. 제자를 향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랩에 위안을 얻는 사람이 래퍼 달지 선생님의 제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경기도 교육청과 협업하는 래퍼.

 

달지 X 경기도교육청 – 다시 만날 때

 

개별 포장된 마들렌을 하나씩 뜯으며 그래도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것과 품질이 조금은 다르겠거니 지레 짐작한다. 그리고 기술은 이런 나를 비웃었다. 포장 속 마들렌은 완벽했다. 겉이 살짝 바삭한 메종엠오 마들렌의 매력이 그대로였다. 마들렌 글라세 겉의 새콤한 설탕막이 온전했다. 

 

앱(어플리케이션)으로 마들렌을 주문하면서 메종엠오에 직접 찾아가는 낭만이 다 사라졌노라며 투덜거리던 참이었다. 다 의미 없다. 이런 압도적인 편리함 앞에서 낭만이 다 무슨 의미란 말인가.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들렌 쇼콜라유자​​, 마들렌 글라세, ​소금초코 마들렌.  사진=이덕 제공

 

메종엠오의 마들렌은 내부의 입자가 굵어 입 안에 한 입 베어 물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면 마들렌 사이로 순식간에 차가 스며든다. 조금 더 재밌게 이 마들렌을 즐기고 싶다면 가향티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소금초코 마들렌엔 큼지막한 소금초콜릿이 쿡쿡 박혀 있다. 한 입에 초콜릿 한 덩어리씩 들어오게 겨냥해서 먹는다. 예상보다 뾰족하게 짠맛이 예상보다 진한 초코향과 함께 달려오지만 마들렌이 포근하게 그 둘의 뒷목을 잡는다. 빠르게 차를 한 잔 들이켜면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다. 먹을 것 한 입치곤 꽤나 근사한 즐거움이자 위로다. 내 돈으로 결제한 나를 위한 위로. 

 

자신의 제자들에게 네 편이 되어준다던 든든한 달지 선생님은 ‘​새벽옥상’​에 홀로 올라가 자기 자신을 다독인다. 어른의 삶이란 이렇게 고독하며 스스로를 위해 할 일이 많다. 

 

달지 – 새벽옥상 (feat. Charcoal)

 

우리는 음반으로, 라디오에서, 방송에서 만나 좋아하게 된 음악가를 무대 위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튜브에서 만난 음악가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의 다른 플랫폼보다는 음악가와 팬의 간격이 훨씬 가까운 유튜브지만, 라이브에 비할 바는 아니다. 

 

마침 6월 15일, ‘플레이 넥스트 2019’에서 달지의 무대를 볼 수 있다. 모든 출연진이 유튜버로 구성된 축제다. 며칠 전 힙합 불구덩이, 아니 ‘​쇼미더머니 8’​ 지원을 선언한 달지의 라이브를 볼 수 있는 귀한 무대가 될 것이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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