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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

'자영업=기업 운영' 위험부담 큰 만큼 기대수익도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2019.05.07(Tue) 15:24:14

[비즈한국] 얼마 전에 생계형 자영업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생계형 자영업이라는 표현의 기준이 애매하긴 하다. 생계형이 아니면 비생계형인데, 이 경우는 취미로 자영업을 하는 경우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 생계형 자영업이란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저소득 자영업을 얘기하는 것이라 추정하고 약 70% 정도라고 답을 드렸다. 

 

이 70%는 고용 없는 자영업자의 비율이다. 고용 없이 혼자서 혹은 가족 노동자를 둔 경우는 전반적으로 그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용 없는 자영업 비중이 이토록 높은 것은 애초에 사업에 뛰어들 결심을 했을 때, 가족 노동을 통해 인건비를 아껴 수익을 내는 것에 목표를 두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자영업으로 사람들이 고통 받는 핵심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자영업은 규모는 작을지언정 엄연히 하나의 기업을 운영하는 일이다. 자영업 가게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자영업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잊는 사실은, 바로 기업을 운영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음식점을 차리든 편의점을 운영하든 아니면 옷을 판매하든, 변하지 않는 것은 비록 규모가 작을지언정 엄연히 한 기업체라는 사실이다. 그 점에서 보자면 자영업자와 스타트업 기업가는 사실상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체는 특성상 고정적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언제든 수익은 위로도, 아래로도 오르내릴 수 있다. 이 수익은 환경과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계절에 영향을 받고 날씨에 영향을 받고 혹은 대내외적인 문제에 영향을 받는다. 기업의 수익 자체에 엄청난 변동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자영업을 한다는 것은 이 변동성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은 기업가의 삶을 산다는 것이다. 기업가의 삶을 산다는 것이 겉으론 멋져 보일 수 있겠지만(이 기업가 앞에 ‘스타트업’ 같은 다른 수식어를 붙이면 더 멋져 보인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직장인으로 살 때에는 (적어도 기업이 노동법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주어진 일을 하고 근로시간에만 일을 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기업가로 사는 순간부터는 노동자처럼 일을 해서는 곤란하다. 더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에서 노동자와 기업가의 생활은 완전히 다르다.

 

이렇게 자영업자, 기업가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사업에 투입하고 감당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 고통과 위험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은 판단이다. 즉 그 정도 시간과 노력과 수익의 변동성이란 위험을 부담한다면 그에 걸맞게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은 그 목표치가 너무나도 소박하다.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은 그 경제적 목표치를 높게 잡지 않는다. 먹고살 정도의 소득과 따로 고용을 늘리지 않는 수준의 안정을 원한다.

 

미국 소기업에 대한 환상과 실체를 다룬 스콧 셰인의 책 ‘The Illusions of Entrepreneurship’을 살펴보면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신규 창업자 대부분은 상사가 없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서 창업을 하고, 특별히 높은 소득이나 고용 창출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적인 10년 차 기업의 대표들은 자신이 전에 직장에서 얻던 소득의 65%만을 벌어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투입하는 노력과 시간은 많고 감내해야 할 변동성은 큰 반면 애초에 비즈니스의 목표치가 높지 않고, 또 목표치가 높지 않은 만큼 기대 수익이 낮은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다 보니 이 괴리로 인해서 자영업자의 고단함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높게 잡지 않았던 목표치보다 더 낮은 수익을 거두는 데다 투입해야 하는 노력과 시간, 감당해야 할 변동성은 계산 밖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은 곧 기업가로 사는 것이고, 기업가로 사는 것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요구된다. 음식점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자영업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기대 수익이 낮을 것으로 생각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을 늘리고 고용을 늘리는 것이며,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정도로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 과실에 비해 감당해야 할 부담과 고생이 너무나도 크다.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은 곧 기업가로 사는 것이고, 기업가로 사는 것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요구된다. 그 많은 요구와 변동성을 감당하고서라도 그 비즈니스를 자영업으로 하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가의 삶은 멋지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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