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선정됐다. 당초 시장에선 우리금융지주·MBK파트너스 혹은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터였다. 롯데지주의 예상 밖 발표로 카드업계 지각 변동 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한앤컴퍼니를 선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한다.
롯데지주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3일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사모펀드로 그간 쌍용양회, 한온시스템, 에이치라인해운 등을 인수했던 곳. 롯데카드 인수에서 한앤컴퍼니는 지분 80%를 매입,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에 남길 예정이다. 입찰가는 1조 4400억 원으로 알려진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가격적인 면뿐만 아니라 고용안전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등 비가격적 요소 등을 모두 고려해 한앤컴퍼니가 좀 더 적격하다고 판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0%가량의 소수지분을 유지하며 롯데카드와 유통계열사 간 제휴관계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M&A(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와 달리 이번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SI)를 끼지 않고 재무적 투자자(FI)로서만 참여했기에 향후 전문경영인을 불러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카드는 2017년 10월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손해보험과 함께 외부 매각키로 한 곳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당초 롯데카드 인수전은 우리금융지주·MBK파트너스와 하나금융지주의 양자대결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두 곳 모두 카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자금동원력도 높아 한앤컴퍼니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는 시장의 관측을 벗어난 셈이다.
# ‘카드업계 변화’, ‘우리·하나 비은행부문 강화’ 무산
롯데지주가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카드업계 지각변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발표가 있기 전까지 시장과 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인수로 발생할 각 카드사와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카드 자산규모는 9조 9831억 원으로 국내 8개 카드사 중 6위를, 하나카드는 7조 9848억 원으로 7위를 기록했다. 두 카드사 중 한 곳이 자산규모 12조 6527억 원의 롯데카드를 가져갈 경우, 자산규모는 20조 원대로 확대될 전망이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어 업계 3위에 오르는 셈이다. 롯데카드의 기존 시장점유율 11.2%를 고려하면, 인수 카드사는 시장점유율 2위에 등극할 수도 있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사업부문 확대 계획도 무산됐다.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두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대에 이르렀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은행 비중이 각각 69.5%, 73.8%의 그친 것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두 금융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매입,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 비중을 높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부동산신탁사 인수 후 우리카드와 종금사의 자회사 편입, 후추 캐피탈사나 저축은행 인수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카드사는 당장 인수해야할 매물로 보지 않았기에 기존 계획에 차질이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롯데카드 인수도 MBK파트너스의 제안에 따라 SI가 아닌 FI로서 참여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오렌지라이프·아시아신탁 인수 등에 주력했던 신한금융지주와 자산운용사 인수에 나선 하나금융지주 등과 비교했을 때, 비은행 부문에 대한 인수합병 노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이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여타 지주사들과 비교해 비은행 부문 비중이 높은 건 맞으나 아직 시장에 나온 매물이 없는 만큼 차후 계획에 따라 해당 부문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매각가 주요 요인 됐을 것, 계약 옵션 지켜봐야”
일각에선 롯데지주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장의 예상을 빗겨가면서 롯데그룹이 애초부터 롯데카드를 팔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롯데그룹이 바이백(팔았다가 다시 되사들이는 행위)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입찰가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앞서의 M&A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냉정하기에 비가격적 요소보다 가격적 요소가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 높은 금액을 써낸 곳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을 것”이라며 “우리금융지주의 뒤늦은 참여가 롯데지주에겐 유리한 매각 환경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카드사를 다시 되사올 마음이 있다면 향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 자사가 우선적으로 카드사를 다시 매수할 수 있는 옵션 등을 넣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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