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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대표 사의,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분쟁의 배후

김 대표 "정상화 위한 항의 표시"…회사 측 "하자 있는 대표 두는 게 더 문제"

2019.05.03(Fri) 15:25:21

[비즈한국] 김종철 에어프레미아 대표가 지난 2일 이사회에 사직서를 냈다. 김종철 대표의 이번 사의 표명은 실제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보다는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권력 다툼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철 에어프레미아 대표가 지난 2일 이사회에 사직서를 냈다. 김 대표의 이번 사임 표명은 실제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보다는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권력 다툼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종철 대표는 3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외부에 알려져서 당혹스럽다”면서도 “당장 사임을 하겠다는 것보다도 경영 정상화를 원하는 뜻을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리마인드 하는 차원에서 사직서를 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는 지속해서 내오던 것이다. 판단은 이사회에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막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한 뒤 운항증명(AOC)를 앞둔 신생 항공사에서 대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국토교통부의 주요 면허 발급 기준 중 하나가 대표의 자질이기 때문. 대표가 사임하면 면허변경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미 발급 받은 면허가 반려될 수도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3월 ‘하늘길 면허’​를 발급받은 뒤 내홍에 휩싸여왔다. 에어프레미아의 주축 인물은 김종철 대표와 함께 항공 사업을 시작한 기존 이사진인 이응진, 김지태, 금창현 사내이사다. 이들은 김 대표의 컨설팅 회사에서 그와 10년 넘게 일해 온 ‘김종철의 사람’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김종철 대표와 세 명의 사내이사는 면허 발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신 항공기 보잉787-9 기종을 도입을 두고 크게 의견이 충돌했다. 국토부에서 면허 발급에 필요한 LOI(거래를 증명하는 문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신생 항공사가 보잉787-9 기종의 LOI를 당장 획득하기 어려워 김 대표가 항공기 기종 변경을 주장했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국토부로부터 면허가 나오자 세 명의 사내이사는 김종철 대표의 해임과 신임 대표 선임을 안건으로 한 이사회를 지난 4월 19일 열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손으로 사내이사 자리에 앉힌 세 사람에 의해 대표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몰린 것. 에어프레미아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종철 대표를 내치고 이응진 사내이사가 대표 자리에 오르는 게 유력한 시나리오였지만 전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김종철 대표와 세 명의 사내이사는 면허 발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국토부로부터 면허가 나오자 세 명의 사내이사는 김종철 대표의 해임과 신임 대표 선임을 안건으로 한 이사회를 열었다. 사진=에어프레미아 제공

 

에어프레미아 이사회는 심주엽 서울리거 대표와 박지웅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심주엽 서울리거 대표를 에어프레미아 대표로 결정한다. 대신 김종철 대표를 해임 하지 않고 심 대표와 김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에어프레미아 이사회는 면허 취소가 부담돼 김종철 대표를 해임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관련기사 신생 LCC들 날기도 전에 난기류 휩싸인 진짜 속사정).

 

이사회 이후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심주엽 대표를 선임한 배경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면 투자를 끌어와야 하는데 심 대표가 그 역할에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자금 확보를 맡고, 김 대표는 운영을 맡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두고 김종철 대표가 내부 권력 다툼에서 밀린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생 항공사에서 각자대표 체제를 택한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신생 항공사 임원은 “김 대표를 해임하면 안 그래도 면허 심사를 엄격하겠다고 천명한 국토부에 설명할 길이 없어 남겨 두었을 것”이라며 “공동대표가 아닌, 대표 간에 협의가 필요 없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도 김 대표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확고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시장 진입 단계에서 총력전을 펴야 할 신생 항공사가 지금 시점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는 건 구조적으로 잘못됐다”며 “아마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응진 사내이사가 아닌 심주엽 서울리거 대표가 에어프레미아의 대표에 오른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홍성범 서울리거 회장이 에어프레미아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최측근인 심주엽 대표를 에어프레미아 대표 자리에 내세웠다는 것.

 

홍성범 서울리거 회장은 성형외과 의사 출신으로 보톡스 시약을 개발한 휴젤의 공동 창업주다. 휴젤로 대박을 낸 뒤 여러 투자사업을 하는 중 에어프레미아에 투자해 현재 에어프레미아 최대 주주로 알려졌다. 최측근인 심주엽 대표가 에어프레미아에 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사진=홍성범 페이스북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홍성범 서울리거 회장이 최대주주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 회장은 보톡스 시약을 개발한 업체인 휴젤의 공동 창업주로 2018년 1월 자신의 휴젤 지분 모두를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Bain Capital)에 매각하며 약 2500억 원 ‘엑싯(Exit) 대박’을 일군 인물이다. 홍 회장은 에어프레미아의 105억 규모인 ‘프리A’와 249억 규모인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심주엽 대표는 휴젤 법무팀 근무하며 홍성범 회장과 인연을 맺은 이후 홍 회장이 휴젤에서 공동창업자와 경영권 갈등을 빚을 때 홍 회장 편에 섰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리거로 자리를 옮기며 다시 한 번 홍 회장과의 끈끈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세 명의 사내이사가 김종철 대표를 내보내려다가 심주엽 대표에게 자리를 내준 배경에는 홍성범 회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에어프레미아의 다른 관계자는 3일 “현재 변환 주식 문제도 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홍성범 회장과 사내이사들과의 관계설은 건 말도 안 된다”며 “김종철 대표가 사직서를 냈는데 내부 논의 중이다. 아마 설득은 안 될 것 같고 사임하게 될 것 같다. 대표가 나가도 면허는 취소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업계획서상으로 변동된 사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자가 있는 대표를 그냥 두는 게 더 문제”라고 반박했다.​ 

 

노지훈 국토부 항공산업과 사무관은 김종철 대표 사의 표명 전인 지난 4월 30일 “대표자 명의 변경이 문제없을 거라는 건 그쪽 바람이겠지만, 국토부는 대표자 명의 변경 절차에 따라 항공운수사업 자격을 다시 검토할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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