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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프랜차이즈 제국'엔 미래가 있을까

빠른 확장 가능한 가맹점 시스템, 이커머스 시대와 맞지 않아 새 전략 필요

2019.04.23(Tue) 16:01:47

[비즈한국] 프랜차이즈는 지난 60여 년간 전 세계의 식음료 산업과 유통 산업을 지배해온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는 맥도날드였다. 

 

1955년에 레이 크록에 의해 프랜차이즈의 길을 밟은 맥도날드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 손꼽힌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12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총 매장수 3만 7000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제국’이란 표현이 걸맞은 곳이다. 이 제국 건설의 핵심적 시스템이 바로 프랜차이즈였다. 

 

이런 강력한 성공의 사례가 존재하기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수많은 기업과 사업가들의 선택을 받아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비즈니스의 기본 시스템이 될 수 있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제는 프랜차이즈의 강점이 더 이상 장점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렇다면 이 성공적인 시스템은 앞으로도 계속 성공적인 궤적을 밟을 수 있을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우나 이 답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의 특성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대량생산의 한 방식임을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공장에 생산을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이 요구하는 질적 수준을 낼 수가 없기에 각 가맹점에서 분산하여 대량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특성으로 인해 프랜차이즈는 특정 지역과 그 지역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

 

또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들을 파트너로 하여 점포를 확장하는 시스템을 따르기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확장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보자면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가맹점주들의 자본을 바탕으로 확장과 성장을 하기 때문에 빠른 성장과 확장에 최적화된 셈이다.

 

이 두 가지 특성으로 인해, 강력한 상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지역 기반 비즈니스로 운영하는 데에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그동안 매우 강점을 보였다. 더군다나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쉽게 확장해 규모의 경제 달성과 지역 장악에 유리했다. 고성장 시대에 지배적인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경제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이커머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지형이 달라졌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가진 장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프랜차이즈가 표준화로 시장을 장악하자 프랜차이즈 상품이 시장의 표준이자 기준이 되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기준보다 더 나은 상품을 탐색하게 되었다. 프랜차이즈가 가진 상품과 서비스로서의 매력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이다.

 

또 이커머스 시대의 개막은 다점포의 단점과 개별 점포의 경험적 측면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점포로 인한 비용의 증가는, 빠르고 저렴한 확장이 최대 강점인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배치되는 트렌드다. 여기에 더해 개별 점포가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경험이 강조되는 것 역시 가맹점주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점포 개발을 하게 하는 프랜차이즈의 강점과 배치된다. 새롭게 변해가는 환경에선 기존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강점이 더 이상 강점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프랜차이즈는 태생적으로 점포 통제와 관리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점포의 개발에 가맹점주의 자본이 동원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어디까지나 영업권과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양측은 주요 부분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하게 된다. 

 

맥도날드가 부동산으로 점포를 통제했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이처럼 강력한 통제·관리 시스템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부족한 점포 통제권으로 인해 새로운 전략과 아이템의 드라이브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하다 못해 매장 리뉴얼만 하더라도 점주들과 협의를 통해 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 속도는 느리고 유연성은 부족해진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확장과 비용에서 막강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만큼 빠른 확장이 필요하지 않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점포를 열 수 있다는 특성은 매장에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현재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다. 또 점포에 대한 통제력이 적고 느린 의사결정 속도, 유연성은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면 지난 6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적어도 과거의 놀라운 우위는 일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프랜차이즈에게도 과거와는 다른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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