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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최선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낳는 이유

비즈니스에서 경쟁은 '상대적' 내 선택에 대한 상대의 선택이 결과에 영향

2019.04.08(Mon) 15:57:04

[비즈한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붉은 여왕이 앨리스의 손을 잡고 뛰는 장면이 나온다. 앨리스가 바람에 머리카락이 뽑혀나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달렸지만 지쳐서 멈춘 뒤 주위를 둘러보니 달리기 전의 그 장소였다. 이에 앨리스가 신기해서 붉은 여왕에게 질문을 하는데 붉은 여왕의 답이 걸작이다.

 

“느림보 나라 같으니! 자, 여기에서는 보다시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계속 빠르게 달릴 수밖에 없단다. 어딘가 다른 곳에 가고 싶다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만 해!”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어딘가 다른 곳에 가고 싶다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만 해!”라고 말한다. 흔히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붉은 여왕 효과’를 쓴다. 사진=영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 스틸

 

시카고대학의 진화학자 밴 베일런은 생태계의 쫓고 쫓기는 관계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측면에서 이 붉은 여왕의 일화를 떠올렸고 이러한 현상에 ‘붉은 여왕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비유는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비즈니스에도 잘 어울리기에 경쟁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냉큼 가져다 지겨울 정도로 활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붉은 여왕 효과’는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많이들 쓴다. 붉은 여왕이 다른 곳에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배는 빠르게 달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듯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경쟁에서 이기는 요소를 노력으로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경쟁의 요소가 노력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붉은 여왕 효과를 단순히 남들보다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노력을 두 배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을 두 배로 개선하라는 뜻에 가깝기 때문이다. 효율과 생산성은 단순히 노력을 두 배 투입한다고 두 배로 증가하진 않는다. 붉은 여왕 효과를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그 의미는 ‘남들보다 더 노력해라’가 아니라 ‘경쟁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현명한 선택을 내렸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게임이론이다. 게임이론은 존 폰 노이만과 오스카 모겐스턴이 만든 것으로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의 의사결정을 다룬다.

 

다음의 예를 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업체 A 가격 유지​

  업체 A 가격 인하

 업체 B 가격 유지​

▷시장 점유율 유지

▷매출/수익 유지​

▷A 업체 시장 점유율 증가

▷A 업체 매출 증가, 수익 유지 or 증가​

 업체 B 가격 인하​

▷B 업체의 시장 점유율 증가

▷B 업체 매출 증가, 수익 유지 or 증가​

▷시장 점유율 유지

▷A, B 업체 모두 매출과 수익 감소

 

시장에서 같은 상품으로 경쟁하는 A, B 업체가 있다고 가정하자. 상품의 차별화나 품질, 생산성 개선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가정할 때 상대 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품의 가격 인하를 통한 가격 경쟁이다.

 

그런데 이 가격 인하라는 결정의 결과는 내 선택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대방과 나의 선택의 조합으로 인해 달라진다. 경쟁 업체가 상품 가격을 유지한다면 내가 가격을 인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은 매우 현명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와 똑같이 가격 인하로 대응한다면 시장 점유율은 조금도 바꾸지 못하고 매출과 수익만 감소하게 되니 최악의 전략이 된다.

 

비즈니스에서는 지금 내게 좋은 전략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최악의 수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나의 입장만 고려한 ‘현명한’ 전략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최악의 수가 될 수도 있다. 나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선택이고 그 중에 최적을 고르는 것이다.

 

단순히 내가 더 노력한다고, 내가 더 열심히 하고 최선의 선택을 내린다고 해서 비즈니스에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게 비즈니스에서 참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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