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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있다!

부모 봉양으로 여성 경제활동 줄어든 일본, 노령 근로자 활용하는 독일…한국은 어느 길로?

2019.04.08(Mon) 10:28:33

[비즈한국] 선진국 모임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이란 15~64세 인구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지 측정한 것이다. 물론 경제활동에 의지가 있다고 해서 다 직장을 갖는 것은 아니니,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구성된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조사하는 이유는 그 격차가 OECD 국가 내에서도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터키와 이탈리아, 멕시코 등이 압도적으로 낮으며, 일본과 한국도 51%와 53%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과 이탈리아, 터키 등은 OECD 국가에서도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에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소득이 최상위권에 오랫동안 있었던 일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료=OECD

 

참고로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를 살펴보면, 터키와 멕시코, 칠레 등 (상대적으로) 저소득 국가들의 격차가 큰 편이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도 20%포인트 전후로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자료=OECD

 

오랫동안 이 문제의 원인을 두고 고민했는데, 최근 읽은 책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덕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조지프 F. 코글린은 일본의 급격한 인구 고령화에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의 원인을 찾는다.

 

노인과 관련한 여러 가지 현상이 흔히 그렇듯 미국 내의 추세가 세계 다른 곳에서는 더욱 증폭된다. 일본에서 여성은 압도적인 비율로 비공식 간병을 감당한다. 일단 이 나라는 고소득 국가 가운데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낮다. 그리고 매년 10만 명 이상이 늙은 부모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는데 그 가운데 80퍼센트가 여성이다. 

 

반면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는 서유럽에서도 비공식 노인 간병의 2/3를 여성이 감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간병이 전 세계적으로 이런 추세를 띠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거나 경쟁력 있는 직업을 찾거나 은퇴를 대비해 저축을 하거나 건강을 유지하며 스스로를 챙기기 위해 여성이 능력을 갈고 닦는 데 심각하고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책 134쪽

 

결국 일본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급격한 노령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한국이 일본 못지 않게 급격한 노령화를 겪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한국도 계속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에 따르면 일본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급격한 노령화 때문이다. 일본 못잖게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도 이 문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병원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물론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95년 48%에서 2017년 53%로 꾸준히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 상승 탄력이 점차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코글린에 따르면, 노인들에 대한 일본 사회의 편견도 사태를 더욱 심화시킨 요인이다. 

 

기사에 따르면 (자민당 소속의 전 총리인) 아소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고 싶은 데 억지로 살게 해선 안된다. 정부가 치료비를 전액 부담했고 지금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기분이 점점 언짢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서 그만 죽는 수밖에 없다.” 

 

당시 아소는 72세였고(2013년 1월) 연설을 하는 동안 스스로 먹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고무관 인간’이라고 부르는 통에 (중략) 막말을 쏟아내는 인물이라고 일본 내에서 악명을 얻고 있었다. -책 284쪽

 

코글린은 아소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통설과 달리 치매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라고 보는 알츠하이머 질환은 늙으면 자연히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전세계 59%의 사람이 그렇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노인이 치매에 걸리는 경우보다 걸리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심지어 85세 이상 가운데 2/3는 치매를 전혀 앓지 않는다. -책 114쪽

 

2011년 대규모로 실시한 획기적인 종단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중략) 2000명 이상을 16년 동안 지켜보며 늙어가는 과정을 추적해 나갔다. 이 결과 고령기 초기에 인지력 상실을 겪은 사람은 나중에 치매로 진단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 나머지 대다수는 인지력 기능이 고령기 초기부터 말기까지 손상 없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책 370쪽

 

문제는 노인들을 사회의 짐으로 생각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생산성이 높은 노령 근로자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 못지않은 노령 대국 독일은 노령 근로자들을 어떻게든 더 노동 현장에 남아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가 요즘 씨름하는 문제가 있다. (중략)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숙련 노동자층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조부문은 (중략) 고도의 기술과 지식이 집약된 분야다. (중략) 

 

자동차 공장에서 어떤 역할을 잘 해내려면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서 박사학위에 버금가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대개 이런 지식은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습득한다. 예컨대 생산라인을 멈출 만한 실수를 피하는 법이라든가 어떤 부속품이 제자리에 딱 맞게 들어갈 때 오는 감이 여기에 해당한다. -책 374~375쪽

 

누니사의 외골격 장비​. 사진=누니 체어리스 체어​ 소개 영상 캡처​

 

독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골격 장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골격 장비란 작업 중에 근로자가 착용함으로써 업무의 피로를 덜어주는 보조 도구를 말한다. 

 

(스타트업 설립자인) 구누라는 자신이 찾은 해답으로 상품 생산에 들어갔다. 이 결실이 체어리스 체어(Chairless Chair)다. 무동력 착용형 하반신 외골격 로봇은 (중략) 착용자 몸무게의 60~80%를 견디지만 주목적이 사용자 근력 향상을 돕는 데 있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앉을 수 있는 데 있다. 일정 각도 이하로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미리 정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누니(Noonee)는 BMW 다섯 군데, 아우디 세 군데, 폭스바겐 두 군데 공장에서 베타 버전 시제품을 실험하고 있다. -책 380~381쪽

 

물론 이상과 같은 외골격 장비가 노령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인을 ‘고무관 인간’ 취급하고 노부모 봉양 부담을 여성에게 돌리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미래는 큰 차이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일본과 독일 가운데 어느 쪽을 따라가고 있을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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