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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Lab] '유행'에서 벗어나야 진짜 AI 시장이 열린다

우리 삶을 바꿀 혁신이지만 그 시기는 알 수 없어…AI 기술과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2019.04.05(Fri) 16:07:29

[비즈한국] “AI(인공지능) 시장이 열리려면 아직 한참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한 5년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5년이요? 저는 보수적이라 그런지 10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개척되지 않은 AI 시장이 넓다’는 의견에 두 AI 연구자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본인도 AI를 연구하고 그것으로 월급을 받지만, 정작 AI 기술의 시장 기여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는 이야기다.

 

“AI로 성공한 서비스 보셨어요? 저는 하나도 못 본 것 같은데 말이죠.”

 

떠올려보니 AI 기술이 놀라운 데모를 보여주었다거나, AI 스타트업이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은 여럿 들어봤어도, AI 기술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다는 소식은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 AI 기술은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를 만들지 못했고, AI가 제품에 꼭 쓰여야 하는 이유도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물론 “AI를 적용했다”는 상품이 소비자의 지갑을 연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AI란 유행어(Buzz Word)의 승리일 뿐, AI 기술의 승리는 아니었다. 아직까지 AI 기술은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를 만들지 못했고, AI가 제품에 꼭 쓰여야 하는 이유도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AI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며 호들갑을 떠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스마트폰 출현’ 정도의 지각변동(Disrupt)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스마트폰에 의해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스마트폰을 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바뀌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주역’ AI 기술도 그 정도의 사회 변화는 가져와야 하는 것 아닐까?

 

딥러닝(Deep Learning)이 이미지인식대회(ILSVRC2012)에서 우승한 지도 6년이 지났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지도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실제 사람들의 소비패턴이나 생활은 AI 시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점에 수많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책이 깔렸고, AI를 언급하지 않으면 정부 과제나 기관 투자를 유치하기 힘들다는 점뿐인데, 이쯤 되면 AI가 기술이 아닌 유행어란 주장을 딱히 반박할 수 없을 것 같다.

 

AI의 시대는 분명히 온다. 그렇게 믿기에 AI & Robotics Tech(ART, 인공지능&로봇공학 기술) 연구자가 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가’다. 그 시기를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AI 시장의 전망이 밝게도, 어둡게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배 로봇공학자들이 ‘우주소년 아톰’​과 ‘​로보트 태권브이’​를 꿈꾸며 로봇공학자가 되었지만, 결국 그들을 그것을 보지 못한 채 은퇴를 앞둔 현실이다.

 

10년 전 로봇 연구자로서 첫발을 떼며 ‘미래는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는 큰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나를 보며 한 교수는 “​30년 전 나도 그랬어”​라며 쓴웃음을 보였다. 많은 선배 로봇공학자들이 ‘우주소년 아톰’​과 ‘​로보트 태권브이’​를 꿈꾸며 로봇공학자가 되었지만, 결국 그들을 그것을 보지 못한 채 은퇴를 앞둔 현실이다. 

 

AI 기술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비록 지금은 많은 사람이 AI 기술에 열광하고, AI 기술에 대처하지 못하면 실업자로 내몰릴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공포를 이야기하지만, 이런 일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시장이 열리는 시기의 예측은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AI 기술은 결국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그 미래가 바로 코앞에 왔는지, 아니면 10년 뒤, 20년 뒤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AI 투자 과열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국내외 기업에서 AI 인력의 채용을 줄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마도 AI가 당장 기업에 돈을 벌어주는 ‘캐시카우’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채고 있는 모양이다.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열리지 않는다. 실제 소비자의 지갑이 그것을 대변한다. 그러니 지금처럼 단거리 경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더 긴 미래를 보고 결국 ‘우리의 삶을 바꿀’ AI 기술과의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필자 엄태웅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LIG 넥스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현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University of Waterloo)에서 딥러닝을 연구 중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술을 연구, 교육, 전달하는 연구실 ART Lab(AI & Robotics Tech La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장의 문제를 AI 기술과 연결하는 미션에 힘 쏟고 있다. 

엄태웅 ART Lab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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