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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여행 앱, 한국에서 세금은 내고 장사하시나요?

KKDAY·트립닷컴 과세 반면 부킹닷컴·익스피디아는 매출도 안 잡혀…어떤 차이 있길래

2019.04.04(Thu) 23:26:41

[비즈한국]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에어비앤비 등은 여행자들이 수시로 사용하는 글로벌 여행 애플리케이션(앱)들이다. 소비자에게 여행 앱의 국적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어느 앱이 더 편리하고 저렴하고 혜택이 많은지에 관심을 둘 뿐이다. 누가 얼마나 돈을 벌어가든 소비자들의 관심 밖이다. 그런데 그 많은 글로벌 앱들, 한국에서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에어비앤비 등 그 많은 글로벌 앱들, 한국에서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 거주지국 과세와 원천지국 과세, 조세회피처까지

 

글로벌 여행 앱들의 전 세계 매출은 쉽게 조 단위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매출을 보면 부킹닷컴과 아고다, 호텔스컴바인을 아우르는 부킹홀딩스는 14조 2280억 원, 호텔스닷컴과 트리바고 등을 보유한 익스피디아도 11조 7946억 원에 달한다. 스카이스캐너를 인수한 트립닷컴도 2017년에 4조 433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전 세계에서 거둔 매출이고 이 중 어느 정도가 한국에서 일어난 매출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매출을 공개하는 순간 세금의 근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업체에 세금을 적용하는 기준은 크게 거주지국 과세와 원천지국 과세, 두 종류로 볼 수 있다. 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시행하는 조세조약인 거주지국 과세는 본사가 위치한 국가에서 전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서비스나 매출이 발생한 국가가 아닌, 매출이 입금되는 국가를 기준으로 과세가 이루어진다. 주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유리하게 세금을 매기는 선진국형 과세다. 인터넷 사업자일 경우 서버가 있는 곳을 고정사업장으로 보기도 한다.  

 

반면 원천지국 과세는 소득이 발생한 현지 국가에서 과세한다. 현지에서 발생한 매출이나 서비스에 대해 현지 국가가 세금을 가져간다. 이는 WTO(세계무역기구)가 주도하는 개발도상국형 과세다. 

 

여기에 택스 헤이븐(Tax Haven), 즉 조세회피처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아시아는 싱가포르, 유럽은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본사는 미국에 있더라도 세금이 낮은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에 따로 법인을 두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금 감면을 받고 탈세도 시도된다. 흔히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에 본사나 서버를 두는 이유다. 

 

중국계인 트립닷컴의 계열사 스카이스캐너의 아시아태평양 지부도 싱가포르에 있고 부킹닷컴과 아고다의 아·태 지부 역시 싱가포르에 위치한다. 국세청에서는 조세회피를 하는 사업자를 가려내기 위해 역외탈세팀을 운영 중이지만 이는 국내 업체에 한한다.    

 

# 전 세계 매출은 조 단위, 국내 매출은 몰라, 세금도 나 몰라라

 

여행 앱에서 일어나는 소비는 흔히 상품을 판매한 본사가 위치한 국가와 매출이 일어난 국가, 실제로 서비스가 행해지는 국가가 모두 다르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 회사인 부킹닷컴이 한국 소비자에게 태국 호텔 사용권을 판다. 본사는 네덜란드에, 매출은 한국에서, 서비스는 태국에서 이루어진다. 실물은 태국에 있지만 한국 소비자가 네덜란드 회사에서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여러 유력 글로벌 여행 앱에 근무했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앱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얼마를 벌든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 등 유관기관에서 그에 대한 질의를 하고 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글로벌 여행 앱들은 그에 대해 일체 대응하지 않거나 얼버무리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며 “국내법상으로는 글로벌 앱에 과세할 마땅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법 전문가에 따르면, 해외 업체가 한국에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포함한 고정사업장을 만들 경우 대한민국에 과세권이 있지만 단순히 연락사무소 형태를 띠는 경우는 과세할 수 없다. 고정사업장은 정식으로 사업자등록번호를 비롯해 업종과 업태를 신고하지만 연락사무소는 사업자등록번호가 따로 없고 업종과 업태도 신고하지 않는 유한회사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유한회사는 현지의 시장조사 등 리서치 정도의 업무를 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지사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고정사업장으로서 정식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세금을 내는 대만 계열의 여행 현지투어 앱 케이케이데이(KKDAY) 관계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세금을 내는 고정사업장 형태인지 단순한 연락사무소 형태인지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 글로벌 여행 앱 관계자는 “한국 매출이 상당한 애플코리아도 한국에 세금 안 내려고 유한회사 형태의 연락사무소로 유지한다. 그래도 아무 지장 없다. 애플도 세금 안 내는 상황인데 글로벌 여행 앱들이 세금을 내겠느냐”고 꼬집었다. 

 

세법 전문가에 따르면 “이건 조세회피도 아니다. 현재로선 적법한 형태라 비난하는 것조차 근거가 없다. 세계 여러 나라 역시 혼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라마다 조세제도가 다르고 운영방식도 다르다 보니 국제거래상 국가 사이에는 상호 맺은 조세협정이 우선 적용된다. 그런데 이 협정 역시 국가마다 다르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을 들여다보면 한국은 현재 100여 개국과 조세조약을 맺고 있지만 조약의 내용은 나라마다 다르다. 

 

외국기업 과세에 대해 전체를 아우르는 통일된 원칙이나 국제조세법은 따로 없다. 그래서 양국 간 ‘힘의 논리’에 의해 조세조약의 내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중국이 글로벌 앱 시장의 조세정책에서도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한국형 ‘구글세’?​ 글쎄…, 해외 PG사로 결제하면 끝

 

영국이나 프랑스 등에서 일명 ‘구글세(Google Tax)’​를 도입해 과세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구글세란 미국 검색 업체 구글 등 다국적 IT 기업을 대상으로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디지털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그럴 경우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 이중과세가 되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또 미국 등과 기존에 맺은 조세협약 등에 무리를 줄 수 있어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도 나온다. 역시 국가 간 ‘힘의 논리’를 부정할 수 없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지만 글로벌 여행 앱들의 법인 형태가 고정사업장이든 연락사무소든 해외 PG사를 사용하면 매출을 알 방법이 없다. 매출을 모르니 당연히 세금도 없는 것”이라 일갈했다. PG(Payment Gate)사란 이니시스, 다날 등 신용카드사나 은행 같은 결제사와 온라인 상점 사이에서 온라인 결제를 대행하는 업체, 즉 전자지불대행사를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금은 곧 매출이 어디로 잡히느냐의 문제다. 국내 PG사를 이용하면 국내에 매출이 잡히고 국내 법인의 매출로 인식되어 국세청에 신고가 들어간다.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는 국내법상 해외 PG사를 사용해도 국내 은행으로 계좌가 연동되어 신고가 되고 세금을 내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한국에서 카드로 글로벌 앱의 상품을 구매하면 해외 PG사를 통해 미국 달러나 유로화로 해외 결제가 진행돼 해외 본사나 조세회피처의 계좌로 돈이 들어간다. 그러면 해당 앱은 본사가 위치한 국가나 조세회피처에서 세금을 낸다. 싱가포르나 아일랜드 같은 조세회피처에서는 세금을 감면해주니 기업으로선 본국이 아닌 곳에 세금을 낸다 해도 달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중국계 글로벌 앱인 트립닷컴은 한국에서는 네이버페이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원화 결제를 기본으로 한다. 국내법인의 매출이 잘 드러날 수밖에 없고 매출 대비 세금도 낸다. 

 

반면 대표적인 글로벌 호텔예약 앱인 부킹닷컴은 호텔을 중개하고 세계의 각 호텔로부터 후불로 커미션을 받는다. 어떻게 해도 세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다. 에어비앤비의 경우도 해외결제로 진행되니 매출을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에어비앤비는 소비자가 낸 돈에서 수수료를 제하고 개인인 집주인에게 해외 송금한다. 호스트로 등록되어 있는 집주인들도 현금을 받는 민박업자들처럼 ‘세금 밖’에 있다.  

 

토종 여행 앱 관계자는 “역차별을 느낀다. 해외 글로벌 앱들은 절대 국내 매출을 밝히지 않는다. 과세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수조 원의 매출을 내는 글로벌 앱들은 제약 없이 사업하는데 매출 1000억 원 하는 국내 업체들은 세금 내고 국가 정책 따르고 공정거래위원회 명령까지 받는다. 가끔은 국회 국정감사 대상까지 된다”며 “​국내 업체에 대한 혜택은 고사하고라도 국내에서만이라도 공정한 경쟁을 하고 싶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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