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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온라인 시대,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만든 까닭은?

온라인 구매 늘수록 '체험' 중요…이것이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방법

2019.04.03(Wed) 13:27:47

[비즈한국] 인터넷과 온라인의 공세가 매우 거칠다. 이제 거의 모든 상품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더 편하다. 예전에는 가족이 먹을 식재료와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로 차를 끌고 가야 했고 장을 보고 나서는 박스를 찾아다가 열심히 테이프로, 노끈으로 묶고 들고 가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서 집 앞까지 남이 배송해주는 시대다. 적어도 손가락으로 터치 스크린 누를 힘만 있다면 굶을 일은 없는 셈이다. (물론 그 힘으론 통장 잔고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온라인의 영향력이 강력해질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체험하는 곳은 현실의 물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VR로 인해 쇼핑도 VR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으며 옷을 입어보거나 상품을 테스트하는 행위 또한 이런 가상의 공간과 온라인의 공간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어도 나의 의견으로는 지나친 낙관이다.

 

지난해 1월 27일 국내에 처음 생긴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사용해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우리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고 만지고 듣고 분위기를 체험하는 등 모든 감각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얻고 욕망하게 된다. VR은 여기에서 겨우 시각과 청각을 충족할 뿐이다. 어떤 물건을 체험할 때의 경험은 쉽사리 온라인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온라인의 구매 비중이 늘어날수록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체험하는 경험이 더욱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유통형 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으로 인해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이 유통형 매장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대체되지 않는 부분이 명확하다. 화면 속의 상품 목록은 그것을 보는 우리에게 특별한 기분을 가져다주기 어렵다. 하지만 매장에 산처럼 쌓인 다양한 상품은 그곳에 간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핵심은 매장에서 얻을 수 있는 체험이다. 단지 물건을 파는 공간이라면 온라인 매장의 공습으로 인해 매우 손쉽게 대체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물건을 파는 공간으로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장에 비해서 일말의 장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험형 공간으로 보자면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장이 따라잡을래야 따라잡을 수가 없는 영역이 된다. 혹시나 먼 미래에 온라인 경험이 뇌에 전기자극을 가하여 촉각과 후각까지도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또 모르겠다.

 

애플이 주력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상품을 모두 온라인으로만 판매할 수 있었으나 애플은 소비자의 경험과 체험에 초점을 둔 매장을 만들었다. 그것이 애플스토어다. 애플스토어는 단순히 애플의 상품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화면 속으로만 보던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고 사용해보는 공간이다. 그래서 단순히 시간이 남아서 매장을 찾은 사람들도 그 체험을 통해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나오게 만들었다. 애플이 종교라면 애플스토어는 들어온 사람들을 선교하는 성전이자 사당인 셈이다.

 

유통업에서 목격되는 이러한 현상은 매우 의미 있는 사실을 전달한다.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공간은 소비자들에게 메리트를 안겨주지 못한다. 무엇을 팔고 무엇을 서비스하든 오프라인의 공간은 소비자들에게 경험과 체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경험에 치중한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매장의 해법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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