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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폐암 신약 '타그리소' 환자들끼리 사고팔기까지, 왜?

'돌연변이' 확인돼야 처방…당국 "허가사항, 제약사 의지" 제약사 "계획 없어"

2019.04.02(Tue) 17:18:30

[비즈한국] 김 아무개 씨(41)는 어떻게 하면 ‘타그리소’를 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폐암 투병 중인 그의 어머니(67) 때문이다. 김 아무개 씨의 모친은 2년 전 폐암이 발견돼 뇌까지 전이된 상태. 타그리소는 기존에 먹던 폐암 표적치료제인 ‘지오트립’보다 뇌 투과율이 높다. 그러나 아예 처방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른 폐암 치료제를 먹은 적이 있는 환자가 타그리소를 처방받으려면 T790M이라는 변이가 있어야 하는데 변이가 발견되지 않아서다. 김 씨는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가 매일같이 드나드는 폐암 환자 및 보호자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가슴아픈 일도 벌어진다. 투병 끝에 사망한 환자들이 먹던 타그리소를 사고판다. 간혹 사기꾼들이 카페에서 ‘타그리소를 판다’며 글을 올리고 약이 필요한 환자들은 사기인 줄 알면서도 속는 심정으로 전화를 한다. 도대체 타그리소가 무슨 약이길래 이렇게 됐을까.


# 암 환자들이 그토록 원한다는 타그리소는 무엇?

 

김 아무개 씨의 어머니가 앓고 있는 병은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 환자의 85~90%가 앓는 이 비소세포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다. 이 돌연변이는 암세포의 성장에 관여한다. 제약사들은 이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려 노력해왔다. 그 결과 1세대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 로슈의 ‘타쎄바’ 그리고 2세대 약물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이 등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1, 2세대 약물을 쓴 환자 대부분이 1~2년 사이에 내성이 발현됐기 때문이다.

 

‘타그리소’는 1, 2세대 폐암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신약이다. 타그리소정40밀리그램. 사진=약학정보원 제공


타그리소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판한 ‘3세대 폐암 신약’이다. 1, 2세대 약물보다 혈액뇌장벽(BBB) 투과율이 높아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된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국내에는 2016년 5월 19일부터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시판했다. 2024년 12월 25일까지 의약품 안전성을 평가하는 ‘의약품 재심사 기간’에 해당한다. 국내에 타그리소의 경쟁자는 없다. 지난해 4월 한미약품이 임상시험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타그리소와 동일한 효능을 지닌 ‘올리타’의 개발과 판매를 중단했다.

 

1, 2세대 EGFR 억제재에 내성이 생겨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처방받고자 하는 환자들은 조직검사나 혈장검체 검사를 통해 ‘T790M 변이 양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애초에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식약처로부터 이 조건을 지닌 환자들에게만 효능이 있는 약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아서다. 타그리소정40밀리그램은 ​한 알당 ​12만 1687원, 80밀리그램은 22만 7356원​. 하지만 변이 양성이 확인되면 급여가 적용돼 크게 저렴한 비용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

 

문제는 앞서의 김 씨처럼 변이 양성 판정을 받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활용할 길이 열려있으나 약제 처방 활성화가 안 되는 것. 앞서의 김 씨는 “내성이 와도 T790M이 없을 확률이 반이다. 약이 있어도 못 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월 16일 대런 크로스 아스트라제네카 의학부 박사도 국내 간담회에서 “T790M 변이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60%에 불과하고 그 중에도 절반은 변이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변이 양성 판정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타그리소를 처방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허가초과요법’을 이용하면 된다. 허가초과요법은 약사법령에 의해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약제 중 요양급여대상으로 급여목록에 고시된 약제의 허가 범위를 벗어나 처방·투여하는 요법이다. 요양기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승인을 받아 처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환자가 약제의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가격은 28알 기준 600만 원을 웃돈다.

 

허가초과요법을 이용하면 변이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환자들도 2차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처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환자가 약제의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가격은 28알 기준 600만 원을 웃돈다. 사진=독자 제공


환자들 사이에서는 변이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환자들도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처방받고 또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유전자 변이 미검출 암 환자에게도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길 바란다”는 청와대 청원에는 2일 15시 기준 4133명이 동의한 상황.

 

그러나 환자들의 요구와는 달리 갈 길은 요원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처음부터 변이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품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변이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환자들도 타그리소를 처방받고 급여 적용을 받게 하려면 제약사가 다시 의약품 변경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며 “환자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서 제약사에서 임상실험을 다시 거치거나 기존 임상실험 데이터에서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를 발굴해 식약처에 제출하면 식약처가 그 타당성을 검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만약 이것이 유일한 치료제라고 하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을 해서 환자들이 사용하기 어렵지 않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타그리소가 그런 약품에 해당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환자 수가 많거나 대체할 만한 약이 있는 경우에는 지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변이 양성 판정을 받지 않아도 2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를 처방받고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환자들의 요구와는 달리,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급여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 관계자는 “타그리소는 변이가 있는 환자들만 가지고 임상 연구를 진행한 후 그런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자료를 제출해서 허가를 받았다”며 “급여는 허가 범위 내에서 임상적 효과성과 비용효과성을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허가 초과 범위인데 이것을 급여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심평원 관계자는 “허가초과 승인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임상 근거가 쌓이면 그것을 나중에 급여화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여러 요양기관에서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게 타그리소를 쓰고 또 그것이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되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추가 임상계획 없다”

 

결국 식약처와 심평원이 환자의 요구를 들어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급여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더 논의하고 있는 상황은 없다”며 “추가적으로 임상 시험을 거칠 계획도 아직 없다”고 답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추가적으로 임상 시험을 거쳐 식약처에 자료를 새로 제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의 부담을 완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치료효과도 높은 경우가 가장 쟁점이 된다. 제약사와 보험공단이 위험분담을 하면서 급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쓰일 경우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타그리소는 2차 치료제로 먼저 의약품 허가를 받은 후 지난해 12월 26일 1차 치료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도 쓰일 수 있다. 아직 급여 적용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그러나 1차 치료제 급여 적용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심평원 관계자는 “제약사에서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 급여 확대를 해달라고 신청이 돼 있는 상태다. 내부 전문가 회의를 거친 후 보험 재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그 후 공단과 약가협상을 진행해야 된다”며 “이 단계를 다 거쳐야 급여 확대가 최종적으로 공고된다. 보통 150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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