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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M&A는 '공정거래'가 될까

독과점 해당되더라도 많은 예외 조항 존재…공정위 결론이 해외 경쟁당국에도 영향

2019.03.27(Wed) 11:05:45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쓸모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화제다. 시장 점유율 1, 2위 사업자가 결합할 때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 공정거래법 관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선 먼저 기업결합 제도를 살펴봐야 한다.

 

‘기업결합’이란 주식의 취득, 영업양수, 임원겸임, 합병 등을 통해 다른 회사에 지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제도는 기업결합으로 발생하는 경쟁 제한 효과가 경쟁 촉진·효율성 증대 효과를 능가하는 경우 이를 사전에 방지한다.

 

지난해 3월 퇴근 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남문을 나서고 있는 모습. 지난 3년간 대우조선 정규직만 3000명이 정리해고 됐다. 인수·합병 소식은 추가 구조조정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기업결합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반면,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 수를 감소시켜 관련 시장의 구조를 독과점으로 전환하거나 일부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가 기업결합을 신고하면, 공정위가 이를 심사한 후 시정조치를 내리는 기업결합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담당하는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은 경쟁제한성 유무다. 예를 들어 결합당사회사가 기업결합으로써 단독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경쟁을 배제할 능력을 확보하게 되고, 다른 경쟁사업자들이 이를 억제할 능력이 없다면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 이와 관련, 법원은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주식취득 사건에서 기업결합으로 국내 양대 피아노 생산·판매업체는 사실상 독점화되어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를 이용하여 가격인상 가능성이 커지므로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2006두6659 판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대형 조선사 수가 감소하므로 경쟁이 제한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금지해야 하는 걸까? 그러나 공정위 고시는 국제적 경쟁상황, 신규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 유사품의 존재, 강력한 구매자의 존재 등을 경쟁제한성의 완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마켓을 인수해 경쟁이 제한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오픈마켓 시장은 역동적인 구조이고,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이 그 예다(공정위 2009. 6. 25. 의결 제2009-146호).

 

또한 공정거래법은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하고,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 결합하는 등 공익적인 목적이 실현되는 경우 경쟁제한성이 있더라도 기업결합이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래된 사례이지만, 현대자동차가 기아·아시아자동차의 주식을 취득한 사안에서 공정위는 생산비용 절감효과로 효율성증대 효과가 발생하고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등의 이유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공정위 1999. 4. 7. 의결 제99-43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책간담회를 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시장의 앞날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경쟁제한성의 유무, 경쟁제한성과 효율성증대 효과의 비교형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즉, 기업결합 심사는 장차 시장에 나타날 영향을 예측해 경쟁제한성 유무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다른 규제에 비해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방향은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건에 대해 “외국 경쟁당국이 우리 판단을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을 먼저 내리겠다. 다른 국가 경쟁당국이 우리 판단을 무리 없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위 발언은 시장 상황을 볼 때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합병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 경쟁당국이 불허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나 정책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의 방향이 좌우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과거 공정위는 경제위기를 극복한 2002년 이후 기업결합 신고에 대해 엄격히 심사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에는 심사를 상당히 완화한 바 있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는 여전히 개별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업결합 심사가 자국 기업의 보호 수단으로 이용되는 측면도 있으므로, 공정위가 외국 경쟁 당국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이해된다. 이러한 예측대로 공정위가 처분을 내릴지, 공정위가 어떠한 근거를 제시할지 궁금한 대목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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