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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불황인데 유통업계는 '서점' 모시기 경쟁, 이유는?

일본 츠타야서점 영향 커,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 확대…중소서점은 생존 고민

2019.03.15(Fri) 14:04:28

[비즈한국] 유통업계가 서점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로 문을 여는 아웃렛, 백화점 등에는 서점이 필수 옵션처럼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점을 통해 고객을 모으는 집객 효과가 나타나고, 매출 상승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점 들어오면 고객 늘어난다? 서점 통한 집객 효과 톡톡 

 

지난해 12월 오픈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에는 1000㎡(326평) 규모의 중고서점 ‘예스24 기흥점’이 들어섰다. 6만여 권의 중고 도서를 비롯해 음반, 독서 소품 등을 판매한다. 서점 내에는 아이와 함께 독서할 수 있는 키즈존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여유롭게 배치됐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4월 매장을 리뉴얼하며 1900㎡​(580평) 규모의 영풍문고를 열었다. 서점 내에는 북카페, 원형 극장형 독서공간 등이 조성돼 독서는 물론 다양한 문화체험과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산동에 위치한 마리오아울렛도 지난해 3월 영풍문고가 입점했다. 마리오아울렛은 영풍문고 매장의 절반을 휴게공간으로 구성하는 등 고객편의에 신경 썼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마리오아울렛에 입점한 영풍문고. 고객을 위한 휴게공간 등이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사진=마리오아울렛 제공

 

유통가는 서점 입점을 통해 고객 유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업계에서 서점 입점을 확대하는 추세다. 매출 등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집객효과는 나타난다”며 “영풍문고가 3관 6층에 문을 열면서 고층부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 젊은 소비층은 주로 저층에서 쇼핑하고 돌아가는 추세였는데, 서점이 들어선 뒤 고층부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아동복 등 고층 매장의 매출도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 독서량이 연평균 8.3권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출판업계 불황도 이어지는데 이와 별개로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하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방문객이 늘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역할에서 한 발 나아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역할에 제대로 안착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서점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서점 내 버스킹, 북카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독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했고, 이에 따라 방문자 수 또한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을지로에 문을 연 아크앤북. 국내 서점 중 일본의 츠타야서점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OTD코퍼레이션 제공


# 오프라인 서점의 변신은 생존 위한 전략, 중소서점은 줄폐업 

 

국내 대형서점이 변신을 꾀하게 된 데는 일본 츠타야서점의 영향이 크다. 2015년 문을 연 츠타야서점은 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해 책뿐만 아니라 음악,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을 종합적으로 진열해 선보이고 있다. 방문객 수가 평일 1만 명, 주말 2만 명 수준에 달하며 일본 전역에 1400개 지점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 대형서점들도 츠타야서점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전략을 짰다.  

 

츠타야서점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난해 11월 을지로에 문을 연 아크앤북이다. 서점과 외식업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 콘셉트로 주목받는 이곳은 다양한 취향의 서적을 큐레이션 해 선보이고 있다. 서점 내 카페, 레스토랑에서는 서점에서 구입하지 않은 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신선한 시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아크앤북은 개점 후 꾸준히 방문객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평균 방문객 수는 주중 400명, 주말 700명에 달한다. 매출 역시 성장 중에 있다. 아크앤북을 운영하는 오티디(OTD)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매출이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목적성을 갖고 방문하기보다는 공간을 둘러보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의외로 매출이 높게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출판업계 불황에 해외에서는 이미 서점이 사라져가는 추세다.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의 간편성을 따라갈 수 없어 손님이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며 “책의 가치가 유효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만든 공간이다. 아크앤북의 공간, 콘텐츠 구성을 통해 취향을 발견하거나 일상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아크앤북의 매장 전경. 고객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OTD코퍼레이션 제공

 

대형서점의 변신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중소서점업계에서는 대형서점이 도서관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 작은 서점의 생존력을 약화시킨다고 반발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서점과 도서관은 해야 할 역할이 다르다. 서점이 도서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착화되면 동네 작은 서점은 생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완독하는 습관이 생긴 소비자들이 동네 서점에서도 책 구입을 하지 않아 소형서점의 매출이 줄어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전국에 소형서점이 2300여 개에 달한다. 소비자들이 서점에 들러 사진 찍고 책을 읽은 뒤 구매는 하지 않고 돌아간다. 대형서점의 경우 출판사에서 견본 도서 등을 제공하지만 중소서점은 모두 서점이 부담해야 한다”며 “단순히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생존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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