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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들려오는 ASMR…농부들의 유튜브 어디까지 봤니?

농사 노하우부터 먹방까지…귀농 인구 증가에 기여, 농가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도움

2019.03.15(Fri) 15:22:51

[비즈한국] 농부들도 유튜브 활용에 나섰다. 농촌에서의 일상을 담은 일명 ‘농촌 브이로그(VLOG·‘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등으로 먹방 진행은 물론 농사에 필요한 각종 기초지식·노하우 등을 영상을 통해 전달한다. 농기구·농기계 리뷰를 진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농부들은 이러한 콘텐츠가 농촌 이미지를 개선, 농산물 유통구조를 다변화해 매출 확대에 기여한다고 평가한다.

 

농부들도 유튜브 활용에 나섰다. 일부 유튜브 채널 소개 사진. 사진=유튜브 제공

 

# ‘​버라이어티 파머’​ 시작으로 농촌 유튜브 활기

 

국내에서 ‘​1호 농업 크리에이터’​로 불리며 처음으로 농업·농촌 유튜브 콘텐츠를 다룬 사람은 ​오창언 씨​다. 강원도 인제군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던 그는 2016년 12월 유튜브 채널 ‘​버라이어티 파머(Variety Farmer)’​를 개설, 농촌 관련 콘텐츠 제작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오 씨는 ​초기 ​주로 농촌에서의 일상을 영상으로 담다, 점차 콘텐츠 내용을 다양화했다.

 

오 씨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농사일을 도왔는데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다”​며 “​농업에 문화를 입혀 이를 널리 알려 보자라는 생각으로 각종 정보나 재미 요소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상당하다. 최근에 올라온 영상 조회수는 평균 5000회를 웃돌며, 일부 영상은 50만 회를 넘기도 했다. 구독자 수는 2만여 명에 이른다. 여행·뷰티·게임·음악 등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유튜버 못지않다.

 

오창언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카메라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오창언 제공


최근엔 버라이어티 파머 외에도 다양한 농사·농촌 유튜브 채널이 등장하고 있다. ‘​성호육묘장’ ‘​청도달콤한농장’ ‘​날라리농부’​ ‘농사직방’​ ‘​귀농7년차’ ‘​홍천그루터기농원’​ 등으로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대부분 2016~2018년에 개설됐으며, 적게는 1000명 많게는 9만 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풀뿌리농장’을 운영하는 석성수 씨는 “​시대가 바뀌면서 농촌에서도 미디어를 활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과거엔 블로그였다면 지금은 유튜브에 많이들 도전한다”​며 “​그러다 보니 네이버 등 일부 IT 기업에선 영상제작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나를 포함한 일부 농부들이 그 혜택을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농사 ‘​노하우’​부터 ‘​​먹방’​까지…배경, ​소재 신선

 

이들 유튜버들은 주로 농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초 지식, 노하우 등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좋은 농지를 고르는 법, 과일을 크게 키우는 비결은 물론 달팽이·노린재 제거 등에 효과 좋은 농약 등까지 세세하게 일러주는 것이다. 한파 시기엔 나무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를 가늠하는 법 등도 알려준다. 작물에 상처내지 않고 수확하는 비결도 숨기지 않고 전달한다.

 

농기구, 농기계 리뷰도 진행한다. 호미, 모종삽, 풀낫, 레이크 등에 대한 기초적인 활용법, 사용 시 주의사항 등이다. 특정 트랙터 모델이나 전동전지가위 등 새로운 농기계 소개도 하며, 이들 기계의 실효성, 관리법도 빼놓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가온파의 힐링라이프’를 운영하는 김영대 씨는 “​2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귀농을 꿈꾸거나 이미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나 같은 실수, 실패를 겪지 않도록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태웅이네’​ 영상 캡쳐


농촌에서의 일상을 담은 일명 ‘​농촌 브이로그’도 흥미롭다. 일정기간 발효한 소똥을 트랙터로 나르거나 말벌을 제거하기 위한 고군분투, 새 묘목을 심는 모습 등을 여과 없이 방영한다. 보는 이들은 농촌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집에서 키우는 염소, 토종닭, 토끼 구경은 덤이다. 일부 유튜버는 눈 밟는 소리, 계곡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소재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을 선사하기도 한다.

 

‘먹방’도 새롭다. 비닐하우스에서 배추를 따자마자 배추전을 요리해 먹거나 솥뚜껑 위에 삼겹살을 구워 시식, 산속에서 폭설 맞으며 라면도 먹는다. 직접 담가 먹는 막걸리는 함께 등장한 출연진들의 흥을 돋운다. 배경과 소재의 신선함이 특징이다. 이들 콘텐츠의 주 소비자층은 중년들이다. 앞서의 오창언 씨는 “​초기엔 10~30대 구독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40~60대가 많다”​며 “아무래도 농사에 관심이 많거나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유튜브 채널 ‘청도달콤한농장’​에서 눈 밟는 소리를 소재로 한 ASMR 영상 캡쳐.


# 매출 확대 등 농촌 활성화 기여

 

유튜버들은 농업·농촌 콘텐츠가 농가 매출 확대, 이미지 개선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한다. 김영대 씨는 “​직접 재배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다 보니 농산물, 농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 이는 곧바로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를 유도해 매출 확대로 이어진다. 유통 구조가 다변화되는 셈이다. 구매문의 등도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오창언 씨는 “​각종 미디어 홍보, 지자체 교육에서 전달되는 내용엔 허황된 부분이 많다. 농부들의 유튜브는 거짓 없고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며 “​일부 농부들은 농가 브랜딩, 부가소득 창출을 위해 유튜브에 뛰어들기도 하는데, 이들 시도는 농가 이미지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일부 독자들은 농촌이 이토록 재미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내놓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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