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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숟가락을…" 금융결제 혁신안에 은행·카드사 반발 까닭

핀테크 기업 리스크 관리 능력 부족, 후불결제 허용 등 비판…"입지 축소 우려 반발"

2019.03.12(Tue) 14:04:23

[비즈한국] 핀테크 기업 A 사의 앱 하나로 B, C 은행 계좌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결제는 물론 송금까지 가능하다. 대중교통 이용료 지불, 신용결제도 문제 없다. 해외여행 시 환전할 필요도 없다. A 앱으로 외국환 결제가 가능해져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핀테크 사업 활성화를 통해 이를 실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픈뱅킹(공동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관련 인프라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하지만 기존 금융권은 핀테크 기업의 안전성, 전문성 부재 등을 근거로 금융위 방침이 적절치 못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일각에선 금융권이 자신들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난 2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회장들과 핀테크 금융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혁신을 위한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핀테크, 금융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안은 폐쇄적인 금융결제 인프라를 개편해 다양한 결제서비스·플랫폼의 출현, 경쟁을 촉진할 것을 목표한다. 최 위원장은 “핀테크 기업은 금융권 파이를 나누는 대상이 아니라 파이를 키워줄 우리 금융의 미래”​라며 “​스스로 개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금융결제망 이용료 인하, 후불결제 서비스 등 허가 

 

혁신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안으로 ‘​오픈뱅킹’​을 구축해 모든 핀테크 기업이 금융결제망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픈뱅킹은 개별은행과 제휴 없이도 은행의 자금이체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건당 400~500원의 현행 결제망 이용료는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인하할 예정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겐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다.

 

중장기적으론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처럼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여, 독자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른바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등으로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계좌를 발급·관리하고 금융상품 중개·판매를 장려하는 것이다. 

 

소액 범위 내 후불결제 서비스 제공도 허가한다. 미국 온라인결제 시스템 ‘​페이팔’​처럼 여신 서비스 영위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제도화 여부는 올 2분기 이후 검토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간편 결제 이용·충전한도를 현행 200만 원에서 300만~500만 원까지 확대하고, 외국환 간편 결제 업무 등을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핀테크 업계는 금융위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핀테크 업계는 이러한 금융위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핀테크 업체가 이를 환영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오픈뱅킹이 구축되면 은행들과 일일이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어진다. 망 이용료도 대폭 낮아지니 여타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구체화 된 부분이 아직 적어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공과금, 교통비 결제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침이 현실화 될 경우 긍정적인 영향은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은행권·카드사 안전성 등 우려, 경쟁 부담

 

반면 은행권은 금융위 방침에 볼멘소리를 낸다.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결제망에 들어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안정성, 전문성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재무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뒤 금융결제망에 들어와 자금을 주고받고 있다. 망 안정성 유지를 위한 전문 인력도 투입 중”​이라며 “​핀테크 업체의 경우 각종 금융 리스크 발생 시 당장 이를 해결할 재무능력, 충분한 자금 지급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이들 기업에게 결제망을 개방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은행권이 쏟은 노력을 존중치 않은 처사라는 뒷말과 함께 각종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결제망은 단기간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은행들의 자본, 노하우 등이 투입돼 형성된 것인데 수수료를 대폭 낮춰주는 건 적절치 못하다”​며 “​핀테크 업체가 숟가락만 얻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은행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핀테크 사업이 발전하면 대면 서비스 제공 필요성이 줄면서 오프라인 창구 운용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이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사가 또 하나 늘어나는 것과 다름없다.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사업 활성화 계획에 카드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후불결제 서비스의 경우 사실상 신용카드만이 갖던 기능인데 이를 핀테크 업체에게도 허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사진=임준선 기자


카드사들 불만도 적지 않다. 후불결제 서비스의 경우 사실상 신용카드만이 갖던 기능인데 이를 핀테크 업체에게도 허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결국 신용공여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후불결제 한도가 지금은 소액이지만 허용되는 규모가 점차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무 정책에 대해 왈가불가 할 순 없지만, 정부가 제로페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추가 방침 발표로 카드업계는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더군다나 카드업계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으로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깎아야만 했다. 수익 감소 우려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방향은 옳으나 핀테크 기업의 보안 등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핀테크 사업이 발전할수록 결제망 등에 대한 접근 허용은 불가피한 만큼 방향은 옳다. 다만 금융권에선 자기네들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이용자들 피해가 없도록 기존에 금융을 전문으로 하지 않던 핀테크 기업 등의 보안성, 자격 심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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