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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업무추진비 급증…조합장 선거 '혼탁' 실상

한 단위농협 자료 확보, 해당 조합장 "모르는 일"…토론회 등 금지 위탁선거법 탓도

2019.03.08(Fri) 16:51:42

[비즈한국] 서울의 한 단위농협 A 조합장이 ‘2019년 제2회 전국조합장동시선거’를 앞둔 지난해 3억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비즈한국’​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A 조합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한 해 평균 500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써오다가 조합장 선거를 앞둔 지난해 평소의 6배가 넘는 3억 1605만 원을 지출했다. 2018년 2월 22일에 6167만 원, 그 해 10월 10일에 6722만 원, 12월 17일 1억 62만 원 등 하루 사이에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돈을 쓰기도 했다. 업무추진비를 사전 선거 활동에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의 한 단위농협 조합장이 제2회 조합장 선거를 앞둔 지난 한 해 3억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논란이 예상된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 선거운동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A 조합장은 업무추진비의 용도에 대해선 모른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6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업무추진비를 한푼도 쓴 기억이 없다. 그 내역은 총무과에서 관리하니 거기에 물어보라”고 간략하게 답했다. 같은 날 이 농협 총무과 관계자는 “정확한 사용 내역은 확인해봐야 한다. 다만 원래 다른 비목에서 나가던 돈이 용도를 바꿔서 업무추진비에서 나갔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확인 결과를 통보해주겠다고 했지만 만 이틀이 다되도록 답이 없었다.

 

농협중앙회가 각 단위농협의 업무추진비 사용한도나 용도를 제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각 조합장의 연봉이나 업무추진비 한도는 단위농협의 이사회가 별도로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각 조합장의 연봉이나 업무추진비는 매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 예산안 내에서 사용된다. 그 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유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가이드라인이 되는 별도의 규정은 없고, 조합마다 총회를 거쳐 기준이 정해진다”라고 밝혔다.

 

조합장 선거를 치러본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사회나 주주총회 구성원은 조합장과 친분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비용이 발생했을 때 그 영수증을 내면 업무추진비로 처리되는 구조다”라며 “조합장 선거는 인맥과 돈으로 치러지며 현직 조합장에서 유리한 구조”라고 귀띔했다.

 

# 13일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오는 13일 전국 1344개 농협·축협·​수협·​산림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지난 2월 26~28일 후보등록을 거쳤고 14일간 선거운동을 한다. 조합장 선거는 조합원을 상대로 짧은 유세 기간 동안 벌어지는 특성 탓에 돈으로 표를 사는 세태가 계속돼왔다. 이를 막기 위해 2015년 처음 동시선거 제도가 도입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조합원을 상대로 짧은 유세 기간 동안 벌어진다는 특성 탓에 돈으로 표를 사는 세태가 계속돼왔다.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대책회의에서 박영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여러 건이 적발됐다. 경북경찰청은 조합원 28명에게 현금 1290만 원을 뿌린 혐의로 경북 상주축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등 2명을 구속했다. 광주지검은 5만 원권 지폐 10장을 고무줄로 묶어 악수하면서 조합원 손에 준 광주 광산 축협조합장 후보를 구속했다. 경남의 한 산림조합 조합장 출마 예정자는 지난 1월 조합원 8명에게 10만 원 상품권을 1장씩 돌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2015년 제1회 동시선거 당선자 중엔 위법행위로 무효 처리된 당선자가 52명에 달했다.

 

2014년 당시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웃 단위농협의 조합장들이 짜고 ‘취업 품앗이’를 한 정황이 다수 드러나기도 했다. 예를 들면 B 조합장은 딸을 C 조합장의 농협에 취업시키고, C 조합장은 아들을 B 조합장의 농협에 취업시키며 서로의 자녀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C 조합장의 농협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던 B 조합장의 딸은 현재 정규직으로 전환돼 근무하고 있다.​

 

조합장 선거가 치열한 이유는 따로 있다. 조합장은 1억 원 안팎의 연봉을 받지만 그보다 많은 업무추진비를 쓴다. 기사와 차량을 제공받고 단위농협 직원 100여 명의 인사권도 휘두른다. 이렇다보니 조합장 자리를 두고 구청장·국회의원을 지낸 후보와 광역의회 의원 출신 후보 등이 격돌하는 경우도 있고, 전직 구청장이 조합장에 도전하기도 한다. 

 

# ‘양날의 검’ ​위탁선거법

 

조합장 후보 중엔 유독 현직 조합장이나 조합 출신 직원이 많다. 4~5선 등 다선 조합장도 수두룩하다. 조합장 선거는 소수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치러지기 때문에 기존의 조합원과 원만한 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관리관들이 오는 3월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투표 운용 장비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탁선거법이 조합장 선거를 음지로 밀어 넣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대담이나 토론회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물론 배우자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돈 선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였겠지만 유권자의 알 권리마저 제한하는 ‘깜깜이 선거’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5년 선거 이후 위탁선거법의 문제는 헌법소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엔 비후보자 제도와 대담·토론회 등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의해 관리되는데, 비현실적으로 과다하게 기득권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신규 후보자의 유입을 원천 봉쇄하고 은밀하게 제도가 금품 선거를 조장하는 측면도 존재한다”며 “조합의 자본 형성엔 국가의 기여가 크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다. 공적인 기능도 담당하는 조합 선거는 투명하게 치러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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