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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불법 틴팅 난무…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는 죽었다

전면 투과율 70% 미만, 운전석 좌우 40% 미만 불법…업체는 당당히 불법 제품 홍보

2019.03.05(Tue) 15:56:45

[비즈한국] ‘70%와 40%.’​ 2013년 6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르면 자동차 앞면 창유리의 투과율은 70% 미만,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는 40% 미만일 때 운행이 금지된다. 요인 경호용, 구급용 및 장의용 자동차만이 예외로 인정된다. 

 

그러나 경찰이 단속의 손을 놓은 사이 아무도 지키지 않는, 죽은 법이 되어 버렸다. 최근 틴팅을 위해 업체에 갔더니 투과율 50%를 넘는 필름은 아예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도로교통법이 투과율 70%, 40%를 지정한 이유는 외부에서 운전자가 보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차들을 보면 밖에서 운전자가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뒷좌석 좌우 옆면과 뒷면 창유리는 투과율 제한이 없다. 

 

2010년 이후 출시된 차(첫째, 둘째 사진)들은 대부분 불법 틴팅이 된 경우가 많다. 반면 2010년 이전 출시된 차들(셋째, 넷째 사진)은 실내가 보이는 차가 많다. 사진=우종국 기자


흔히 자동차 유리에 필름을 입혀 농도를 높이는 것을 ‘틴트(tint)’ 또는 ‘틴팅(tinting)’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썬팅’이라는 말로 많이 쓰이는데, 콩글리시다. ‘썬트(sunt)’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유리에 필름을 입히는 주요 이유는 자외선, 적외선 등 유해광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 돌아다니는 사진 중에 버스를 30년 운전한 기사의 왼쪽 얼굴만 유난히 늙은 모습이 있다. 지금은 그럴 우려는 없다. 아무리 싼 필름이라도 자외선은 99% 이상 다 막아주기 때문이다. 

 

대신 열차단율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필름이 진할수록 열차단이 잘 될 것 같지만, 필름의 농도는 열차단율과 상관이 없다. 농도가 진한 저가형보다 농도가 연한 고가형 제품이 열차단율이 더 높다. 같은 모델명인 경우 농도가 진할수록 열차단율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법적 투과율을 어기는 가장 큰 이유는 ‘프라이버시’로 추정된다. 어느 순간 외부에서 운전자가 안 보이도록 하는 것이 한국의 자동차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사고 위험은 높아진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뒤차는 앞차를 통해 그 앞의 차들 상황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법 틴팅이 만연한 경우 앞차부터 시야가 가려진다. 앞의 앞차에서 추돌이 일어날 경우 뒤차에서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앞차 상황이 보이지 않으니 연속 추돌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주위 차들이 운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운전자가 한눈을 팔거나 딴 짓을 할 경우 위험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음주운전, 졸음운전, 휴대폰 조작 등 부주의한 행동을 주위 차들이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운전자가 보이지 않으면 위험을 감지할 수 없다.

 

셋째, 보행자들이 횡단보도 등을 건널 때 운전자와 시선을 마주하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그러나 운전자가 휴대폰을 보고 있는지, 한눈을 파는지 알 수가 없으면 보행자들이 대비할 수 없다. 

 

넷째, 운전자의 야간 전방 가시거리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가로등이 없는 길에서는 가시거리가 급속히 줄어든다. 비 오는 시골길에서 검은색 우비를 입고 도로가를 걷는다면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진국에선 짙은 틴팅이 없다는 것도 한국의 교통문화가 후진적임을 보여준다. 미국, 싱가포르 등은 차량 내부에 무기 적재를 막기 위해 짙은 틴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유럽처럼 자동차문화가 오래된 곳도 짙은 틴팅을 한 차들을 보기 힘들다. 자동차는 본래 주위 운전자 및 보행자와 소통하면서 운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불법 틴팅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도 모를 정도로 선을 넘었다. 불법 틴팅이 ‘쉬쉬’하며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단속에 손을 놓은 사이 너무나 당당하게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유명 차량용 필름 브랜드인 루마와 칼트윈(아이나비 계열)의 홈페이지에선 가시광선 투과율 5~50%를 당당히 홍보하고 있다. ‘전면용’으로 분류된 제품도 50%까지만을 홍보하고 있다. ‘측면용’이라 하더라도 운전석 좌우 측면의 경우 40% 미만은 불법이다. 

 

루마 비산티 제품(위)과 칼트윈 제품 홈페이지 홍보 내용(아래). 가시광선 투과율 5~50%를 주력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제품을 전면 유리창에 쓰면 불법이다. 운전석 좌우 유리창에도 투과율 40% 미만을 사용하면 불법이다. 사진=루마, 칼트윈 홈페이지

루마 비산티 제품(위)과 칼트윈 제품 홈페이지 홍보 내용(아래). 가시광선 투과율 5~50%를 주력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제품을 전면 유리창에 쓰면 불법이다. 운전석 좌우 유리창에도 투과율 40% 미만을 사용하면 불법이다. 사진=루마·칼트윈 홈페이지


이에 대해 씨피에프 루마코리아에 문의하자 “메일을 달라”고 하여 메일을 주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칼트윈·아이나비를 판매하는 팅크웨어에 문의하자 “담당자가 연락하도록 전달하겠다”고 하였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담당자에게 “왜 불법 틴팅 단속을 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자 “이 부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속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손을 놓고 있고, 업체는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가기 급급하다 보니 틴팅 규제를 명시화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8조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사망자는 3.3명으로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배로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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