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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상처를 노래하는 이랑과 치유의 치즈케이크

심드렁한 말투로 전하는 상처가 가득한 이야기 앞에서 나는…

2019.03.05(Tue) 08:58:39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마블이나 DC에서 다룰 법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누구나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고, 기사를 보고, 텔레비전을 켜고, 영화관에 가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열고, 유튜브를 본다. 그곳엔 언제나 한 다리 건너 흥미진진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한다. 나의 뇌는 상대방의 말, 목소리, 손짓, 표정, 냄새 등으로부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한다. 이해하지 못한 혹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정보는 미트볼처럼 대충 둘둘 뭉뚱그려진 감정이 되어 머리가 아닌 가슴을 친다.

이랑 - 가족을 찾아서

 

너희 아빠는 왜 네가 딸이라는 이유로 네가 서울로 대학 가는 것을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까. 너희 아빠는 왜 입만 열면 널 불행하게 만들까. 널 불행하게 만드는 선택을 종용할까. 네 남자친구는 왜 너를 그렇게 대할까. 왜 너를 깎아 내리고 너를 비참하게 만들까. 너의 팔다리를 잘라 작은 박스에 욱여넣어서 얻는 것은 대체 뭘까. 

겪어보지 못한 동시에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맨입으로 듣고 있자니 상대방의 덤덤한 목소리에서 오히려 더욱 쓴맛이 난다. 완충제가 필요하다. 

유쾌하게 놀자고 만나는 것이 아니니 멀리 갈 수 없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는다. 마음이 힘들 때는 생소한 것보다 익숙한 것이 좋다. 우리 곁에 오랜 세월 머무른 치즈케이크가 좋겠다. 

이제 치즈케이크는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다. 조그만 쇼케이스라도 있는 카페엔 어김없이 치즈케이크가 있다. 상황이 이러하면 훌륭한 치즈케이크를 찾기 어려워진다. 검색을 하면 무수한 치즈케이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훌륭한 치즈케이크를 빠르게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머릿속 한편에 집 주변 맛있는 치즈케이크를 잘 보관해 둔다면 매우 용이하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미카야(Michaya)로 향한다.

이랑 - 신의 놀이

 

나는 겪지 않았고 겪을 필요도 없었던, 때문에 너 또한 마땅히 그랬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겪고야 말았던, 그리고 나는 미처 몰랐던 수많은 이야기 앞에서 힘을 잃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런 이야기는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얽히고 설킨 다른 이야기들이 또 줄줄이 달려 나온다. 욕을 섞어 허공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 

한국에서 오랫동안 널리 쓰이는 관용어구이자 마법 주문 중 하나인 ‘너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수많은 개인을 압박하고 자신의 죄를 가리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이랑은 이 치사한 퀘스트에 ‘NO’를 눌렀다. 이랑은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다. 

상대방이 심드렁한 말투로 전하는 상처가 가득한 이야기 앞에서 나는 대답이 궁색해진다. 할 수 있는 말도 행동도 없는 이 대화 속에서 미카야의 레어치즈케이크가 도움을 준다. 이 케이크는 이야기 속 슬픈 부분의 일부를 끌어안고 입 안에서 사르륵 녹아 사라진다. 훌륭한 치즈케이크는 굉장히 익숙해서 눈치 챌 수 없이 절묘하게, 그리고 슬쩍 위로와 약간의 힘을 준 뒤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미카야의 레어치즈케이크  사진=이덕 제공


앞으로 좋은 이야기만 계속 됐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겠지.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그리고 계속되는 이야기. 장담할 수 없지만 어쩌다 보니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너의 이야기와 이랑의 이야기. 그리고 알고 보니 그 자리에 계속 있던 미카야에서.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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