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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노르웨이는 어떻게 '네덜란드병'에 안 걸렸나

노르웨이 석유기금으로 해외투자, 주식 비중 60% 이상 일관된 운용 전략 지켜

2019.03.04(Mon) 12:10:38

[비즈한국] 모든 나라가 다 부유해지는 세상이 언젠가 오겠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누구나 부유한 나라가 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부자 나라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첫 번째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생산성을 끊임없이 향상시킴으로써 부유해지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과 스웨덴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 나라들은 세계 특허의 상위권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투자함으로써 추격자를 뿌리치려 애쓴다.

 

노다지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돈을 한푼도 건드리지 않고 미래를 위해 보존하고 또 심지어 잘 운용하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세계 최고의 부국, 노르웨이다.


두 번째는 부자 나라 옆에 터를 잡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남유럽 몇몇 나라들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혁신 산업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2만 달러 혹은 그 이상 수준을 유지한다. 이들이 부유해진 이유는 ‘지리적 조건’ 덕이다. 부유한 이웃들이 쉬러 오거나 혹은 낮은 임금을 이용하기 위해 투자함으로써 부유해진다. 

 

물론 부유한 이웃들이 경쟁력을 잃어버린 산업을 이전시키는 효과도 누린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남유럽 재정위기 사례가 보여주듯, 부유한 이웃이 어려움을 겪을 때 더 큰 불황을 겪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마지막 방법은 ‘노다지’가 터지는 것이다. 카타르나 브루나이처럼, 천연가스 및 귀금속이 다량 묻혀 있는 경우에도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네덜란드병’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50년대 후반 북해에서 대규모 유전(및 천연가스)이 발견된 이후, 에너지 등 극히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을 ‘네덜란드병’이라고 부른다. 즉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횡재가 나타나는 경우 오히려 경제가 만성적인 불황에 접어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쉽게 봐도, 중동이나 라틴 아메리카 경제는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따라 극심한 경기 변동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노다지가 터졌음에도 이 돈을 한푼도 건드리지 않고 미래를 위해 보존하고 심지어 잘 운용하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세계 최고의 부국, 노르웨이다. 미국 CIA에 따르면, 세계에서가장 부유한 나라는 유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이고, 그 다음은 룩셈부르크다. 그러나 이들 나라 대부분이 아주 작은 도시국가이거나 혹은 조세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부유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노르웨이는 어떻게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모아둘 생각을 했고, 또 세계의 모든 연기금이 부러워할 정도로 높은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오랫동안 이 비결이 궁금했는데, 최근 발간된 책 ‘노르웨이처럼 투자하라’ 덕분에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는 어떻게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모아둘 생각을 했고, 또 세계의 모든 연기금이 부러워할 정도로 높은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제일 먼저 노르웨이가 북해 유전 개발로 얼마나 큰 횡재를 했는지 살펴보자.  

 

훗날 에코피스크라고 불리게 된 이 유전은 1971년 생산에 들어가 지금까지 약 6억 5000만SCM(Standard Cubic Meter)으로 환산되는 양의 원유를 생산했다. (중략) 이 유전을 발견한 지 35주년을 맞아 그 가치를 따져본 결과, 약 1500억 유로(약 192조 원)로 추산됐다. 노르웨이 국민 1인당 3만 7000유로(약 4800만 원)에 달하는 수치다. -책 35~37쪽.

 

이 막대한 자금을 국민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고, 또 정치가들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를 쓰지 않고 저축하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 전 네덜란드는 자국에서 막대한 양의 가스를 발견했지만, 노르웨이처럼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수출 대금을 해외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 산업은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면서 많은 자금을 빨아들였고, 반대로 다른 산업부문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다. 해외에서 유입된 막대한 외화로 굴덴화(네덜란드 화폐 단위) 환율이 급등했고,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중략)

 

굴덴화의 강세 영향으로 네덜란드 소비자들의 수입수요가 증가하면서 내수 산업이 몰락했다. (중략) 이후 경제학자들이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고, 이 용어는 1977년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리면서 완전히 정착됐다.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네덜란드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노르웨이 식 처방전이다. 원유 판매로 들어오는 수입을 해외에 바로 투자함으로써, 노르웨이 크로네화의 절상 압박을 막아냈다. 이를 통해 노르웨이는 석유가 고갈된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고, 다른 산업 부문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있도록 유도한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천연자원을 여러 세대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현명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경탄 받아 마땅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책 39~40쪽.

 

참으로 지혜로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노르웨이는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고 있을까?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기본적으로 주식 비중을 60% 혹은 그 이상 수준으로 가져가며, 심지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극단적 위기가 찾아와도 이 원칙은 변화하지 않는다. 

 

2007년에 다시 한 번 커다란 발전이 있었다. 석유기금의 주식 비중을 최대 60%까지 높이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주식비중이 대대적으로 높아진 것은 2008년부터였다. 이 해는 주식시장이 폭락한 해였기에 주식과 관련된 기회와 위험을 제대로 살펴보기에 제격이라 할 수 있다. (중략)

 

노르웨이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60%라는 목표 비중을 포기하지 않고, 다른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고 있을 때에도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였다. 가격은 엄청나게 떨어졌고 (중략) 2009년 초까지 끝 모를 하락세가 이어졌다. (중략) 2008년 말 49.6%이던 주식 비중은 2009년 말 62.4%까지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석유기금은 2008년 엄청난 손실을 보았으나 2009년에는 그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익을 거두었다. -책 62~63쪽.

 

이상과 같은 일관된 운용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결과,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어마어마한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다. 1998년 이후의 연 평균 수익률은 6.4%에 달한다. 특히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급등락하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 석유기금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0년으로 당시 독일 DAX지수는 7.5% 하락했지만 노르웨이 석유기금의 수익률은 +2.5%를 기록한 바 있다.

 

출처=‘노르웨이처럼 투자하라’ 43쪽


이런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한 이유는 노르웨이 석유기금이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처럼 주식시장이 침체되어 있을 때에는 채권 투자에서 손실을 만회해주며, 반대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식이 채권 투자의 손실을 만회해줌으로써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결과 2017년 9월 말 기준, 운용 자산은 8450억 유로(약 1082조 원) 규모로 불어나, 노르웨이 국민들은 석유가 고갈된 다음에도 충분히 유복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상과 같은 노르웨이의 성공담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자산의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장기간 그리고 적절하게 자산을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워런 버핏처럼 50년 이상의 세월 동안 탁월한 성과를 기록하는 천재적인 투자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만일 워런 버핏의 길을 따를 자신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르웨이 석유기금처럼 운용해보는 게 어떨까? 예전에는 해외 투자의 제약이 많았지만,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 수단이 개발되고 또 활성화되는 만큼 이제는 우리도 새로운 성공담을 써보기를 기원해 본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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