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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폴더블 아닌 게 다행' LG V50 듀얼 디스플레이를 위한 변명

관망은 충분히 현실적이고 전략적 선택…'타이밍'이 소비자 오해 불러와

2019.02.28(Thu) 14:45:19

[비즈한국] LG전자는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최초의 ‘롤러블 TV’​​를 내놓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디스플레이가 환상적으로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는 올해 선보인 최고의 혁신이었다.

 

LG는 2월 말에 열린 MWC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했다. LG가 폴더블 스마트폰 대신에 디스플레이를 하나 붙인 ‘폰더블’ 액세서리를 내놨기 때문이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나도 이번에는 놀랐다. 2008년 소니가 마우스와 결합한 전화기를 내놓았을 때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니가 2008년 내놓은 마우스 겸용 전화기, 마우스로 쓰다가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으라고 만들었다. 소니가 전화기를 다리미와 결합하지 않아 다행이다. 사진=소니 제공

 

며칠이 지났으니 이제 냉정함을 되찾을 때가 됐다. LG가 선보인 듀얼스크린 기술 자체는 크게 비난 받을 게 아니다. LG V50 씽큐의 핵심 기술이 아니라 추가 액세서리 개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본 구성이 아니라 추가 구매 개념이다. 즉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액세서리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을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덱스 스테이션’이나 갤럭시 노트 부착용 전용 키보드 등을 추가 액세서리로 내놓은 적이 있다. 이건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확장성을 높여주는 옵션이니 오히려 칭찬해야 한다. 그런데 V50 씽큐에 대한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타이밍이 문제다. 전 세계 이목이 폴더블 스마트폰에 집중됐을 때 내놨기 때문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들 기술이 없어 급조한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듀얼스크린은 일본의 NEC와 소니 태블릿 등에서 이미 실험한 적이 있는 오래된 기술이다. 유명한 예로 ‘닌텐도’가 있다. LG는 무선연결을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사진=LG전자 제공

 

그렇다면 왜 LG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대신에 듀얼스크린을 선보인 것일까? LG전자가 폴더블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 LG 디스플레이는 아시다시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졌다. 그런데 접히는 폴더블 패널 양산은 삼성 디스플레이나 BOE(화웨이의 폴더블 패널 생산업체)보다 늦었다.

 

LG디스플레이의 대화면 OLED 패널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롤러블 TV와 세계 최대 크기의 OLED TV를 거침없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용 OLED 패널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편이다. IPS LCD가 너무 잘 팔려서 현실에 안주했을 수도 있다.  

 

기술은 있었지만 내놓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유는 LG MC 사업부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1, 2위의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화웨이에 비해 LG전자의 시장 점유율 자체는 크지 않다. 시장 점유율 면에서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실패해도 100만대 판매가 어렵지 않지만 LG전자는 성공해도 100만 대 판매가 어렵다. 규모의 경제에 있어 불리하다. 따라서 LG전자에서 폴더블이 나왔다면 화웨이나 삼성전자보다 더 비싼 가격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또 폴더블 시장이 크게 흥행하지 못한다면 타격도 상위 업체에 비해 더 크다. LG전자가 쉽사리 도박에 나설 수 없던 이유다. 

 

비슷한 전례가 있다. 커브드 스마트폰이다. 커브드 디스플레이 역시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커브드는 스마트폰이 휘어서 가로나 세로 사이즈가 살짝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이 기술은 아시다시피 대중화에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라운드’, LG전자는 ‘G플렉스’를 두 종류 내놨지만 모두 반응이 없었다. 세로 사이즈는 미세하게 줄지만 두께가 두꺼워지는 역효과가 있어 휴대성에 큰 도움이 안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이 없었지만 LG전자에게는 큰 트라우마였다. 

 

폴더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게임 용도나 멀티태스킹 용으로는 장점이 크다. 필요 없을 때는 뗄 수 있다는 게 폴더블 스마트폰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진=LG전자 제공

 

나는 LG전자가 이번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에 오히려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G5의 모듈 스마트폰이나 커브드 스마트폰처럼 세계 최초 경쟁에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던 LG MC 사업부는 이번에는 관망을 택했다. 아직은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고 모험을 줄이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폴더블 경쟁에 무리하게 참여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아직 완성된 카테고리가 아니다. 폴더블을 그대로 뛰어넘고 디스플레이가 말리는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스마트폰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더 완성도 높은 기술이 나왔을 때 올인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 다만 뭔가 아쉬워서 내놓은 듀얼스크린 스마트폰이 너무 크게 부각된 것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V50 씽큐 출시 시점에 슬그머니 액세서리로 소개해도 될 뻔했다. 다시 말하자면 타이밍이 문제였다. 

 

폴더블 얘기를 좀 더 해보자. 폴더블 스마트폰은 커브드 스마트폰보다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성공 가능성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가 반으로 접혀서 휴대성이 좋아진다. 그런데 두께의 증가는 막을 수 없다. 지금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들의 두께는 15mm가 넘는다. 무게도 300g 이상이다.

 

또 사람들은 접힌 면에서 완벽한 마감을 원했지만 실제 결과물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 로욜은 비웃음거리가 됐고 화웨이의 ‘메이트X’도 접합부의 우글거림을 피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는 훨씬 완성도가 높았지만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접합부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폴더블 스마트폰도 대중화에 실패할 수 있다. 

 

물론 폴더블 기술은 현재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는 접합부의 흔적이 사라지고 정말 뛰어난 몰입감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두께와 무게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겠지만 몰입감이나 사용성 면에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원 폴더블이지만 투 폴더블, 쓰리 폴더블이 나오면 5인치 화면이 15인치로 확장되는 마술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래의 일이다. 현재 나온 폴더블 스마트폰의 접합부 흔적이 선명하다면 사용하며 내내 눈에 거슬릴 수 있다. 오히려 필요할 때만 스크린을 붙여 쓰고 평소에는 일반 휴대폰의 두께와 무게를 가진 LG V50 씽큐는 합리주의자들에게 좋은 제안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합리주의자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도로는 대부분 110km 제한속도가 걸려 있지만 자동차들은 모두 200km가 넘는 속도계를 달고 나온다. 내가 이 ‘멋진신세계’에서 누누이 얘기했지만 어차피 최신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사는 이유는 남에게 자랑하기 위함이 크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첨단 기술과 부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낼 수 있고 점심식사 시간에 스타가 될 수 있다. 비록 사용상의 불편은 있을지언정 영광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LG V50 씽큐의 듀얼스크린은 남에게 자랑할 만한 기술은 아니다. 소비자에 따라서는 실용적이지만 몰래 숨어서 사용하는 게 속 편하다. 남들이 폴더블폰이냐고 물으면 한참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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