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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며…' 김혜란 우프코리아 대표

농가는 숙식 제공, 외지인은 일손 도움…"금전 거래 없는 교류로 농촌 활성화 도모"

2019.02.27(Wed) 15:21:42

[비즈한국] 고즈넉한 시골 마을. 낯선 외지인이 한 농가의 일손을 돕는다. 농가 주인은 외지인을 위해 편안한 잠자리,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외지인은 농촌의 일상·문화를 경험하고 농부는 농사 효율성을 높인다. 자연스레 이뤄지는 서로의 가치관 교류는 덤이다. 사단법인 비영리단체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코리아’​가 올해로 23년째 매개, 주도하고 있는 활동이다.

 

김혜란 우프코리아 상임대표는 우프 활동 목표를 “노동력 제공을 통한 농촌 활성화​”라고 밝혔다. 사진=고성준 기자


우프코리아는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 세계를 가꾸는 여행’​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농가와 국내외 외지인을 연결해주고 있다. 언뜻 농촌계 ‘​에어비앤비’​ 같지만 금전은 오고가지 않는다. 우프코리아는 과거 비즈니스 사업체로 외부에 매각될 뻔도 했다. 하지만 김혜란 상임대표가 인수에 나서면서 그 명목을 이어가는 중이다. ‘​비즈한국’​은 26일 김 대표를 만나 우프코리아 활동과 농촌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우프(WWOOF)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처럼 농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리틀 포레스트 스틸


Q. 우프 활동의 시초는 어디인가.

A. 영국이다. 1971년 농촌에 관심이 많던 스쿠퍼드(Sue Coppard)라는 여성이 주말마다 농가를 방문해 숙식을 제공받고 농사일을 도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평일에도 일손을 돕기 시작, 배낭여행자들까지 참여하면서 일이 확대됐다. 이에 영국에서 처음 우프라는 단체가 만들어졌고 그 활동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Q. 한국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A. 호주에서 우프 활동을 경험한 이창렬 씨가 1997년에 우프코리아를 설립하면서부터다. 당시 우프코리아는 성격이 다소 달랐다. 국내 청년들을 어학공부 겸 해외 농가로 연수를 보내주는 비즈니스 사업으로 운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 씨가 사업운영의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체 매각을 계획했다. 그때 우프를 인수한 사람이 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중 경험한 우프 활동을 잊을 수 없었다. 1999년부터 우프를 이끌기 시작,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인가 받으면서 비영리단체로 성격을 바꿨다. 국내 농가를 대상으로 한 우프 활동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Q. 우프 활동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A. ‘​우퍼(WWOOFer)’​라 불리는 참여자가 ‘​호스트(Host)’​라 불리는 친환경·유기농 농가를 선택, 일을 돕고 농촌을 경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호스트는 일손을 제공받는 대가로 우퍼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하루일과, 숙박기간 등은 둘의 상의로 결정된다. 이 일련의 과정을 ‘​우핑(WWOOFing)’이라 칭한다. 우퍼는 멤버십 가입을 마치면 누구든 될 수 있다. 호스트는 서류·방문 심사를 통과해야만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둘 다 준수해야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며, 우퍼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농가는 호스트 자격을 박탈당한다.

 

우퍼들이 농촌 일을 도와주고 있는 모습. 사진=우프코리아 제공


Q. 국내 우프 규모는?

A. 지난해 우퍼로 활동한 인원은 600여 명이었다. 이 중 내국인 비율은 약 40%로 20~30대가 가장 많았다. 참여 인원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호스트 농가는 67곳이다. 이들 농가는 채소, 과일, 양계, 축산 등 다양한 농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는 10곳이 새롭게 선정됐다. 경쟁률이 3 대 1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농가가 적지 않다. 

 

Q. 우퍼, 호스트는 각각 어떤 이유로 우핑에 참여하나.

A. 호스트인 친환경 농가들은 잡초, 벌레 제거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노동력을 제공받기 위해 참여하곤 하는데 우퍼와 함께 생활하며 얻는 재미, 보람도 참여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우퍼는 귀농, 귀촌 등 대안적 삶을 모색하고 농촌의 일상을 경험하기 위해 우핑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외국 우퍼들 중엔 한국에 관심이 많아 현지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참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홍콩, 싱가포르 거주 우퍼들은 자국에 농지가 없다보니 농업에 대한 갈증 등으로 참여키도 한다.

 

Q. 기억에 남는 우퍼가 있나.

A. 프랑스에서 온 한 커플이었다. 그들은 1년간 국내 18개 농가를 다니면서 농부의 일상, 자연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현지에서 전시회를 열어 이를 내걸었다. 관련 서적도 발매해 농가와 우프코리아 사무실 등에 전달했다. 우핑을 하다 농촌의 매력을 느껴 귀농한 사람, 우핑 중 우연히 만나 결혼한 사람들도 기억에 남는다.

 

일을 마치고 호스트와 우퍼가 다함께 식사하는 모습. 사진=우프코리아 제공

 

Q. 우프 활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A. 노동력 제공을 통한 농촌 활성화다. 더 나아가선 외지인들이 농촌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친환경적 가치, 농업의 숭고함 등을 배워가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외지인들이 농촌을 애정하도록 만드는 거다. 농촌이 활성화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외지인과 교류할 호스트 선정·관리를 엄격히 진행하고 있다.


Q. 정부는 농촌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나.

A. 정부는 쌀 직불금 운영 등 재정적 지원에 줄곧 나서곤 한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농촌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이 농촌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농촌의 중요성, 의미가 공유되고 자치적으로 이를 일궈나갈 수 있다. 각종 유인책으로 귀농·귀촌을 장려해도 농촌에서의 추억, 경험이 없는 한 그 제도가 유효하지 못한 것과 비슷한 논리다. 재정적 지원을 넘어서야 한다. 우프 활동이 그 대안이라 본다.

 

Q. 앞으로 계획은?

A. 국내가 아닌 해외 농가 우핑에 대해 문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다. 해외 우프 네트워킹을 본격적으로 구축하려 한다. 또 올해 도농교류협력 사업 등에 대한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계획이다. 호스트와 우퍼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그 일례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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