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아빠랑] 대한독립 만세! 민주주의 만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옛 모습 그대로, 독립과 민주화 위해 싸운 사람들의 자취 느낄 수 있어

2019.02.27(Wed) 09:15:43

[비즈한국] 해마다 3월 1일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붐비는 곳이 있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른 서대문형무소다.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서대문형무소는 현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란 이름으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이번 3.1절에는 이곳에서 서대문구, 은평구, 마포구 3개 구청장이 시민들과 함께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 투사들을,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투사들을 수감했던 서대문형무소. 지금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되어 독립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서대문형무소의 원래 이름은 ‘경성감옥’이었다. 1908년 실질적으로 한반도를 지배하게 된 일본이 저항세력을 가둬두기 위해 지은 감옥이다. 이후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일제강점기 내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많은 사람이 여기서 옥고를 치르고, 숨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3.1운동 직후에는 감옥이 좁을 지경이었는데 거기에는 유관순 열사도 있었다. 

 

# 독립운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해방 이후 독립투사들은 석방되었으나, 민간 독재와 군사독재가 이어지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많은 이들이 다시 이곳에 투옥되었다. 서대문형무소라는 이름은 서울형무소로, 또 다시 서울구치소로 바뀌었으나, 불의에 저항하는 이들은 가두는 역사는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시작된 1987년, 서울구치소는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게 된다. 그리고 10년 뒤 이곳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다시 태어나 일제와 독재, 불의한 권력에 저항했던 분들의 역사를 기리는 장소가 되었다. 

 

흔히 ‘역사의 현장’이라고 하지만, 정말 당시의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다. 선조들이 남긴 유적은 배경 지식 없이는 보이는 것이 없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기념비 하나 덜렁 남아 있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말 그대로 ‘역사의 현장’이라 부를 만하다. 건물을 비롯한 당시의 유적과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박물관이라는 형태로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시관에서는 앳되어 보이는 유관순 열사의 사진과 의병장 이강년의 옥중서한 등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의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감시초소와 육중한 철문이 있는 옛 교도소 정문은 그대로 역사관의 정문이 되었다. 이전에 보안과청사로 쓰이던 건물은 다양한 유물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지하에는 고문실까지 재현해 놓아 일제의 만행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고문 도구 중에는 벽에 세워놓은 관 모양의 밀실도 있다. ‘벽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독립운동가들은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고문을 당했다. 

 

10㎡ 정도 되는 감방 하나에 보통 50명의 수감자가 있었던 감방에서의 생활도 고문과 다를 바 없었다. 수감자 사이에는 대화가 금지되었고, 별도의 화장실이 없어 감방 안의 나무통에 볼일을 봐야 했다. 겨울에도 난방은 안 되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각종 질병으로, 겨울이면 추위와 동상으로 많은 사람이 옥중에서 스러졌다. 

 

# 사형장 옆 통곡의 미루나무

 

전시관에서는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와 함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가 ‘한일합방’을 이루기도 전에 대규모 교도서부터 지은 것은 그 만큼 우리 민족의 저항이 거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앳되어 보이는 유관순 열사의 사진과 의병장 이강년의 옥중서한을 보면서는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의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1옥사에는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민주화운동가의 수감 생활을 알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있다.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던 리영희 선생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등이 수감되었던 방에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가장 큰 옥사였던 중앙사는 의식주를 비롯한 수감생활 전반에 대한 유물을 전시 중이고, 나머지 옥사들에서는 직접 감방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11옥사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던 리영희 선생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등이 수감되었던 방에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옥사 바깥, 가장 구석진 자리에는 예전 사형장과 오른쪽에 ‘통곡의 미루나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옥사 바깥, 가장 구석진 자리에는 예전 사형장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기서 수많은 독립투사가 최후를 맞았다. 사형장 담장 옆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통곡의 미루나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형수들이 형장으로 들어가기 전, 이곳에 기대어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사법살인으로 꼽히는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이 유명을 달리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나라의 자주독립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열들의 피와 땀을 통해 이룩된 결과라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여행정보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251

△문의:  02-360-8509~1

△관람시간: 09:30~17:00(11월~2월), 09:30~18:00(3월~10월), 월요일, 1월 1일, 설과 추석 당일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아빠랑] 3.1절에 가봐야 할 또 한 곳, 천도교 중앙대교당
· [아빠랑] 과학을 보고 듣고 만지고 즐겨라, 국립과천과학관
· [아빠랑] 철새 떼의 구름 같은 군무를 한눈에, 금강하구둑 일대
· [아빠랑] 도심 속 설맞이 한마당, 국립민속박물관
· [아빠랑] 빛고을 광주에서 즐기는 '남도의 겨울'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