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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조명 수명 60년, 내 수명은?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리뷰

다이슨의 모터 없는 첫 제품…IoT 기술 접목해 66만, 96만 원에도 기술적 가치

2019.02.21(Thu) 23:25:05

[비즈한국] 다이슨이 지난12일 우리나라에서 제품발표회를 열고 신제품 ‘다이슨 라이트사이클(Dyson Lightcycle Task)’을 공개했다. 다이슨이 처음 내놓는 조명이다. 다이슨은 항상 제품발표회를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서 진행한다. 기술을 예술의 차원까지 끌어 올리고 싶어 하는 다이슨의 야심은 발표회장 선정에서도 드러난다. 제품 발표도 엔지니어가 직접 한다. 예술을 추구하는 엔지니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인 듯하다. 게다가 엔지니어도 무척 예술적으로 잘생겼다.  


다이슨은 청소기, 선풍기,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어 등의 몇 가지 제품을 내놨지만 근본적으로 모터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을 주로 선보인 회사다. 다이슨은 자신들이 만든 모터에 V1, V2~V10 식으로 이름을 붙여 모터를 브랜드화 할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번 신제품 조명은 모터가 들어 있지 않은 다이슨의 첫 제품이다. 

다이슨 라이트사이클은 건축설계 사무소나 인더스트리얼 계통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상당히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가다. 사진=다이슨 제공


다이슨이 갑자기 조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다이슨의 세대 교체와 관련이 있다. 다이슨 라이트사이클은 조명 디자이너인 ‘제이크 다이슨(Jake Dyson)’이 개발한 제품인데 그는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장남이다. 다이슨은 가족경영을 선언하며 이미 4년 전에 조명 사업에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아마도 라이트사이클을 시작으로 수많은 조명들이 향후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모터가 빠진 제품에서도 다이슨의 정체성이 지켜질 것인가다. 다이슨은 기존에 식상한 제품군에 뛰어들어 기술을 최대한 접목시킨 신제품을 내놓는다. 청소기,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등은 발명된 지가 100년이 넘었지만 큰 발전 없이 디자인만 조금씩 달라지는 지루한 카테고리였다. 그러나 다이슨은 이 지루한 제품에 기술을 접목시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선풍기에 날개를 없앴고, 청소기에는 케이블을 없앴으며 헤어드라이어에는 열 제어 기술을 접목시켰다. 그 결과 다이슨은 부자가 되고 지루한 카테고리는 매력적으로 변모했다. 과연 조명에도 다이슨의 이런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까?

조명 홀이 작아서 눈에 직접 광원이 닿지 않는다. 다이슨 라이트사이클은 크기에 따라 데스크형이 있고 플로어 형이 이다. 사진=김정철 제공

  
일단 이 조명은 디자인부터 심상치 않다. 마치 개발은 다 끝냈지만 디자인 껍데기를 씌우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각종 힌지와 레일, 스프링, 휠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사실 이런 디자인은 다이슨의 특징 중 하나다. 다이슨은 청소기를 만들 때도 사이클론과 먼지통 등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강조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청소를 하는 사람은 먼지가 수십 개의 사이클론을 통과해 먼지통에 먼지가 쌓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술을 눈으로 느끼고 그 기술을 만져볼 수 있게 하는 게 다이슨의 디자인 전략이다. 

외부로 노출된 3축 글라이드는 외부로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에 사용자가 호기심으로도 한번쯤 조작하게 된다. 직접 작동시켜 봤다.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고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고정된다. 이 3축 글라이드는 상당히 진보한 형태의 위치 조절기로 360도 회전과 높이 조절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휠이 돌아가는 소음이 있긴 하지만 전혀 힘들이지 않고 높이와 위치 조절이 가능하며 안정적으로 거치된다. 조명보다도 오히려 3축 글라이드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밀하고 잘 만들었다. 기술이 느껴지니 디자인에도 애정이 생긴다. 디자인이 결코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질적이면서도 존재감이 있어 파리 에펠탑 같은 느낌을 준다.

3축 글라이드는 상당히 부드럽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정확히 고정된다. 다이슨의 기술력이 느껴지는 신기한 장치다. 사진=김정철 제공


조명이니만큼 LED 광원 부분은 상당히 공을 들였다. 2700~6500K 색온도를 조절 가능하고 최대 1000니트의 광량을 가지고 있다. 자동으로 조명이 위치한 지역과 시간을 분석해서 해당 지역에 가장 잘 맞는 자연광에 가까운 광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다이슨은 인공위성으로 모은 지역 데이터 값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조명 내부에 들어 있는 32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연산해서 6개의 LED의 광량과 색온도를 적절히 조합, 최적의 빛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다이슨은 이런 기술을 디테일하게 설명하기로 유명한 회사다. 

수명도 길다. 하루 8시간 사용시 60년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LED 빛이 내는 열을 식히는 히트파이프까지 내장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주변 밝기에 맞춰 밝기를 자동 조절하는 조도센서가 들어 있다. 움직임 센서는 사용자가 2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조명을 꺼준다.

또 수면 시간에 맞춰 불을 켜거나 끄는 모드, 외출 모드 등 조명기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대부분의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제공한다. 사실 이런 내용들은 직접 집에 설치하고 오랫동안 사용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짧은 발표회장에서 얻은 정보로 풀어낼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다. 

조명 부분에는 각종 센서가 달려 있고 32비트 프로세서도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또 다이슨 앱을 설치하면 다양한 IoT 기술의 활용도 가능하다. 사진=김정철 제공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다이슨은 데스크형 조명에 66만 원, 플로어형 조명에 96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였다. 일반적인 스탠드의 5~10배 가격이다. 5년 품질보증에 60년간 수명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60년 후에 다이슨이나 나, 둘 중에 하나는 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제품의 가치를 따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제품의 가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성이 있는가와 다른 하나는 혁신적인가다. 사실 아름다운 조명은 평범한 전구 하나만 끼워져 있어도 100만 원을 호가한다.

다이슨의 가치는 기술적 혁신성이다. 다이슨 라이트사이클은 6개의 LED와 32비트 연산 프로세서, 전 세계의 지역 데이터, 똑똑한 IoT 기술을 집어넣었다. 5만 원짜리 스탠드를 몇 년에 한 번씩 구입하는 것보다는 분명 기술적 가치가 있다. 정말 눈의 노화를 막거나 눈을 보호한다면 60년간 60만 원의 가격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 수명이다. 기술이 내 수명 연장도 어떻게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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