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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화 85.4% '역차별 vs 여전히 차별' 파열음

기존 정규직은 '형평성'에, 신규 정규직은 '처우 개선 미흡'에 반발

2019.02.15(Fri) 10:38:18

[비즈한국]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공공부문 853개소의 전환 실적을 지난 1월 말 ​공개했다. 2017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결정 인원은 17만 5000명이다. 2020년까지 목표로 했던 20만 5000명의 85.4%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년 6개월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연차별 전환 계획에 따라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원만히’라는 정부의 표현이 무색하게끔 전환 과정에서의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의 속도 내기에만 집중할 뿐 정작 전환 대상자의 처우 개선은 뒷전이다. 채용 비리나 기존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 불만 등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 출범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맨 오른쪽)과 김태호 사장(맨 왼쪽)이 노조위원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교통공사 ‘매점직, 이용사, 목욕탕 직원’ 신규 채용 땐 NCS 볼까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 1일 비정규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노사합의 과정에서 일반직까지 전환범위를 넓혔다. 논란이 된 것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일반업무직에 구내식당 직원 107명, 목욕탕 직원 8명, 이용사 11명, 면도사 6명, 매점직원 5명 등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직자 친인척이 포함됐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서울교통공사 재직자 사이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이들에게 공채입사자와 동일 처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자에 대해 기존 정규직과 차등을 두지 않았다. 급여 테이블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호봉제가 적용되며 승진 등에 대해서도 제한은 없다. 같은 정규직이기 때문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직원이 불만을 갖고 소송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공채 입사자와 동일 처우를 적용했지만 채용과정 역시 동일하게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서울교통공사은 일반공채 시 서류접수, 필기시험(NCS), 인성검사, 면접, 신체검사를 거쳐 정규직 입사를 확정한다. 매점직, 구내식당 등 일반 업무직에 일반공채와 동일 처우를 적용한다면 채용과정 역시 동일하게 진행돼야 형평성이 유지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채용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일반업무직 전환 후 현재까지 해당 직종에 대한 채용은 없었다. 향후 채용 시 세부적인 내용은 현재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고용안정을 유도한 후 점차적으로 처우를 개선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환경미화 노동자가 작업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 정부의 역차별 대안책 ‘직무급제’, 현행 체제 합리화 도구로 사용될까 우려

 

정부가 역차별 문제 해소 등을 위해 내세운 방안은 ‘직무중심 임금체계’ 도입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이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보니 직무중심 임금체계 도입을 권장한다. 동일 직무는 동일 임금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라며 “기관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하긴 어렵지만 우수사례 등을 공개해 직무중심 임금체계 도입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꼽은 직무중심 임금체계 우수사례 기관은 정부청사관리본부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2017년 정규직 전환 기준을 확정하고 2018년에만 2333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전환자에게는 기본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대신 직무급제를 적용했다. 환경미화, 일반 경비직, 기술직 등은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 직무 등급을 7등급으로 구분하고 근속연수와 업무평가 결과를 토대로 6단계로 승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직무급제를 ‘미래지향적 임금체계’라고 홍보한다.

 

정부청사관리본부 측은 “2% 수준으로 단계별 급여를 조정한 상태다. 각 단계별 승급을 위해서는 최소 근무 연수를 채워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모든 직급은 1단계부터 6단계까지 승급하는 데 15년이 걸리도록 설계돼있다. 

 

하지만 1단계와 6단계의 급여 차이는 크지 않다.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지난해 직무별 표준 임금표를 보면 1급 직무인 환경미화직(사원, 팀장)의 1단계 급여는 157만 3770원, 6단계 급여는 173만 1157원이다. 3급 직무인 기술직(사원) 1단계는 173만 1147원, 6단계는 197만 3508원의 급여를 받는다. 환경미화직은 15년 이상을 근무해도 갓 입사한 사람과 급여 차이가 15만 원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1단계 급여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10.9% 상승했다”며 “현재 기준으로는 15만 원 차이로 보일 수 있지만 매년 연봉 상승률을 감안하면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30일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직무급제 도입을 반대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일부 정규직 전환자 중에는 급여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청사관리본부 측은 “위탁업체 소속일 때는 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 월급과 함께 받았기 때문”이라며 “정규직 전환 후에는 상여금이 설날과 추석에 각각 기본급의 40%씩 지급된다. 매월 받는 급여가 줄어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연간 총급여액을 비교하면 적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전환 후 급여 상황을 분석하고 있으며 자료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처우가 낮아진 부분이 있을 경우 내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의 직무급제가 15년까지만 적용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향후 보완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직무급제의 등급 간 격차가 크지 않아 처우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용안정을 유도한 후 점차적으로 처우를 개선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선 고용안정, 후 근로조건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은 단기간 조정에 한계가 있다. 전환 대상자들의 기대치가 있어 개선이 안됐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는 “현재의 직무급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그대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그 체제를 견고히 해버리면 개선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비정규직 내에서도 업무나 숙련도 등에 큰 차이가 있다. 사무직도 있고 현장직 등도 있는데 이걸 하나의 기준으로 정하려다 보니 격차가 생기고 그걸 어쩔 수 없이 용인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정부가 전체 직무급제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맞게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라며 “직무급제가 현행 체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되며 과도한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탰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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