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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몰웨딩에서 한 발 더" 슬로웨딩 트렌드 따라잡기

이희정 마르디 대표…비닐하우스 결혼식, 장독대 사진촬영, '느림의 미학' 존중

2019.02.14(Thu) 10:23:33

[비즈한국] 빠름보다는 여유를 추구하며 삶의 속도를 낮추는 이른바 ‘슬로라이프(SlowLife)’가 현대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도시를 벗어나 농어촌으로 향하고 요가·명상 등으로 자신을 고찰, 시간이 걸려도 음식을 직접 조리해먹는 등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현대인이 느는 것이다.

 

웨딩산업이 ‘스몰웨딩’​에서 ‘​슬로웨딩’​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5년 강원도 정선 한 밀밭에서 결혼식을 올린 원빈과 이나영의 모습. 사진=이든나인


그래서일까. 웨딩산업도 변화 중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작은 규모로 결혼식을 올리는 ‘스몰웨딩’에서 이른바 ‘슬로웨딩’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플라워 브랜드 ‘마르디(MARDI)’의 이희정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희정 대표는 “신랑·신부, 하객과 함께 만드는 여유 있는 결혼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이자 웨딩 연출가인 그를 만나 슬로웨딩의 의미,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이희정 플라워 브랜드 마르디(MARDI) 대표. 사진=최준필 기자.


Q. 플로리스트이다. 웨딩연출을 하게 된 동기는?

A. 본래 꽃꽂이 강의를 하며 꽃 관련 잡지사, 유통사 등 화훼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2015년 마르디를 세우고 결혼식에 사용되는 꽃을 제작, 웨딩연출을 시작했다. 결혼식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만큼 과거부터 하고 싶은 일이었다. 결혼은 살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가장 많이 초대할 수 있는 중요 순간이다. 장례를 제외하면 이런 시간은 전무하다. 그만큼 꽃도 많이 쓰인다.

 

Q. 슬로웨딩은 언제부터 기획했나.

A. 처음엔 공공기관이나 갤러리, 펜션 등을 결혼식 공간으로 연출하는 일을 했다. 창의성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일이 반복되니 동일한 꽃만을 활용해 비슷한 방식으로 연출하게 됐다. 질릴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과 달리 준비할 소품도 많았다. 2016년 중반 일을 쉬며 두 달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지향하는 결혼식과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때 슬로웨딩을 떠올리게 됐다.

 

Q. 슬로웨딩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A. ‘인스턴트 음식처럼 빨리 해치우지 않고 결혼식의 의미를 고민하며, 참여한 가족과 하객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결혼식’이다. 주된 장소·배경은 농촌이며 지역에 있는 것들을 소재로 공간을 연출한다. 음식은 친환경 지역 농수산물로 차린다. 진행절차, 시간은 정형화돼 있지 않다. 결혼식에서 중요한 3요소는 장소, 음식, 연출인데 이 세 가지가 농촌과 느림, 자연스러움 등에 맞춰지는 것이다. 스몰웨딩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농촌 한 비닐하우스를 결혼식 공간으로 꾸민 모습. 사진=이희정 제공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했나.

A. 일반웨딩과 절차가 다르다. 지난해 가을 전라도 남원 한 공원에서 진행한 결혼식의 경우 식을 올리기 전 하객들이 다 같이 자신들을 위한 화관을 만들었다. 가족, 하객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이후 식사를 했고 결혼식은 그 다음에 진행됐다. 기념사진은 벚꽃으로 가득한 20분 거리의 장소로 이동해 찍었다. 일반 결혼식처럼 급하게 찍는 사진 촬영이 아니었다. 음식은 전국 팔도 농부들이 만든 것들로 준비했다. 

 

동일 지역에서 결혼식을 올린 또 다른 부부는 비닐하우스에서 식을 올리고, 장독대 등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2016년 한 혁신중학교에서 진행한 결혼식에선 가위를 사용치 않았다. 부케를 제외한 모든 꽃들을 물로만 씻고 화병에 꽂아 결혼식 공간을 꾸몄다. 식을 마친 뒤엔 사물놀이패가 와서 흥을 돋우기도 했다. 일반 결혼식과 다르다보니 하객들도 즐거워했다. 

장독대가 놓인 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신부. 사진=이희정 제공


Q. 슬로웨딩은 농촌에서만 진행하나.

A.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일부 작가들도 말했듯 진정한 ‘슬로’란 느림과 쉼, 귀촌 등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는 거라고 본다. 일부는 양 극단에 위치한 느림과 빠름,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을 조화시키면서 적정 수준을 찾으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느리게 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융통성을 갖고 슬로웨딩을 연출하려 한다. 그 일례가 2017년 인사동의 한 복합문화공간 빌딩 옥상에서 진행한 결혼식이다. 당시 결혼식에선 사진을 찍지 않았다. 대신 신랑·신부의 지인인 미술작가가 현장에 와서 하객들을 그림으로 담았다. 슬로의 의미를 어떻게 가져갈지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Q. 신랑·신부는 어떤 생각으로 슬로웨딩을 진행하나.

A. 자신의 결혼식을 찾는 모든 지인이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던 것 같다. 차별화된 결혼식을 추구하거나 친환경, 유기농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있었다. 혁신중학교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는 텃밭 가꾸기 등에 관심이 많던 교사들이었다.

 

Q. 비용은?

A.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일반웨딩 수준이다. 스몰웨딩보다는 비싼 편이다. 친환경 식품을 사용하고 결혼식 진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진·영상 촬영비용 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획 과정에서 무엇을 더 줄일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식장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벚꽃 길에서 사진 촬영 중인 신랑, 신부. 사진=이희정 제공


Q. 국내외에 슬로웨딩을 진행, 준비하는 사업자가 있나.

A. 눈에 띄는 업체들이 조금씩 늘긴 한다. 다만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가치는 각기 다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환경을 표방한다거나 장시간 결혼식을 진행하는 업체도 있다. 슬로웨딩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자연보다 트렌디함에 무게를 실어 식을 진행하는 사업자도 있다.

 

Q. 슬로웨딩이 흥행할까.

A. 사회 분위기가 느림의 미학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만큼 하나의 사회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당장 슬로웨딩을 문의하는 신랑, 신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요는 분명 있다.

 

Q. 앞으로 계획은?

A. 슬로웨딩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는 다양하다. 가평 등 가까운 경기도 지역부터 목록을 추릴 예정이다. 지금까지 해온 슬로웨딩은 일반 웨딩처럼 스타일별로 정형화돼 있지 않고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했다. 하나의 상품, 서비스로 소개할 수 있도록 내용을 더 정리하고 브랜드화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일시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슬로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웨딩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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