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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보다 투자?' 김정주 매각·서정진 은퇴의 꿈

물러나는 방식 다르지만 전문 투자자 나설 가능성…"세계 곳곳 신기술 투자가 트렌드"

2019.02.08(Fri) 18:14:28

[비즈한국] 김정주 넥슨 회장은 회사를 매각한다고 밝혔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임을 내비쳤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10조 원에 육박하는 부를 쌓은 게임·제약 산업의 거목들이다. 두 창업자가 새해부터 은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정부 규제 때문이다, 사업의 성장성이 정체돼서다 등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들이 돌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까닭은 무엇일까.

 

김정주 넥슨 회장(왼쪽)은 회사를 매각한다고 밝혔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임을 내비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넥슨·연합뉴스


김정주 회장은 평소 “4~5명이 일하던 옛날이 좋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정예 엘리트로 구성된 팀을 꾸려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김 회장의 일처리 스타일이다. 현재 넥슨은 직원 수 6000여 명, 연매출 2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탐험가 기질이 강한 김 회장이 큰 조직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내성적 성격이지만,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며 모험심이 강하다. 조직관리보다는 신사업 발굴에 더 뛰어나다”며 “애초에 2016~2017년께 넥슨 매각을 계획했지만 ‘진경준 게이트’로 재판을 받으며 매각 계획이 늦춰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굴지의 콘솔 게임 제작사인 미국 EA 인수에 실패한 점도 게임 회사에 손을 놓게 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2012년 글로벌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EA 인수에 나섰는데 EA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막혔다. 당시 EA 인수를 위해 엔씨소프트와 동맹을 맺었지만 경영권 갈등 끝에 결국 결별했다. ‘서든어택 2’ 등 야심작들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며 게임왕국 넥슨의 명성에 금이 갔다.

 

김 회장은 넥슨 매각 뒤 김범수 카카오 의장처럼 기술기업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의장은 2000년 한게임을 네이버에 합병시킨 뒤 현금을 손에 쥐었으며, 이 자금을 카카오 등 벤처 기업 투자에 활용했다. 비전펀드를 조성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회사 경영보다는 신기술 기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러 신기술 기업들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끼리 묶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종의 벤처캐피탈 성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될 때 정부 간섭을 피해 경영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펀드 형태로 운용하기에 자금 추적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이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등도 모두 이런 형태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김정주 회장은 지분을 매각하기 때문에 넥슨 경영에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재무적 투자를 통해 피투자 기업을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넥슨 제공


김정주 회장은 지분을 매각하기 때문에 넥슨 경영에 간섭하지는 않겠지만, 재무적 투자를 통해 피투자 기업을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김 회장은 최근까지 이런 행보를 보였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유럽 투자회사 NXMH는 명품 유모차 ‘스토케’, 레고 거래 사이트 ‘블릭 링크’ 인수를 주도했다. NXMH의 자산 규모는 2009년 134억 원에서 2017년 말 1조 6459억 원으로 불어났다.

 

김 회장은 앞으로 블록체인 분야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유럽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와 국내 1세대 거래소인 ‘코빗’을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거래소를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키우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발언의 결은 김정주 회장과 다소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바이오 기업 전문 투자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글로벌 직판체계 구축과 중국시장 진출, ‘램시마SC’ 출시 등의 굵직한 사업을 마무리하고 2020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에 회사를 맡기고, 본인은 미래 먹거리 투자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을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신규 기업 투자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바람은 비단 벤처기업에만 부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오너들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 투자자의 길을 걷는 모습이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코오롱은 1세대 섬유회사로서 수익 기반이 안정적이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히 전개되는 등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오너가 기존 사업체에 얽매였다가는 큰 흐름을 쫓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7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많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주)도 투자형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복지재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도 30~40대 젊은 CEO(최고경영자)를 발탁하고 본인은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 R&D(연구·개발)만으로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M&A(인수·합병)함으로써 성과를 올리는 게 세계적 트렌드”라며 “마치 종합상사처럼 세계 곳곳의 신기술 기업에 투자가 활발해 우리나라 젊은 경영자들도 뛰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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