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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소문 무성한 '독일 누드 온천' 체험기

'자연인' 상태의 독일인들 보고 당황…이색 문화체험은 한 번으로 족해요

2019.02.07(Thu) 10:28:04

[비즈한국] 처음 베를린으로 오는 비행기 안, 기내 잡지에서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했다. 한국인 글쓴이가 베를린에 대한 여행의 일부를 풀어놓은 글이었는데, 독일의 남녀혼탕 사우나에 관한 것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망설이고 망설이다 가본 체험담이었다. 어색하고 민망한 감정으로 들어선 남녀혼탕 사우나가 별 것 아니더라는, 그 나라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나니 편해지더라는, 한번쯤 경험 해봐도 좋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체로 남녀공용으로 운영되는 독일의 사우나들. 사진엔 타월을 두르고 있지만, 실제론 ‘자연인’ 상태의 독일 중년 혹은 노인들이 많다. 사진=kristall saunatherme ludwigsfelde(독일 온천 수영장) 홈페이지


베를린에서 한 달 살아보기 여행을 했던 후배가 호수에서 다 큰 어른들이 누드 상태로 버젓이 돌아다니고 수영을 즐기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던 일화도 함께 떠올리며 그저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사람 일은 모른다. ‘절대’라고 함부로 단정해서도 안 되는 거였다. 베를린에 살기 시작한 그 해 겨울방학 기간, 한국을 떠나면서 한 번도 수영장에 가보지 못하고 여름과 가을을 보낸 아이를 위해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베를린 외곽으로 가면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실내 워터파크도 있고, 도심 곳곳에 시에서 운영하는 크고 작은 수영장들이 많아 어디든 골라 가면 됐다. 문제는 물 온도였다. 워터파크에 가면 따뜻한 풀도 있지만,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했고, 공공 수영장을 가자니 겨울 날씨가 걸렸다. 

 

그때, 베를린 생활 2년째인 친한 한국 엄마가 온천 수영장을 추천했다. 다만, 독일의 온천 사우나들이 대개 그러하듯 남녀 누드 혼탕이기 때문에 ‘수영복을 입는’ 수요일에 가는 게 좋을 거라는 친절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공공 수영장에 마련된 사우나실 입구. 독일 사람들은 사우나를 사랑한다. ​사진=박진영 제공


망설임 없이 ‘수요일’로 택해 온천 수영장에 도착한 우리는 탈의실에서 ‘멘붕’이 왔다. 한국처럼 남녀 구분이 돼 있지 않아 한 곳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간이 탈의실이 있긴 했지만, 독일 사람들은 모든 게 자연스럽기만 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수영장 안으로 들어선 나는 몇m 못 가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수요일은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날’이 아니라 ‘입어도 되는 날’이었던 것이다. 

 

우리처럼 누드 온천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을 수 있지만, 독일 사람들은 늘 그래왔듯 수영복을 입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인 건 나이가 있는 분들은 ‘자연인’ 상태로 다녔지만 젊은이들은 대체로 수영복을 착용했다는 것. 

 

처음 보는 이 상황을 아이가 어떻게 인식할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아이가 묻지 않는 이상, 먼저 대놓고 어떠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안 돌아다니고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겠지, 우리끼리 노는 데만 신경을 집중하면 눈 돌아갈 일도 없겠지, 했는데 물속에 있는 순간조차 너무 많은 상황이 신경 쓰였다. 하다못해 아이가 잠수한다고 물속으로 고개를 처박는 것도. 두세 시간을 노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시선이 가기도, 시선을 피하기도 하는 상황들이 없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나올 때 즈음엔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진에 수영복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현실은 당황스런 시추에이션이 많이 생긴다. 사진=kristall saunatherme ludwigsfelde(독일 온천 수영장) 홈페이지


그 이후로 ‘수영복을 입는’ 수요일에도 그 온천 수영장엔 가지 않았다. 내게 그곳을 추천했던 한국인 엄마가 수요일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이상하게 쳐다보는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들 때문에 물속에서 수영복을 벗어 던졌다는 말을 듣고 나선 더더욱! 

 

사우나를 사랑하는 독일 사람들을 위해 곳곳에 마련된 사우나 시설엔 가본 적이 없지만, 사우나에서 주는 커다란 수건을 둘러싸고 들어갔다가 역시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 눈치가 보여 ‘탈건’ 했다는 간접경험도 들은 터라 사우나에도 ‘절대’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온천과 사우나의 계절 겨울, 베를린에 처음 온 한국인 가족들이 공용 누드 온천이나 사우나에 가봤느냐고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할 때마다 내 대답은 “직접 한 번 가보세요”다. 각자의 경험치와 다를 수 있고, 문화체험 차원에서 한 번쯤 가보는 것도 좋을 테니.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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