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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보이는 '극한직업' 관객보다 더 크게 웃는 영화업계

잇단 흥행 실패로 위축된 영화 투자에 청신호…3위 내려간 CJ엔터 자존심 회복

2019.01.30(Wed) 17:17:23

[비즈한국] 새해부터 극장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영화 ‘극한직업’이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어 관객 1000만 동원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것. 30일 현재 누적 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1000만 영화보다 더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설 연휴를 감안하면 1000만 명 돌파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벌써부터 쏟아진다. 2018년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간신히 이은 1000만 관객 영화의 명맥을 새해 정초부터 이어갈 조짐에 영화계는 모처럼 밝은 분위기다. 

1000만 관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우선 성인만 볼 수 있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700만 명이 한계다. 청불 영화 중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의 707만 명이 최고 기록이다. 즉 1000만 명을 넘기 위해서는 10대 청소년까지 영화관을 찾게 만드는 관객동원력이 필요하다. 1500만 명을 넘기려면? 거동이 어려운 노년층까지 극장을 찾게 만들 정도가 돼야 한다. 1761만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흥행작인 ‘명량’이 좋은 예다.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8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1000만 기록을 향해 순항 중이다. 배우 류승룡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400만 관객 돌파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스타그램


1000만 관객은 단순히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 혹은 재미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흥행보증수표 배우를 전부 캐스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개봉 시기, 날씨, 시대상, 경쟁작 등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달성 가능한 기록이다.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 ‘극한직업’의 1000만 흥행 조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블록버스터 잇단 흥행 실패…투자업계 위축 우려

지난해 높은 기대와 함께 개봉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이러다가 올해는 1000만 영화가 못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8월 개봉한 ‘신과함께-인과 연’​이 1227만 관객을 동원하며 간신히 체면을 살렸지만, 2017년 1441만을 기록한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스토리가 연결되는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진다.

기대작 몇 편이 흥행에 실패하게 되면 단순히 손해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본 영화가 재미없었다고 해서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투자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류승룡 주연의 ‘염력’을 시작으로 강동원 주연의 ‘인랑’ 등등이 줄줄이 실패했다. 여기에 연말 극장가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고 과언이 아니다. 하정우 주연의 ‘PMC:더 벙커’와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이 동반 흥행 실패를 한 점이 큰 상징성을 가진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제작비가 100억 원 이상 투입된 블록버스터 대작 영화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대작 영화일수록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해도 수익률 자체는 높지 않다”며 “그럼에도 대작 영화에 투자하는 이유는 높은 흥행 가능성 때문인데, 대작 영화가 번번이 실패하게 되면 아무래도 투자 분위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영화 제작 비용을 감안하면 투자 없이 영화를 제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투자 분위기가 위축될수록 영화 제작 환경이 악화돼 지속적인 악순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가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다른 장르에 비해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사진=‘극한직업’ 스틸 컷


반대로 ‘극한직업’​은 순제작비가 65억 원 정도로 블록버스터 대작이라기보다는 중간 규모의 코미디 영화다. 손익분기점도 2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런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투자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수익률이 높기 때문. 지난해 58억 원이 투입돼 529만 명을 동원한 ‘완벽한 타인’ 역시 비슷한 예다.

영화 ‘신과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지난 27일 “산업이 위축될 때 흥행은 플레이어는 물론 자본에게도 여전히 영화산업이 섹시하다는 확실한 사인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극한직업’​의 흥행을 반기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원 대표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관객 1000만 명을 넘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극한직업’은 최근 경제도 불안하고 정치적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나온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타이밍이 좋았다”며 “물론 비교적 적은 예산이 투입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게 되면 자칫 블록버스터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는 등 양면성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극한직업’이 최근 침체된 영화업계에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 2018년 영화산업은 한마디로 ‘극한직업’, 올해는?

현재 우리나라 영화 배급사 경쟁구도는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의 ‘빅4’​ 구도를 이루고 있다. 영화계 특성상 몇 편의 영화가 얼마나 흥행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마치 쇼트트랙 경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순위가 매번 바뀐다. 

그동안 만년 4위로 분류되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신과함께’​의 1000만 쌍끌이를 앞세워 1위 자리에 올랐다. 반면 지금까지 선두권을 유지해온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연말 기대를 모았던 ‘​PMC:더벙커’​마저 흥행에 참패하면서 우울한 상황. 이러한 가운데 ‘극한직업’의 흥행 전선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CJ엔터테인먼트가 다시 1위를 차지할지도 관심 포인트다. 여기에 2015년 ‘검은 사제들’로 이름을 알린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가 2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흥행 가도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극한직업’ 제작보고회. 이때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이 정도로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사진=고성준 기자


‘극한직업’의 1000만 흥행에 최대 변수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뺑반’. 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여기에 설 연휴에 딱 맞는 범죄오락 영화라는 점도 ‘극한직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지난해 ‘​마약왕’​의 흥행 실패와 부진한 개봉 실적을 보인 쇼박스가 배급을 맡았다는 점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뺑반’이 흥행 공식에 입각한 대중적인 범죄오락 영화인 반면 ‘극한직업’은 지난 수년간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코미디 장르”라며 “억지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가 없고 순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1000만 관객을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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