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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위크엔드 케이크 같은 '재키와이'와 또 한번의 1월 1일을

절망과 야망을 나란히 이야기하는 새로운 화법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2019.01.28(Mon) 18:15:11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새해가 시작 될 때면 새로운 다짐을 한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것을 지키기 어렵다. 우리 모두 2019년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19년이 익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19년의 미세먼지에, 2019년의 주가 급락에, 노딜 브렉시트 걱정에 우리는 깜짝깜짝 놀라며 새로운 다짐을 잊곤 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에겐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음력 1월 1일. 설날이다. 다시 한 번 2019을 향한 새로운 다짐을 되새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럴 땐 야심찬 젊은이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하면 더욱더 힘이 난다.

 

재키와이, 영비, 오션검, 한요한 - 띵 (Prod. By 기리보이)

 

머리가 띵하도록 추운 겨울날 재키와이를 비롯한 네 명의 젊은이들은 올해도 내년도 우리의 것이며 돈을 불도저같이 쓸어 담겠노라고 패기 넘치게 외친다. 음력 1월 1일을 맞이하며 다시 한 번 새해의 각오를 되새기는 우리에게 정말 큰 에너지를 전해준다.

 

음악가에겐 주말, 평일, 52시간 각도기 모두 의미가 없지만 직장인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평일에 집중한다. ‘띵’에서 받은 에너지를 양분으로 삼아 평일을 거칠게 보낸 후 주말을 맞이하면 자신의 연료게이지가 적색구역에 있음을 깨닫는다. 몸에 엉킨 이불 속에 힘겹게 왼발을 넣으면 오른발이 나오고 등을 덮으면 팔이 나오는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조차 벅찰 만큼 지친다.

 

이렇게 지친 주말을 달래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케이크가 바로 ‘위크엔드 케이크’다. 위크엔드는 주말이다. 힘 빠진 주말에는 위크엔드 케이크가 딱이다.

 

멀리 갈 기운이 없기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아오이하나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아오이하나는 일본식 간식 빵을 주로 판매하는 빵집이다. 간식으로 먹기에 좋은 달달한 과자빵과 짭짤한 조리빵이 판매대를 알차게 채우고 있다. 단 하나의 케이크를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위크엔드 케이크다.

 

아오이하나의 위크엔드 케이크. 사진=이덕 제공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라면 커피와, 더 많은 영양소를 원한다면 우유와 함께 먹는다. 곱게 칼로 자르거나 성급하게 포크로 자른 후 입으로 가져간다. 케이크 위를 덮고 있는 레몬 아이싱이 사각사각 씹히며 싱그럽고 달콤하게 레몬향이 퍼진다. 곧이어 부드럽고 촉촉한 파운드케이크가 든든한 영양분을 전달해준다.

 

두어 조각을 먹으면 배배 꼬인 이불을 풀어 몸을 온전히 덮을 수 있는 정도의 기력이 생긴다. 산뜻하면서도 든든한 위크엔드 케이크처럼 재키와이는 상큼하게 새로운 동시에 저력 있는 래퍼다. ‘띵’에서 바닥을 띵구르르 구르고 일어나 이번 겨울이 끝나도 살아남을 거라 자신 있게 말하는 힘이 있다.

 

Jvcki Wai(재키와이) - Enchanted Propaganda

 

래퍼가, 펑크로커가 최전방에 서서 체제에 반항하는 메시지를 던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 메시지는 진심 어린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그리고 그땐 그것이 하나의 스타일이기도 했다. 그 메시지에, 스타일에 팬들이 열광했다.

 

열광하는 팬들이 늘어날수록 래퍼와 로커는 돈을 더 많이 번다. 그리고 그 돈은 그들이 부정하는 체제가 주는 가장 달콤한 열매다. 그들이 시도한 모험과 노력과 운에 대한 대가다.

 

메시지엔 돈이 필요하지 않지만 먹고 사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돈으로 집을 사고 밥을 먹고 가족을 부양한다. 때문에 최전방에서 메시지를 던지던 래퍼와 로커들은 모든 열매를 외면한 몽상가가 되거나, 자신이 던지는 메시지와 삶이 확연하게 다른 사기꾼이 되거나, 창작자들의 영원한 안전지대인 사랑 타령으로 몇 발 물러났다. 메시지는 빛을 잃었고 팬들은 실망했다.

 

힙합은 새로운 요소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장르다. 현재의 힙합은 체제에서 얻을 수 있는 달콤한 보상의 가장 위 꼭짓점의 체리처럼 자리 잡았다. 지금의 힙합은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를 자랑하며 구찌로 하여금 스트리트 패션을 만들게 했다. 그곳에 이르기 위해 거쳐간 지난한 과거마저 트로피가 되어 벤틀리 한편에 전시됐다.

 

그리고 재키와이가 등장했다. 펑크룩을 입은 재키와이는 말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재키와이도 재키와이이고, 작금의 현실을 부수고 싶은 재키와이도 재키와이라고.

 

Jvcki Wai(재키와이) - Anarchy

 

몇 권의 책과 진영 논리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자신의 피부로 직접 느낀 자신을 쥐어뜯는 현실, 그리고 야망을 나란히 세워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새로운 화법이다. 이 새로운 화법은 20세기에서 뛰어 올라온 펑크룩과 오토튠(Auto-Tune, 목소리를 왜곡하는 기능)을 잔뜩 먹인 목소리를 만나 더 크게 증폭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재키와이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재키와이가 많은 돈을 벌고 저 높은 곳에 도착했을 때 재키와이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Jvcki Wai(재키와이) - Munch Drunk Purpp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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