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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포토라인'이 또… 마녀사냥 논란의 해법

양승태 전 대법원장 '패싱' 논란…인권침해와 알 권리 충돌, 법률로 정해야

2019.01.28(Mon) 08:32:37

[비즈한국] 2015년 따뜻한 봄날, 서초동 법조타운을 들썩이는 대형 사건이 터졌다.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것이다. 검찰은 이들을 공개 소환했고 이들은 검찰청 앞에서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포토라인’ 앞에 서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질문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많은 국민은 지금도 이들을 범죄자로 여긴다. 반면 검찰이 이들을 비공개 소환하여 조사했다면 여론은 어땠을까. 집권당 실세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지 않았을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검찰에 공개 소환될 때 대법원 정문 앞에 서서 입장을 밝힌 후 서울중앙지검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치면서 연초부터 ‘포토라인’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검찰에 공개 소환될 때 대법원 정문 앞에 서서 입장을 밝힌 후 서울중앙지검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치면서 연초부터 ‘포토라인’이 논란에 휩싸였다. 당장 법원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소환된 다음 날,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포토라인 악습도 걷어내자’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렇게 비판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적어도 유죄의 1심 판결이라도 나기 전에 그 의사에 반해 카메라 세례를 받게 하는 포토라인은 중세 마녀재판 행태와 다르다고 그 누가 이론적으로 주장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 포토라인 서고 안 서고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선별하여 결정한다. 누가, 어떤 법령이 검찰에게 그 권한을 부여하였나. (중략) 알 권리를 구실로 유죄심증을 퍼트려 정면으로 무죄추정 원칙을 허무는 야만적 행위 그 이상 이하도 아님을 이제는 모두 인식하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포토라인을 수사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누구를 언제 부르는지 언론에 미리 알리지 말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할 말이 있는 사람은 포토라인 위에 서지 않아도 이야기할 것이고, 포토라인을 지나갔다고 해서 비난할 것도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토라인은 우리나라 특유의 관행이다. 관련된 법령도 없다. 다만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이 있을 뿐이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불거지자 언론사 기자들과 법무부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들은 대개 권력자나 정치인, 대기업총수 등 소위 ‘공적 인물’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이들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장면은 때로는 생중계가 되며 그 순간 범죄자로 낙인 찍힌다. 그들이 나중에 불기소결정이나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찍힌 낙인을 완전히 씻어주지 못한다. 

 

반면 포토라인 폐지는 결국에는 비공개 소환조사와 일맥상통한다. 수사의 밀행성을 고려하면 폐지가 당연하겠지만, 공적 인물의 범죄혐의는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언론의 자유와 과열 취재가 빚어내는 인권 침해요소를 고려하면 포토라인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에 선뜻 동의할 수도 없다.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소환일정을 비공개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알 권리 및 언론의 자유를 감안해 제도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훈령이 아닌 법령으로 규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권 침해요소가 있는 내용을 검찰 내부에만 적용되는 훈령으로 규율하는 것은 이상한 모양새다. 그리고 공개 대상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준수해야 한다. 수사공보준칙에는 공무원의 경우 차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규정했지만, 차관급이 아닌 공무원도 포토라인에 선 적이 있다. 

 

또 구인 대상이 아닌 참고인은 제외되어야 하며, 특히 수갑을 차거나 수의를 입은 장면이 노출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알 권리 대상도 아니므로 법원과 검찰이 협조하여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 12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구속영장심사를 받으러 가기 전 검은 천으로 덮인 수갑을 찬 채로 포토라인 앞에 섰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이 기각되었지만 나흘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포토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포토라인은 언젠가 사라져야 한다. 언론도 수사가 아닌 재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그 시기는 공직사회의 신뢰가 지금보다 더 높아진 때여야 한다. 이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권력자들을 포토라인에 세워서라도 감시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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