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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을까

'죽어가는 상권 살리자' 기획 취지에도 실제 효과는…

2019.01.22(Tue) 15:36:13

[비즈한국]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일 상권의 가게들은 소비자를 유치하고자 서로 경쟁한다. 그리고 그 경쟁 과정에서 형성된 다양성이 더 많은 사람들을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상권 내의 가게들이 경쟁을 하는 것처럼 더 넓게 바라보면 상권들 또한 경쟁을 한다.

 

상권을 구성하는 비즈니스 믹스와 인프라 등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따라서 상권의 매력이 결정되고, 소비자들은 좀 더 매력적인 상권을 방문하여 소비한다. 만약 비슷한 비즈니스 믹스와 규모를 갖춘 상권이 여럿 있다면 소비자들은 인프라나 다른 요소에서 조금 더 우위를 갖는 상권을 찾아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 한 해 예능계의 최대 이슈였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소개된 상권과 가게는 정말로 죽어가다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정말일까? 사진=SBS 홈페이지

 

작년 1월에 시작한 ‘골목식당’은 SBS의 기획의도에 따르면 ‘죽어가는 거리 살리기’라는 취지로 시작한 방송이다. 실제로 그 영향력이 커서 소비자들은 방송에 나온 골목상권과 가게들을 찾아가고, 어떤 가게 앞에는 밤새 줄을 서는 일까지 생긴다. 방송에 소개된 골목은 정말로 죽어가다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정말로 ‘골목식당’이 죽어가는 상권을 살렸을까?

 

내수 시장의 총 규모는 인구와 소득의 함수로 귀결된다. 여기서 인구는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는 요소가 아니며, 소득 또한 단기간에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외부에서 유입된 국내소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내수는 단기간에 큰 변동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자 수가 감소하는 것이 자영업자 개개인의 소득 향상에 오히려 더 나은 길이 될 수 있으며, 자영업이 ‘맬서스 트랩’에 갇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맬서스 트랩’은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주장한 이론으로, 기술 발전→임금 증가·식량 생산량 증가·위생 개선→인구 증가→위생 악화·질병 증가·전쟁→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덫’에 갇힌 것처럼 계속되는 것을 일컫는다. 

 

상권과 상권이 서로 경쟁한다는 개념에 더해 이 맬서스 트랩을 같이 생각해보자. 하나의 상권이 부각되고 성장할수록 다른 상권의 부진이 발생한다. 즉, 특정 상권에의 수요 집중이 다른 상권의 수요 하락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과거 인구와 소득이 크게 증가하던 고성장기에는 고성장 그 자체 덕분에 적어도 대도시에서는 상권의 침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번 붐을 타면 지역은 계속 성장했고 이러한 경험 때문에 2000년대 이후 부각된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에서 임대인들이 끊임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인구와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저성장 시대는 다르다. 한 상권이 지역의 수요 성장보다 빠르게 클 경우 그만큼 다른 경쟁 지역에서는 수요 하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매우 간단한 모델이라 허점이 존재한다. 상권은 지역에 기반하므로 국내 총수요가 아닌 지역 수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나 서울 지역은 인구의 혜택을 많이 입은 곳이다. 5년마다 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서울시의 인구는 1990년을 정점으로 하락 중이지만 수도권이 포함된 경기도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 내에 여러 상권이 급부상하고 성장한 것은 이런 지역 인구의 증가와 도시 노동자의 소득 증가라는 두 가지 혜택 덕분이었다. 하지만 도시화 비율이 매우 높아진 현재, 서울에 주어졌던 이 혜택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볼 수 있을까?

 

다시 ‘골목식당’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상권에는 맥락이 존재하고, 경쟁 상권과 비즈니스 환경,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바로 상권의 흥망성쇠다. 즉, 죽은 상권에는 나름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다른 상권의 성장이 위치한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골목식당’이 다루는 업종은 요식업이다. 사람은 소득이 10배 증가한다 해서 하루에 세 끼 먹던 것을 열 끼 먹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 금액이 아닌 소비자들이 먹는 식사의 횟수를 총수요로 본다면 요식업의 ‘맬서스 트랩’은 다른 업종보다 더욱 강력한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요식업을 중심으로 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시도는 다른 업종보다도 더 크게, 경쟁 상권의 다른 비즈니스가 차지하고 있던 소비자들의 한 끼 식사를 빼앗아오는 결론을 낳는다.

 

이 경우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쪽은 운 좋게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선택을 받은 상권과 그 중에서 선택을 받은 가게들이다. 즉,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매체의 힘으로 골목상권의 수요를 부양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매체의 힘으로 수요를 부양하는 것이기에 소개되는 골목상권이 늘어날수록, 프로그램의 형식에 소비자들이 지루함을 느껴 영향력이 하락할수록 골목상권의 부양 효과는 하락한다.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진정한 효과와 영향력은 소비자들과 자영업을 영위하는 사람들, 혹은 자영업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영업, 그 중에서도 요식업이라는 일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뛰어난 요식업 경영인인 백종원 씨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며 백종원 씨 또한 이 부분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결코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달리, 죽어가는 상권을 살린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실제로는 구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죽어가는 상권에는 맥락이 있고 그로 인해 수혜를 입은 상권과 비즈니스가 있다. 그렇기에 상권을 살린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복잡한 일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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