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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기술 주고 중국 간 한국 게임사, '대륙의 용' 깨웠나

계약 시 '지분 10%와 기술이전' 내세운 텐센트가 생태계 키워…개발자 인해전술로 속도전

2019.01.19(Sat) 11:26:18

[비즈한국] 브롤스타즈(수퍼셀)·신명(트리걸스 스튜디오)·왕이되는자(추앙쿨엔터테인먼트)….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상위 10위(17일 기준)권 게임들이다. 피파온라인·배틀그라운드 같은 기라성 같은 국내 게임들을 제친 것은 물론 리니지·검은사막 등 대작 MMORPG 게임들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이들 게임의 제작·유통사는 중국계다. 과거 중국 게임은 조악한 그래픽과 구성·시나리오에 온갖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유저들로부터 외면당해 왔다. 그러나 불과 2~3년 새 비약적인 성장을 일구며 국내 시장에서 약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에는 매출 상위 5~10위 게임이 모두 중국산이기도 했다. 중국 게임 제작사들은 어떻게 국내 제작사들을 위협하는 위치로 성장하게 된 걸까.

 

중국계 게임이 불과 2~3년 새 비약적인 성장을 일구며 국내 시장에서 약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조이 2018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분 10% 투자와 기술이전 공동양해각서(MOU).’ 중국 공룡 게임사 텐센트가 해외 게임사에 지분 투자를 할 때마다 내미는 조건이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사실상 공기업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여러 게임사들과 손을 잡으며 이런 계약을 해 왔다.

 

텐센트는 2014년부터 공격적인 해외 게임사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국내에서는 최대 게임사인 넷마블 지분 17.71%를 확보했다.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전 블루홀) 지분을 10% 보유 중이고, 액션RPG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여 준 4시33분도 사들였다. 해외에서는 2013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를, 2015년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2016년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슈퍼셀을 잇따라 인수했다.

 

국내 게임사들로서는 거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텐센트의 투자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게임 퍼블리싱 회사이기도 하다. 중국 내 콘텐츠 서비스권인 ‘판호’를 받더라도 텐센트의 유통망을 이용하지 않고는 사실상 게임을 판매할 수 없다. 

 

중국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없고, 텐센트 등 서드파티 마켓이 활성화 돼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해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을 대가로 텐센트의 전략적 투자를 받아들였다. 이런 계약 조건은 기밀유지협약(NDA)에 묶여 있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

 

텐센트는 한국 등으로부터 확보한 기술력을 군소 제작사에 넘겨주며 게임제작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텐센트가 수많은 인디게임 회사에 자금 및 기술 지원을 해주고 시장성 있는 게임이 제작되면 중국 자국은 물론 해외 진출도 돕는 식이다. 

 

텐센트는 국내 거대 게임 퍼블리싱 회사인 카카오에도 2012년 투자해 현재 6.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미 중국에 게임 제작 생태계가 꾸려졌고 한-중 간 기술 격차가 줄어, 최근 매물로 나온 넥슨을 텐센트가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게임제작 생태계 구축은 개발자들의 저렴한 인건비와 맞물려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한 프로젝트당 30~40명의 인원이 동원되는 데 비해 중국은 7배 많은 200명 이상 투입된다. 경험 많은 프로젝트매니저를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스카우트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현지 개발자들이 대거 동원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한국 개발자들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인해전술의 중국을 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막대한 물량 공세는 곧 게임 수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많은 개발자들을 보유하다 보니 상호 간 품질관리 체제도 구축됐다. 중국 정부가 판호로 게임의 총량을 관리하는 가운데 중국 제작사들의 수준이 오르다보니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에서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김정주 넥슨 회장이 게임 사업을 포기한 것도 이런 시장 상황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중국 게임들이 중국 색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점도 과거와는 달라진 점이다. 이전에는 중국 게임사들이 자국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 삼국지 등 역사물 게임을 주로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성장형·수집형 콘텐트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제작사 X.D. 글로벌의 소녀전선은 흡사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색채와 캐릭터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년 넘게 매출 상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같은 텐센트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는 달리 최근 범블비에는 중국 색채가 전혀 없다. 중국색이 들어가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며 “최근 중국 콘텐트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돈을 버는 법을 깨닫고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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