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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테크노밸리는 죽음의 계곡" 계양 주민들 신도시 반대 까닭

토지 기반 자영농·임차농 생계 걱정, 민간개발사업과 겹쳐 마찰도

2019.01.18(Fri) 18:40:32

[비즈한국] “농토는 농민의 몸이고, 농사는 주민의 영혼이다. 힘없는 농민의 농토를 발판으로 권력과 명예를 찾는 공인들의 나라, 인천광역시 계양구 테크노밸리는 분명 죽음의 계곡이다.”

 

당현증 인천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대책위원장이 국토교통부의 ‘3기 신도시’ 입지 발표 이후 작성한 탄원서 내용의 일부다. 당 위원장 일가는 인천광역시 계양구 박촌동에서 조상 대대로 수백 년간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계양구청 공영개발사업단에 따르면 계양구청은 주민공람기간인 지난 12월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계양테크노벨리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과 관련해 주민의견서 796건을 접수했다.

  

앞서 지난 12월 19일 국토교통부는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3기 신도시 입지를 공개했다. 남양주(1134만㎡, 약 343만 평), 하남(649만㎡, 196만 평), 인천 계양(335만㎡, 101만 평), 과천(155만㎡, 47만 평) 등 서울 경계로부터 2km 이내 지역이 선정됐다. 

 

인천광역시 계양구의 경우 귤현동, 동양동, 박촌동, 병방동, 상야동 일원인 계양테크노밸리에 공공주택 1만 7000호가 공급된다. 지구 가용면적의 49%(약 90만㎡, 27만 평)는 자족용지로 조성한다. 판교테크노밸리의 1.4배 규모다. 지구 동북쪽(자족용지의 3분의 2)은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해 ICT·콘텐츠 기업 등을 유치하고, 지구 남쪽 자족용지는 서운 1·2산단과 연계할 계획이다. 박촌역 인근과 지구 남·북쪽에는 복합문화시설, 청소년미디어센터 등의 문화소통시설이 집중 배치된다.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신도시 개발 예정지(노란색). 사진=국토교통부

 

계양구청 공영개발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계양테크노밸리 지구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전체 면적의 97%(324만 5000㎡, 98만 1612평)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홍보팀에 따르면 현재 계양테크노밸리 안에는 단독주택 29가구가 있다. 당현증 위원장은 “개발 예정지에서는 주로 벼농사나 상추, 치커리 등 엽채류 시설재배를 한다. 토지주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도 있지만 임차농에게 위탁농업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구 내 토지주와 농민은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인천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주민 297명의 의견서를 받아 구청에 전달했다. 보상계획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 행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개발 호재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3기 신도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를 찾았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인천 계양테크노밸리(인천시 계양구 동양동)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양주, 하남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계양테크노밸리 원주민의 가장 큰 걱정은 생계였다. 지금 토지를 기반으로 창출한 수입을 더 이상 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당현증 위원장은 “김포평야라고 불리는 농지 대부분이 3기 신도시에 포함됐다. 이곳(계양테크노밸리)에서 농사짓는 수천 명의 농민은 자신의 몸과 같은 농토를 강제로 빼앗기게 생겼다”며 “이곳의 공시지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서 30만 원 수준밖에 안 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보상가를 산정하면 주변 땅값이 뛰어서 농지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토지가 없는 임차농업인의 고민은 더 깊다. 장비나 시설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보상이나 생활 대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8년째 동양동, 병방동, 박촌동 일대에서 임차농업을 하고 있는 반석권 씨(73)​는 “3600평 땅에서 복숭아와 엽채류, 버섯 등을 재배한다. 재배 시설을 짓고 트랙터 등 농기계를 사는 데만 2억 원 가까이 들었다”면서 “자기 땅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토지보상금이라도 있지만, 우린 당장 내쫓겨도 이렇다 할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가진 장비는 모두 고철로 처리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정운한 동양동 영농회장은 “벼농사를 짓는 임차농민은 건조장, 콤바인, 이양기, 소독기계 등 시설과 장비를 갖추기 위해 많게는 5억 원 가까이 투자한다”며 “빚내서 시설과 장비를 갖췄는데 나가라고 하니 허무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변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어디 가서 농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촌동에 위치한 인천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대책위원회 사무실. 사진=차형조 기자


당현증 위원장은 “첫째는 양도세 없는 충분한 보상을 요구한다. 둘째는 대토(토지가 수용된 사람이 취득세, 등록세 등을 면제받고 인근 허가구역에서 같은 종류의 토지를 구입하는 것) 범위 확대다. 현행 30km의 허가구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주민이 억울함이 없도록 정당한 토지보상 외 다양한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위원장은 “행정적인 절차는 따르겠지만, 보상계획을 보고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감정평가업자 3인을 선정해 토지 평가를 의뢰한다. 보상액은 각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평가액의 산술평균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해당 토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와 토지소유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정평가업자를 1인씩 추천할 수 있다.

 

보상금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LH 관계자는 “토지보상법상 보상금을 산정할 때 개발 이익을 반영하지 못한다. 산정 기준은 사업인정 고시 전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지가변동률, 보상 선례, 실거래 사례를 반영해 보상금을 산정한다”며 “양도세 면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사항이다. 현행법상으로 양도세는 현금 보상 시 10%, 채권 보상 시 15%~40%까지 양도세 감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임차농업인의 경우 지구 내 설치한 적법한 시설은 이전비, 취득비 등의 명목으로 보상한다. 임차농이라도 경작사실확인서나 이장통장확인서를 통해 영농 보상도 가능하다. 영농 보상을 받고 일정 요건이 되면 생활대책으로 상가 부지를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계양구청 공영개발사업단 관계자는 “보상가액에 대한 우려를 포함한 주민여론을 취합해 사업시행자(LH)에 전달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고 전했다. 

 

계양테크노밸리 사업은 기존에 추진 중이던 민간 도시개발사업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가칭 박촌(방축2)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은 인천광역시 계양구 박촌동 110-1번지 일원(약 5만 6960㎡, 1만 7250평)의 자연녹지지역을 제2종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개발하는 안을 지난 12월 28일 계양구청에 제출했다.

 

신희강 박촌구역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제안을 위해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등의 조사를 마치고 주민 동의를 받던 찰나에 3시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다”며 “신도시 개발과 달리(수용·사용 방식) 개발 이익이 토지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환지 방식의 개발을 한다. 사유지의 90%, 전체 면적의 70% 이상의 동의를 마친 만큼 박촌구역은 3기 신도시에서 빠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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