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동물권단체 ‘케어(care)’의 박소연 대표가 종교단체인 ‘칭하이 무상사 국제협회(칭하이협회)’ 회원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는 이 단체에서 활동하며 케어와 함께 다양한 행사를 공동 진행하기도 했다. 칭하이협회는 세계적 동물보호단체 ‘페타’와도 빈번히 교류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페타와 케어의 활동 방식이 유사하며, 케어의 동물 안락사 등 논란이 박 대표의 종교단체 활동과 페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칭하이협회는 베트남 출신 여성 ‘칭하이 무상사(본명 Hue Dang Trinh)’가 교주로 있는 세계적 종교단체다. 칭하이협회 홈페이지에는 칭하이 무상사를 “오랜 구도의 여정을 거쳐 히말라야에서 관음법문을 전수받고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살아 있는 성인”으로 설명한다.
이 단체는 약 37년 전에 시작돼 지금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27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 회원은 1만 명이 넘는다. 경기도권의 한 교회 목사는 “칭하이협회의 수행이나 기도 방식은 해외에서 유입된 종교단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종교평론지 ‘현대종교’에 따르면, 칭하이협회는 신과 직접 소통하며 진리를 얻기 위해 명상수행을 하는 종교로 설명하고 있다. 칭하이협회 관계자는 “사람과 동물을 해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등의 오계를 지키는데 살생을 지양하다 보니 음식을 먹을 때 완전 채식주의를 고수한다”며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선 3개월간 입문과정을 거친 후 스승님이 계신 대만에 가서 입문식을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도들은 교주인 칭하이 무상사를 ‘스승님’이라고 부른다.
# 박소연 대표 칭하이협회 회원으로 활동
박소연 케어 대표는 칭하이협회에서 수년간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스리랑카 지진해일 재난 구호 활동에 참여한 것은 물론 칭하이협회가 자체 제작한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 영상에서 “이 동물들을 실질적으로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걱정이 많이 됐는데, 해답은 스승님(칭하이 무상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힘으론 역부족이고 스승님의 도움만이 이 동물들을 구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고 기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칭하이협회가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뉴스잡지에도 빈번히 등장했다. 케어 대표 자격으로 진행한 동물보호활동 등이 ‘박소연 사저’라는 이름과 함께 적지 않게 실린 것. 칭하이협회 내부에선 입문을 마친 여자 신도를 ‘사저’, 남자 신도를 ‘사형’으로 부른다.
케어와 칭하이협회 단체 간 교류도 적지 않았다. 케어는 칭하이협회와 2009년 KBS홀에서 열린 피아노 오케스트라 채식콘서트, 2011년 동물사랑 콘서트 등을 함께 진행했다. 칭하이협회 서울 명상센터 관계자는 “박 대표가 회원으로 있긴 한데 요즘엔 센터 방문이 뜸하다”고 설명했다.
# 케어-칭하이협회-페타의 교류
세계적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도 칭하이협회와 교류가 잦았으며 각종 행사나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다. 페타가 해외 단체와 공동주관한 제2회 전국채식대회가 그 일례다. 칭하이협회 뉴스잡지 163호에 따르면, 이 대회에서 칭하이 무상사의 강연비디오 등이 지속적으로 상영됐고 교주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 명상수행법 등을 알리는 부스 등이 설치됐다.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는 “칭하이협회 쪽에선 페타를 그렇게나 극찬하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칭하이협회 관계자도 “생명 존중, 살생 지양 등을 추구한다는 점이 페타와 비슷해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인정했다. 케어도 페타와 꾸준히 교류했다. 케어는 페타와 2009년 세계 20개국이 참여하는 ‘지구 생명 구하기, 2분간 멈춤 퍼포먼스’, 2013년 ‘인조모피 패션쇼’ 등을 진행했다.
문제는 페타가 보호·관리하는 대부분의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논쟁적인’ 동물보호단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반려인들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선 페타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해외사이트 ‘페타킬스애니멀스(PetaKillsAnimalls)’는 “페타가 1998년부터 2017년까지 관리하는 동물의 85.2%를 죽였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유력 자유보수매체 ‘더 데일리 콜러(The Daily Caller)’는 2017년 페타가 1800여 마리의 동물을 안락사했고, 지난 20년간 안락사한 동물만 3만 8000여 마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소유권이 있는 치와와를 죽여 법적 갈등을 겪었다고도 밝혔다.
# “케어가 페타 전철 밟고 있다” 비판도
그러다 보니 동물권단체 사이에선 박 대표의 종교활동 등으로 페타의 영향을 받아 케어가 유사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 드러난 안락사 정황도 그 일례로 지목된다. 20년 가까이 국내외 동물보호단체에서 봉사자로 일한 한 미국인은 “페타는 사람들과 언론으로부터 멀쩡한 개들을 안락사하는 조직이라고 질타를 받는데 케어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의 동물보호단체 대표는 “페타와 케어는 동물보호활동 방식이 비슷하다. 몸에 피칠갑을 하는 충격적 퍼포먼스나 동물학대를 방조한다는 이유로 케어가 모바일게임(애니팡)을, 페타가 만화영화(포켓몬스터)를 비판하는 등의 행위가 그 일례”라고 지적했다.
케어가 단행한 안락사나 각종 위법행위 등이 박 대표의 칭하이협회 종교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년간 동물보호에 힘썼던 한 동물권 관계자는 “종교단체와 동물보호단체의 교류, 이를 통한 채식사업 진행이 이들 세 곳의 본질적인 관계”라며 “박 대표가 과거 고소·고발 당할 때 칭하이협회 회원 중 변호사로 있는 사람이 변론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오자 칭하이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박 대표 관련 사진과 글이 모두 삭제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비즈한국’은 박소연 대표에게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케어 측은 박 대표가 부재중이라며 방문을 거절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박소연 케어 대표, 유기견 안락사해 대학 실험용으로도 보냈다
·
'케어' 안락사 파문, 다른 동물보호단체 "거짓말이 더 문제"
·
현행법상 '물건' 반려동물 의료사고 '집사'들 속수무책
·
[인터뷰] "개 도살금지 청원 20만…정부가 국민 인식 못 따라와"
·
[현장] 초등학교 '국책사업' 강아지가 결국 분양되는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