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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관세 카드 접은 트럼프, '기술·환율'로 판 바꿀까

관세 폭탄 우려에 미국 증시 하락 역풍…중국 기술 도용, 환율 조작 문제 꺼낼 가능성

2019.01.11(Fri) 15:54:40

[비즈한국]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던 미국의 태도가 돌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3월 말까지 휴전 기간을 갖기로 하는 등 무역전쟁 해법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7~8일 이틀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던 베이징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이 하루 연장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 바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중국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던 미국의 태도 변화는 무엇 때문일까. 미 증시 급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전환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려 수입 비중을 낮춘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중국이 부담하는 관세는 결국 미국의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추가 보복관세 부과를 경고하자 2만 5000선을 달리던 다우지수는 2만 4000대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무역분쟁 협상을 원한다. 추가 관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자 다우지수는 한 달 만에 1500포인트 상승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증시가 요동친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지난 12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담판’이 휴전으로 일단 봉합됐다. 1일 두 정상의 만찬 장면. 사진=AP/연합뉴스


미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가 시작하는 올해부터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선다. 정부는 2000억 달러만 부담하고 나머지 1조 3000억 달러는 민간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를 끌어내려면 증시를 부양해야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압박하며 기준금리 인상에 부담을 주고 있는데, 이는 민간 자본의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갈등을 길게 끌기 어려운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8%로 떨어졌지만 경제정책 지지도는 50%대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가 흔들려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 견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고 민주당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 카드를 꺼냈다가 실패한 미국은 앞으로 기술침해, 환율 등으로 전략적 수단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백악관은 물론 미 의회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지하고 있어 양국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기술기업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심 산업 기술을 도용하거나 훔치는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함으로써 기술 격차를 벌리는 식이다. 지난 12월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를 체포한 일이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애플 등 주요 기업에 납품한 제품에 슈퍼마이크로칩을 심어 기술·데이터 등을 탈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인건비가 크게 올라 더 이상 ‘세계의 공장’ 지위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공업국의 추격에 시달리는 중국이 스마트팩토리·인공지능(AI) 등 생산 효율성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트려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배제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무역협상에도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와 지적재산권 도용 등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최근 국제무역기구(WTO)에서도 데이터 등 신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침해에 대한 규정을 미국·일본, 유럽연합(EU)이 중심이 돼 만들고 있다. 

 

미국은 환율 카드도 다시 꺼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현재 위안화 환율을 1달러당 7위안 이내로 관리하고 있는데, 미국은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리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 관찰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로부터 금융시장 개방 압력을 크게 받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4월 은행을 제외한 증권·자산운용·보험 업종의 외국인 투자제한 비율을 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의결권 제한 등 중국의 불투명한 정책 탓에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불신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외환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해외 자본이 중국 금융시장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직접적인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현재 백악관은 매파가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의 기술 탈취와 강제이전 등에 비판적 입장”이라며 “중국 기술 기업과 금융시장 개방 압박을 통해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는 한편 문제를 장기전으로 끌어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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