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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재개발 임박 '옐로하우스' 구청·조합·성매매여성 '갑론을박'

구청 지원안 나온 뒤 조합서 퇴거 통보…성매매여성들 "실질적 대책 필요" 구청 "내부논의 중"

2019.01.10(Thu) 13:16:40

[비즈한국] 인천시 미추홀구 숭인동에는 인천에 마지막 남은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가 있다. 지난해 인천시 미추홀구는 옐로하우스의 일부 성매매 여성종사자들에게 최대 2000여 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여성들의 탈 성매매와 자활을 도모한 것. 하지만 미추홀구가 관련 시행규칙안을 제정한 이후 지역주택조합​ 측의 퇴거압박이 거세졌고, 여성들은 도리어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

 

인천에 마지막 남은 성매매 집결지인 ‘옐로하우스’ 골목의 저녁 모습. 사진=이성진 기자


옐로하우스는 1900년대 인천항 주변에 형성됐고, 1961년 정부의 성매매 집단화 방침에 따라 지금의 미추홀구 숭의동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옐로하우스란 이름은 1970년대 미군 부대에서 얻은 노란색 페인트로 건물 외벽을 칠하면서 붙여졌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성매매업소가 90여 곳에 달했다.

 

옐로하우스 일대(숭의1구역 1단지) 재개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한 건 2006년이다. 인천시는 이 지역을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사업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한동안 진척을 보이지 못하다, 2015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통해 지역주택조합으로 전환, 700여 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대규모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새롭게 추진한 것.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을 새롭게 모집, 이 일대 토지매입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숭의1구역 1단지 내 대부분의 상가, 주택은 모두 조합 소유로 넘어간 상태다. 구상모 숭의1구역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은 “지난 12월 시가 지구단위계획을 가결하면서 건축심의를 마치는 대로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시공사로 참여할 현대건설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상태다.

 

신축공사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종사자들과 주택조합의 갈등은 좁혀지지 않았다. 건물주, 세입자(성매매업소 업주)에 대한 보상만 이뤄졌을 뿐, 성매매 여성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옐로하우스에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간 숙식을 해결해온 터였다.

 

‘인천 숭의동 성매매 집결지(옐로하우스) 성노동자 이주 대책위원회’의 A 대표는 “​현재 약 70명의 여성종사자와 알선자들이 먹고 자며 일하고 있다”며 “​총 30여 가구 중 8~9가구가 남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게들이 문을 닫은 옐로하우스 골목의 낮 모습. 재개발 관련 현수막이 건물에 걸려 있다. 사진=이성진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는 지난해 7월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 시행규칙 제정규칙안’​을 입법예고, 9월 공포했다. 시행규칙안에 따르면, 구는 여성들에게 탈 성매매와 자활을 위해 생계비와 직업훈련비, 주거지원비 등으로 최대 2260만 원을 지원한다. 여성들은 구청에 탈 성매매 확약서와 자활계획서 등을 제출해 지원대상자로 선정돼야만 이 돈을 받을 수 있다.

 

시행규칙안이 제정된 이후 여성종사자들에 대한 지역주택조합의 퇴거 압박은 거세졌다. 조합은 이들에게 2018년 12월 말까지 방을 뺄 것을 요구했다. 조합과 건물주·세입자 간 합의서 작성으로 이뤄진 일방적인 퇴거 통보였다. 여성종사자들은 “구 방침이 오히려 조합 측에 힘을 싣고 우리를 내보낼 명분만 만들어줬다”고 비판한다. 

 

이른바 ‘이모’라 불리며 성매매를 알선하는 한 여성은 “​지난 12월 합의로 건물주와 업주 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여성들만 이 자리에 남아 일한다”​며 “​우리는 아가씨들이 한 명이라도 일하겠다 하면 딱하기도 해 나와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퇴거 기한을 3월까지 연장했다는 소문도 나오지만 조합 측은 “​그럴 계획이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구의 대책이 자신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 성매매 여성종사자는 “​여기 아가씨들은 수입 중 절반을 병원비로 지출한다. 우리가 앓는 병들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자궁암, 혈소판 감소증, 허리 디스크 등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것들이라 지원금을 일시에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책위 A 대표는 “​인천이 아닌 고향으로 돌아가 지원금을 받을 경우 관할 구청 등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대다수가 그 절차를 밟으면서까지 신분을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아가씨(성매매 여성)들은 소도시에서 올라왔는데 자활신청 시 동네에 소문나는 건 시간문제고, 한 달에 두 번씩 관련 기관에 출석해 상담 받는 것도 부담이다. 절차가 복잡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매매 여성종사자들은 미추홀구가 조례 시행규칙안 제정에 앞서 정작 여성들 의견은 전혀 수용치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여성들 대부분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한 상태. 또 다른 성매매 여성종사자는 “​우리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신청 절차 등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며 “​이는 결국 보여주기식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

 

밤이 되어 불이 켜진 옐로하우스 일대 가게들 모습. 성매매 알선자들이 바람을 피해 천막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이성진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는 시행방안 등을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오랜 기간 성매매에 노출된 여성들의 사회복귀, 자활유도를 위해 시행규칙안을 제정했다”​며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례 내용을 알리고자 접촉을 시도했지만 업주들의 방해 등으로 여의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지원금 지급 시기와 인원, 미흡한 내용 등에 대해선 아직 내부논의 중으로 곧 결정해 공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는 건물주, 세입자 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하며 지자체가 본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현준 한터전국연합회 대표는 “​일시적인 지원금 같은 전시행정이 아닌, 여성들이 등 붙이고 잘 수 있는 공간 마련과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런 식의 지원이 지속될 경우 여성들은 타 지역 성매매 업주들 밑으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집창촌 건물을 일반인이 매입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과거 성매매 업소 포주였던 사람들이 건물주, 세입자로 있는 식인데 이들은 재개발 보상으로 이주비와 영업보상까지 받았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여성들을 부려먹은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떠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한터전국연합회는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종사자들이 타의로 자리를 떠나게 될 경우, 건물주와 세입자를 대상으로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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