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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일자리 창출' 요양보호사의 현실은…

수급자 말 한마디에 잘리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임금 되레 줄어

2019.01.10(Thu) 14:49:37

[비즈한국] ‘호모 헌드레드’.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서는 장수가 보편화된 사회를 뜻하는 말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모의 노년을 책임지는 일이나 퇴직 후 돈벌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훌륭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가족의 노인 부양 의무를 덜어주고, 중장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직접 뽑은 ‘올해의 브랜드 대상’ 3년 연속(2016~2018년) 보건복지서비스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요양보호사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요양보호사의 근로 처우 개선 요구는 10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상황은 나빠질 뿐이다. 

 

수급자가 원하면 언제든 요양보호사가 교체된다. 요양보호사의 일자리는 늘 불안하다. 서울의 노인병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 수급자·보호자가 원하면 바로 요양보호사 교체,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어

 

요양보호사로 근무 중인 최 아무개 씨(61)는 최근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었다. 85세 노인의 방문요양을 담당했는데 보호자가 요양기관에 ‘요양보호사를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최 씨는 “보호자가 ‘본인이 전화하면 바로 받으라’고 말했는데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다른 일을 하다가 전화를 받지 못했다. 나중에 전화를 거니 불같이 화를 내면서 욕설을 내뱉었다”며 “그러고는 담당 기관에 전화해 요양보호사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기관에서는 대상자가 우선이니 다른 사람을 보냈고 나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민간시장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민간요양기관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뒤 이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수가’를 받는 형태다. 올해 장기요양 수가 평균 인상률은 5.36%로 결정됐고, 재가서비스 이용자의 이용한도액은 등급에 따라 1인당 98만~145만 원선에서 책정됐다. 기관을 찾는 수급자가 많아야 받는 수가도 늘어난다. 

 

고정임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은 “인천시 남동구에만 노인요양시설이 140여 개가 있다. 시설은 많은데 수급자는 한정적이다 보니 ‘노인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수급자 1명을 모셔오는 것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무조건 수급자가 우선”이라며 “수급자나 보호자가 요양보호사를 교체해달라면 센터에서는 바로 다른 사람을 보낸다. 특별한 잘못이 없어도, 수급자에게 폭언이나 성희롱·성추행을 당해도 일자리를 잃는 것은 요양보호사”라고 말했다.

 

수급자의 권한이 크다 보니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당연하다는 듯 보호자의 가사까지 시키거나 성희롱·​성추행을 일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요양보호사는 “성추행을 10년간 지속한 노인도 있다. 요양보호사가 센터에 신고해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노인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는 계속해서 다른 요양보호사를 보낸다. 어느 기관에서는 남성 노인들에게 ‘예쁘고 젊은 요양보호사를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건복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장은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50~70대 여성이다. 노인을 돌보는 일이 가정에서 여성이 하던 일과 유사하다 보니 요양보호사 자체를 직업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라 생각하지 않으니 일자리 처우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시간은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축소됐다. 경기도의 한 재가요양센터 외관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해나 기자

 

# 최저임금 인상에 근무시간 60시간으로 줄어, 한 달 일해도 겨우 100만 원

 

임금 처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사 1명이 월 2명의 수급자를 담당할 경우 받는 임금은 통상 100만 원대 초반이다. 보통 시급은 9000원선에서 책정되는데 최저시급에 연차수당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2017년부터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1회 서비스 시간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돼 임금 처우가 더욱 열악해졌다. 

 

고 회장은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근무시간이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어들고, 처우개선비(월 최대 10만 원)도 지난해부터 인건비와 통합해 지급되면서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급여가 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점점 근무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다수가 중장년 여성으로 임금체계 등에 무지하다는 점을 악용해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기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포털에는 요양보호사를 채용한다며 최저임금 미만 임금을 당당히 내건 곳들도 상당수다. 고정임 회장은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이 나이에 얼마라도 월급을 받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며 불합리한 처우에도 대응하지 않는다. 그걸 악용해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임금체계도 문제다. 요양보호사는 갓 일을 시작한 사람이나 10년을 근무한 사람이나 임금이 동일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36개월 이상 근무자에게 6만~10만 원을 차등지급하는 장기근속장려금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요양보호사들은 한 기관에서만 36개월 이상을 근속해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수급자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서비스 시작 후 몇 년 내 돌아가시기도 하고 건강이 나빠져 요양시설로 들어가기도 한다. 또 문자 한 통으로 일자리를 잃는 지금 같은 근무환경에서 한 기관에서만 3년 이상 쉬지 않고 근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6개월 장기근속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장려금을 통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차원이다”며 “기관 설립 요건이 느슨했던 것도 개선하고자 신고제에서 지정제로 바꾼다. 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로 넘어갔고 올 연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정제가 실시되면 시설 설립을 규제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정제뿐만 아니라 갱신제를 도입해 시설 관리를 하며 종사자 처우 개선에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임금 처우 개선을 위해 요양기관의 인건비 비율을 지정했다. 방문요양기관은 86.4%, 노인요양시설은 60.2%다. 하지만 민간 장기요양기관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한다. 한 노인요양시설의 원장은 “직·간접 인건비로 80%가량을 쓰는 셈이다. 나머지 금액으로 시설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시설 건축을 하며 20억 원을 들였는데 10년간 원금을 전혀 갚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요양기관연합회에서는 직접인건비 준수의 의무가 없다며 반발하여 담합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종사자 처우 개선 차원에서 직접인건비 비율을 지정했다. 2017년 7월부터 시행해 2018년 12월 31일까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재무회계를 투명하게 관리할 것”이라며 “투명성 보장 이후 순차적으로 인건비 개선 등도 가능하다. 재정적 한계 등이 있기 때문에 고민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근로 처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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