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가토 드 뮤지끄] '키라라'는 이쁘고 강합니다,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

코어 근육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마성의 콰작! 쿵! 짝!

2019.01.08(Tue) 10:57:07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겨울은 조용하다. 단열을 위해 모두들 창문을 닫기 때문이지. 때문에 겨울에는 부부싸움 하는 소리나 화분을 떨군 고양이를 향한 분노와 좌절이 뒤엉킨 절규를 들을 수 없다. 

 

비트 하나 찍지 않은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 live·컴퓨터로 작곡할 때 사용되는 시퀀서 프로그램) 화면처럼 깨끗하게 고요한 방 안 공기를 어떤 소리로 수놓을지 고민한다. 크루아상이 파사삭 부서지는 소리라면 어떨까. 

 

분명 플레인 크루아상의 소리가 맑고 청아하다. 하지만 플레인 크루아상은 외롭고 쓸쓸하다. 혼자 사는 집 안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 한 손에 플레인 크루아상을 들고 있으면 더 외롭고 쓸쓸하겠지. 그래서 크루아상과 사이가 좋은 아몬드크림이 더해진 크루아상 오 자망드를 고른다. 나는 혼자 살지만 카카로트 피규어를 살 때 베지터도 함께 사는 마음과 같다. 

 

추운 겨울엔 양과자점을 가는 길도 춥다. 때문에 최고의 양과자점은 집에서 가까운 양과자점이다. 마침 얼마 전에 집 근처에서 크루아상 오 자망드를 아주 바짝 굽는 훌륭한 카페를 발견했다.

 

콘하스의 크루아상 오 자망드. 사진=이덕 제공

 

바스락바스락 종이 안에서 크루아상 오 자망드가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을 재촉해 추위를 뚫고 따스한 집으로 귀가한다. 커피든 홍차든 빠르게 마실 것을 준비한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탁자 앞에 앉는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콰작.

 

바짝 구워진 크루아상이 내 윗니와 아랫니에 의해 부서지는 소리가 청량하다.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파편이 튄다. 크루아상의 미덕은 튀김의 미덕과 닮았다. 은은한 버터의 향, 고소한 크루아상, 그리고 고소하고 달콤한 아몬드 크림. 

 

다시 한 입. 콰작. 크루아상 씹히는 소리가 박자를 만든다. 콰작. 쿵. 짝.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상을 받으며 키라라는 쿵 하면 쿵이 찍히고 짝 하면 짝이 찍히길래 그렇게 음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크루아상 오 자망드가 키라라의 음악을 소환했다. 

 

KIRARA – Blizzard 영상=네이버 온스테이지

 

춤을 잊은 지 오래된, 또는 춤을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몸이라 하더라도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코어근육이 움찔거린다. 내 몸이 춤을 추고 싶다는 신호다. 나 또한 각종 근육과 인대, 관절을 이 노래에 제물로 바쳤었다. 

 

무대 위 키라라는 항상 옆으로 서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각종 장비로 가려진 키라라가 아닌 긴 머리와 로브를 펄럭이며 자신의 음악을 즐기는 키라라를 볼 수 있다. 키라라는 무대 위에서 청하를 마시며, 공연 말미에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공연 후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날의 셋리스트를 올려준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 내가 지금 크루아상 오 자망드와 함께하듯, 크루아상이 아몬드크림을 만났듯, 키라라 또한 자신의 음악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영상과 함께하는 공연을 꿈꿨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씩 실현하고 있다. 

 

KIRARA – Wish 영상=EBS 스페이스 공감

 

키라라는 공연을 하러 갈 때 ‘뿌수러 간다’는 표현을 쓴다. 공연을 보고 그 뜻을 이해했다. 키라라의 음악은 공간을 뿌수고 나를 뿌순다. 나 또한 키라라가 뿌려주는 음악에 맞춰 스스로 내 몸을 뿌순다. 그런데 키라라의 공연에는 사람이 많아 맘껏 뿌술 수가 없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올해 키라라는 국내외 큰 페스티벌의 무대에 많이 오른다고 한다. 거대한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키라라의 음악이 궁금하다. 키라라의 뿌수는 음악을 들으며 넓은 잔디밭에서 맘껏 뛰노는 기분은 또 어떨까. 

 

크루아상 오 자망드를 다 먹었다. 설마 그것만 사오진 않았겠지? 당연히 까눌레가 하나 더 있다. 2019년에 만날 키라라를 상상하며 까눌레를 먹으며 키라라의 음악과 함께 한 시간 정도 더 춤을 춘다. 겨울엔 활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운동을 하면 좋다.

 

KIRARA – ct16041 + ct16031 영상=네이버 온스테이지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bong@bizhankook.com


[핫클릭]

· [가토 드 뮤지끄] 장기하와 얼굴들, 끝
· [가토 드 뮤지끄] 블랙핑크 제니의 'SOLO', 크리스마스엔 '홀로'
· [가토 드 뮤지끄] '형돈이와 대준이'의 달콤하게 더 달콤하게, 굉장히…
· [가토 드 뮤지끄] 탐욕이 야기한 말린 과일과 종말, 그리고 전기성
· [가토 드 뮤지끄] '카더가든'의 목소리만큼 진한 쇼콜라 타르트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