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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족집게 '입주 물량 분석'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확한 예측으로 인기지만 맹신하면 실패…입지 경쟁력과 수요 파악이 먼저

2019.01.07(Mon) 11:09:38

[비즈한국] 최근 3~4년 가장 인기 있던 부동산 시장 리포트는 ‘입주 물량 분석에 따른 공급 과잉 전망’이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공급’을 꼽는다.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세 등락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 분석을 위한 카운팅은 세부적이다. 광역시·​도 단위에서부터 시·군·​구·​동 단위까지도 체크한다. 시기도 분석한다. 해당 연, 월, 주에 입주하는 모든 물량을 카운팅하는 것이다. 

 

분양 물량은 확정돼 있고 이에 따라 입주 예정일도 미리 알 수 있다. 분양 물량을 카운팅하면 지역별, 시기별 입주 물량 분석이 가능하다. 분양이 완료된 단지의 준공 예정 시기인 2~3년 후 입주 물량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입주 예정 물량으로 특정 지역의 시세 등락을 전망한다. 

 
2008년 잠실은 2년 동안 2만 세대 가까이 공급되다 보니 역전세난이 일어났다. ‘입주 물량에는 장사 없다’는 말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후 잠실은 그 위상이 강남구만큼이나 대단한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그런데 지역별, 시기별 입주 물량만으로 시세 등락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입주 물량, 즉 공급량은 시장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누구도 정확하게 계산해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공급량을 강조하는 이유는 유일하게 확정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분석 리포트에 나온 수치는 절대적 신뢰성을 확보한다. 시세가 오른다, 내린다를 단순 추정한 의견보다는 ‘이 지역의 적정 증가 세대수는 1만 세대인데 2만 세대가 입주 예정이니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신뢰도가 높다. 공급 통계 자료는 대부분 이렇게 활용된다.

 

입주 물량 분석 방법은 이런 식이다. 시·​군·​구 단위로 현재 인구의 약 0.5%에 해당하는 주택 물량이 매년 추가 공급돼야 하는데 입주 물량이 없는 지역은 가격이 오르고, 초과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주택 수는 세대수로 측정하거나 인구로 계산한다. 

 

하지만 입주 물량을 따지기 전 분석해야 할 것이 있다. 해당 입지 내 수요다. 입지를 빼고 입주 물량만 가지고 시장을 판단하고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입주 물량만으로 부동산 관련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입주 물량을 토대로 수요를 예측하는 강의는 대부분 ‘입주 물량이 없던 지역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라는 결과를 제시하고  ‘이제 그 옆 지역이 오를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서울의 경우 입주 물량이 부족한 5개 지역을 추천하고, 그 지역이 오르면 옆 지역을 정리해 10개 지역을 추가로 추천한다. 그리고 3개 지역을 또 추천한다. 이렇게 하면 3년 동안 갭투자가 어려운 상위 7개 구를 제외한 서울의 모든 지역을 다 추천하게 된다. 

 

지방 소도시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입주 물량이 없었다는 이유다. 이렇게 추천한 소도시는 금세 시세가 오른다. 입주 물량 분석이 적중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모순이 있다. 지금까지 공급이 없었고, 앞으로도 공급 계획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공급이 없는 이유는 인구와 세대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요가 주는 지역도 있다. 지자체, 건설사가 추가 공급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지역이다. 시세가 오른 이유는 지역 투자자들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했기 때문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세종시는 기존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곳인데 계속 공급이 되고 분양도 잘된다. 동탄 역시 공급량이 많아도 분양이 성공적이다. 향후에 몇 만 세대를 더 분양해야 한다. 건설사들은 수요도 없는데 무조건 공급하는 것일까? 입주 물량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08년 잠실은 2년 동안 약 2만 세대 가까이 공급되다 보니 역전세난이 일어났다. ‘입주 물량에는 장사 없다’는 말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후 잠실은 그 위상이 강남구만큼이나 대단한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고립된 지역에 고정된 인구와 세대가 있다면 입주 물량 분석이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역 교통망과 유입 가능 수요층이 넘치는 도심에서는 참고자료로만 봐야 한다. 공급 물량 파악과 동시에 입지 경쟁력을 파악해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구가 줄거나 늘고 있다면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입주 물량보다 입지 경쟁력과 그 안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 규모 파악이 더 중요하다. 투자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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