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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본부장 "보험사 자문의 폐지해야"

"보험사의 장해 보험금 과소지급 문제 심각…금감원 제 역할 못 해"

2019.01.04(Fri) 16:40:07

[비즈한국] ‘아, 이거 나중에 보험금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건가?’ 보험을 들기 전 수십, 수백 쪽에 달하는 약관을 앞에 두고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하다. 다 읽기엔 아찔한 양인 데다가 해석이 모호한 문장이 수두룩하다. 행여 대형 보험사가 장해 진단서를 인정하지 않고 소송으로 몰고 가면 개인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새해를 맞아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때,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보상지원센터 본부장을 만나 우리나라 보험 업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사진=임준선 기자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필요한 것이 보험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해 10월 소비자의 보험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보험사가 최초 소비자가 발급받은 장해진단서와 다르게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의료자문 기관이 피보험자를 직접 면담 심사하도록 하는 것. 기존에 서류로만 심사하던 것을 면담해서 판단하라는 조항이다.​

 

얼핏 보면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는 개정안인 것 같지만, 이 조항이 보험사에 유리한 ‘자문의 제도’를 양성화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보상지원센터 본부장은 “보험사는 소비자가 장해진단서를 가져오면 못 믿겠다며 다른 병원에 다시 자문을 구한다. 이때 자신들이 소위 관리하던 자문의에게 맡겨 보험사에 유리한 결과를 내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다”며 “자문의 제도는 업계 문제점으로 지적돼 쉬쉬하면서도 보험사가 이어오던 건데, 현재의 개정안은 자문의 제도를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새해를 맞아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때 오 본부장을 만나 우리나라 보험 업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오 본부장은 1985년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취득해 보험업계에서 20년간 몸담았다. 2005년 금융소비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에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보험 약관 해석을 돕고 보험 절차와 방법을 안내하는 일을 해왔다. 보험 피해 소비자의 민원 업무를 도맡고, 보험사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오 본부장은 결국 보험사와 소비자의 분쟁을 중간에서 조정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인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역설했다. 오 본부장은 “금융감독원의 퇴직자가 보험사에 한 자리씩 차지하는 세월이 축적되면서, 무시 못 할 힘이 됐다”며 “실제 더 이상 풀어줄 규제가 없을 정도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의 금감원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본부장은 현재 보험업계의 가장 큰 이슈로 장해보험 보장 문제를 꼽았다. 보험사가 주치의의 최초 장해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자사가 관리해오던 자문의를 통해 자사에 유리한 판정으로 이끄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Q. 올해 보험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으로 보나.

A. 장해보험 보장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최근이 아니라 7~8년 전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장해(더 이상 호전되지 않는 상해)를 입은 소비자가 자신을 치료한 주치의에게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서 보험사에 제출한다. 보험사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회사 자문의가 있는 병원에 다시 자문을 맡긴다. 이렇게 장해가 영구적인 게 아니라, 3~5년 후에 호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진단서를 발급받는다. 보험사와 소비자의 이견이 발생하면 제3의 병원에서 재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때 보험사는 또 다시 자기네 자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소비자를 유도한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 제3의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다는 조항이 약관에 추가된 게 7~8년 전이다.

 

Q. 자문의가 정확히 뭔가.

A. 소위 보험사가 돈을 주면서 관리하는 의사다. 예전엔 공개적으로 위촉패도 만들어 주면서 홍보를 하기도 했다. 의사들도 진료실에 보험사 자문의 위촉패를 두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자문의 제도가 보험사와 의사의 담합 문제로 번지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지금도 존재한다. 각 보험사마다 이 자문의를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자문할 때 주는 공식적인 비용 말고도 연말이나 명절에 따로 챙겨 주는 식이 아니겠나. 자문 비용이 월급보다 많은 정도가 되니까 의사 입장에선 안 할 이유가 없다. 자문의는 보험사에 유리한 쪽으로 진단서를 발급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Q. 지난해 10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러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A. 이 개정안을 자세히 보면 자문의 제도를 합법화 하자는 말이 된다. 자문의에게 진단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이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 ​ 

 

Q. 소비자는 보험사가 원하는 제3의 병원을 가지 않겠다고 하면 되지 않나.

A. 일단 소비자는 보험사의 자문의가 있는 병원을 알 수가 없다. 혹시 자문의 제도를 아는 똑똑한 소비자가 타 병원에 가겠다고 해도 보험사가 응하지 않는다. 서로 끝까지 버티면 민사소송으로 간다. 결국 법원 소속의 의사가 진단을 하게 되는데, 법원 소속의 의사도 보험사 자문의가 많다. 이게 문제가 돼서 법원이 자정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없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다. 또 일단 소송에 가게 되면 300만~500만 원 하는 변호사 수임료를 개인이 감당하긴 어렵다. 결국 돈 있고 시간 있는 대형 보험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오 본부장은 최근 발의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자문의 제도를 합법화 시키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사의 자문의에게 장해 진단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것. 사진=임준선 기자

 

Q. 보험사와 소비자가 다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중재해주는 기관이나 제도는 없나.

A. 금융감독원이 그 역할을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과소 지급했을 때 검사를 나와 시정명령을 한다. 가령 소비자의 주치의가 장해율 10%라고 진단서를 발급했지만, 보험사의 자문의가 장해율 5%라고 진단서를 발급했을 때, 보험사가 장해율 5%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Q. 금감원이 제 역할을 못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뭔가.

A. 일단 금감원 재무 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보험, 은행, 증권 세 분야를 감독·관리하는데, 재원의 80% 정도를 해당 분야 관련 회사들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운영한다. 쉽게 말해서 보험사에게 월급을 받는 셈이다. 금감원은 자연스럽게 보험사 편일 수밖에 없다.

 

Q. 금감원이 처음부터 그랬나.

A. 과거엔 역할을 잘했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보험사의 전무, 이사 등 임원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이 쌓이다 보니까 입김이 상당해진 것 같다. 현재 규제란 규제는 모두 풀어줘서 더 이상 풀어줄 규제가 없을 정도다. 2016년부터는 자율 분쟁조정제도를 시범 시행했다가 지금은 정착시켰다. 민원이 들어오면 당사자들인 보험사와 소비자가 알아서 해결을 보라는 거다. 보험사가 자체 조사 후 보고서를 써서 금감원에 제출하면 그대로 통과되는 식이다.

 

Q. 그렇다면 장해 보험 관련 다툼이 생겼을 때 소비자가 손쓸 방법은 없나.

A. 현재 제도에서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장해보험으로 가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고액 보험금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장해 인정을 안 해주려고 하는 거다.

 

오 본부장은 최근의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편에 서서, 소비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사진=임준선 기자

 

Q. 제도 변화나 정부 개입 등이 필요해 보이는데?

A. 금감원을 정부 기관으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 전에 그런 시도가 있었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급여와 금감원 직원의 급여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가능하지 못했다. 금감원 직원이 많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객관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 금감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그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워낙 광범위한 분야를 맡는 부분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분쟁판정위원회 정도를 신설하여 자문의의 입김을 안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회가 직접 신체 진단을 하긴 어려워도 제3의 병원을 지정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 거다.

 

끝으로 오 본부장은 “보험사도 줄 건 줘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도 안심하고 보험을 들고, 보험사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며 “항상 문제가 발생하면 말만 나오고 시행이 안 된다. 워낙 보험사가 돈도 많고 힘이 막강하니까 정부 부처도, 언론도 손을 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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