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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녹십자 오너 일가와 갈등?' 최승현 목암연구소장 해임 논란

공동개발한 대상포진백신 관련 계약 틀어져…녹십자 "정관에 따른 이사회 결정"

2019.01.03(Thu) 18:29:20

[비즈한국] 최근 최승현 목암생명과학연구소(목암연구소) 소장이 해임됐다. 목암연구소는 지난 12월 1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소장 해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최 전 소장은 출연 기관인 녹십자의 전횡으로 인한 부당 해임을 주장하며 관련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해임 안건 승인 거부를 요청했다.

 

목암연구소는 1984년 독자적인 연구기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녹십자 창립자 고 허영섭 전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설립됐다. 당시 민간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과기부(전 과학기술처)의 승인을 받아 공익법인이 됐다. 관련법상 공익법인은 세금 감면, 국가사업 참여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임원 인사 등 주요 의결사안은 과기부의 최종 승인을 얻어야 한다.

 

2015년 2월 취임한 최승현 전 목암연구소 소장. 그의 임기는 2020년 2월까지였지만, 갑작스레 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진=목암생명과학연구소 제공


최 전 소장은 2015년 2월 목암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최 전 소장은 22년간 근무한 미국의 솔크연구소 종신교수 자리를 내려놓을 만큼 열의가 가득했다. 최 전 소장에 따르면 취임 과정에서 허은철 녹십자 대표로부터 목암연구소에서의 독자적인 연구를 약속받았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한다. 독립법인이지만 사실상 녹십자의 간섭·지배를 받았다는 것. 

 

실제로 허일섭 GC 회장, 허은철 녹십자 대표가 목암연구소의 이사장과 이사를 겸임한다. 녹십자 오너 일가가 목암연구소를 지배하는 구조인 셈이다. 허일섭 회장은 허영섭 전 회장의 동생이고, 허은철 대표이사는 허 전 회장의 차남이다.

 

최 전 소장에 따르면, 녹십자는 목암연구소가 보유한 라이선스를 합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는가 한편, 녹십자와 목암연구소 사이의 계약 체결 시 라이선스의 세부 사항을 미리 제공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라이선스의 세부 사항을 미리 알게 되면 협상 테이블에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갈등이 폭발한 것은 지난해 9월. 목암연구소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대상포진백신(VZV) 연구 끝에 지적재산권(IP1)을 취득했다. 연구에 진척이 있자 목암연구소는 녹십자와 손잡고 2017년 3월부터 대상포진백신 공동 연구에 돌입한다. 백신 개발 성공이 확실해진 2017년 11월 목암연구소와 녹십자는 대상포진백신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다. 미국 시애틀에 큐레보라는 제3의 법인을 공동 설립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양사 간 합의가 이뤄진 건 지난해 2월. 목암연구소는 114만 5833달러를 출자해 큐레보 지분 10%를 갖고, 녹십자는 3년에 걸쳐 1500만 달러를 출자해 큐레보 지분 80%를 갖기로 합의했다. 큐레보는 총 1145만 8333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양사는 마침내 대상포진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IP2)를 공동 취득했다.

 

목암연구소와 녹십자는 IP2 라이선스 단독 사용권을 녹십자에게 넘기고, 녹십자가 큐레보에게 IP2 라이선스 사용권을 다시 넘기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최 전 소장은 이 같은 과정에서 녹십자가 목암연구소에 이익분배 비율을 99.9%대 0.1%로 하자고 제안하면서 다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최 전 소장은 녹십자에게 1500만 달러 출자와 8 대 1 지분 구조 등의 이전에 합의한 사항을 문서화 해달라고 요구한다. 녹십자가 3년에 걸쳐 1500만 달러를 출자하는 과정에서, 큐레보의 주식 1주를 2달러가 아닌 1.5달러에 사거나, 출자 금액을 회수하거나, 외부 투자를 받으면 목암연구소에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는 “신의의 문제”라며 “우리끼리 못 믿어서 이러고 있는 거냐”며 이를 거부한다.

 

최 전 소장이 지난해 9월 5일 녹십자 목암빌딩에서 열린 회의에서 끝까지 ‘출자합의서’를 요구하자 허은철 대표는 “소장님이 뭐냐. GC(녹십자)와 목암의 결별이 아니다. 우리와 소장님의 결별”이라며 해임을 암시한다. 결국 허 대표는 아흐레가 지난해 9월 14일 최 전 소장에게 보직 해지를 통보한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목암연구재단 이사회 회의록 일부. 목암연구재단은 최승현 전 소장에게 해임 사유를 통보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안건을 봤을 때 무단 겸업과 인적 자원의 사적유용이 그에 해당한다.


이에 목암연구소 관계자는 최 전 소장에게 지난해 12월 21일까지 사무실 퇴거를 요구했다. 이어 10월 8일에는 연구 빌딩 밖의 사무실로 이전하도록 하였고 법인카드와 차량을 바로 회수한 뒤 업무에서 배제했다. 최 전 소장이 보직 해지 처분 무효 민사소송을 준비하자 목암연구소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최 전 소장 해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가 내놓은 최 전 소장의 해임 사유는 ‘무단 겸업’과 ‘인적 자원의 사적유용’으로 알려졌다. 목암연구소장 외에 타 연구소 이사나 대학의 겸임교수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목암연구소 연구원을 그 일에 동원했다는 것. 

 

최 전 소장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은 소장 취임 전부터 이미 녹십자도 알고 있었고, 대학 출강이 아닌 자문 등의 업무로 연구소장 일에 지장을 주지 않고, 업계에서 겸직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목암연구소의 감사도 다섯 개 이상의 겸직을 하고 있지만 이사회는 문제 삼고 있지 않다는 점도 꼬집었다.

 

최 전 소장은 해임 절차의 하자가 있었다고도 지적한다. 최 전 소장은 해임 통보 전 어떠한 기별을 받지 못했고 소명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구체적인 해임 사유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 전 소장은 “당시 목암의 이익에 반하는 계약서에 동의할 수 없었다. 목암의 이사로서 배임 해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며 “목암 이사회가 녹십자와의 계약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소장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

 

GC녹십자셀 전경. 최승현 목암연구소장 해임 관련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녹십자 관계자는 공식 답변을 피했다. 사진=녹십자셀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녹십자 관계자는 “최승현 소장 해임은 목암연구재단의 정관에 따라 이사회의 결정으로 이뤄졌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모든 질문엔 “그 외에 지금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답변은 없다”고 답했다.

 

목암연구소 임원 승인 권한을 가진 과기부 산하 과천과학관 관계자는 “현재 양쪽의 입장이 접수된 상황이다. 검토 중이라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지금은 주장만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하지만, (해임 사유를 알리지 않고,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등) 절차가 법적으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면 (녹십자 승인 요청에 대한)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7명의 과학자와 기업가로 이뤄진 목암연구소 과학자문단(TRAC)은 지난 12월 최 전 소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과기부에 전달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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