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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맥보다 못한 파이브 가이즈, '기본'을 다시 생각한다

창업기엔 '기본으로 돌아가' 성공했을지 몰라도 고도성장 후엔 달라져야

2019.01.01(Tue) 19:14:32

[비즈한국] 연말 휴가로 방문한 홍콩에서 그 유명한 ‘파이브 가이즈’를 방문했다. 인앤아웃, 그리고 국내에 들어와 정식 영업 중인 쉐이크쉑과 더불어 미국의 새롭게 떠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업체다. 주변에서 파이브 가이즈를 경험한 사람들의 호평으로 인해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방문하였으나 그 기대는 햄버거를 직접 먹어보고 완전히 무너졌다. 실망한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홍콩 파이브 가이즈 매장 내에 붙어 있는 ‘워싱턴 스마트 CEO’ 기사. 사진=김영준 제공


첫 번째, 버거번의 퀄리티가 최악의 수준이었다. 햄버거의 맛에서 버거번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그 매장에서 내가 먹은 버거번은 패티 등에서 나오는 기름과 수분으로 인해 빵이라기보다는 떡에 가까운, 형편없는 식감을 선사했다. 

 

두 번째, 패티의 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파이브 가이즈의 대표 메뉴인 치즈버거는 패티와 치즈, 그리고 약간의 야채로 구성된 만큼 패티와 치즈가 제대로 된 맛을 내줘야 한다. 그러나 패티 자체가 간이 부족해 제대로 맛이 나지 않았기에 떡 같은 버거번에 묻혀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호평과는 상반된 이 경험에 너무나도 당황해 지인들과 SNS 친구들에게 이 현상을 이야기하고 답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미국에 거주하는 페이스북 친구와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파이브 가이즈가 미국에서도 매장별로 편차가 매우 심한 업체라는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그제야 이런 재앙 같은 경험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워싱턴 스마트 CEO’라는 잡지에서는 2008년 2월호에서 파이브 가이즈의 성공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타이틀은 ‘Back to Basics’. 버지니아의 작은 햄버거 레스토랑이 1500여 개의 매장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발전한 원동력을, 창업자인 제리 머렐이 광고엔 한푼도 쓰지 않으며 재료의 품질과 햄버거의 맛에 신경을 쓰는 등 ‘기본’에서 찾았다.

 

‘기본으로 돌아와’ 햄버거에 집중했기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 훌륭한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는 지점을 잘 골라야 한다. 지점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은 이곳이 ‘지점에 관계없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프랜차이즈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본’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시장의 공룡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으로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왜 기존 기업들은 기본에서 자꾸 벗어나는 것일까? 기업들이 기본을 벗어나 다른 부분을 내세우는 것은 그 기본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전국 최고의 갈비탕집’ 사장님이라 하자. 당신의 점포가 전국에서 겨우 몇 개 정도에 불과하다면 전국 최고의 갈비탕을 어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전국에 당신의 갈비탕집이 약 1000개쯤 된다고 하면 최고의 갈비탕이라는 게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게 된다. 

 

전국 점포에서 비슷한 수준의 맛을 내기 위해 통제를 가하면 맛에 희생이 생길 뿐더러 전국에 점포가 너무나도 많기에 희소가치가 떨어진다. 최고라고 하기엔 너무 흔해 빠진 셈이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더 이상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갈비탕만으로 어필하기란 쉽지 않다. 즉, 규모의 성장에 따라 필연적으로 기본에서의 이탈이 발생한다. 따라서 후발주자가 노릴 수 있는 것은 규모가 작을 때에 달성할 수 있는 그 기본이란 선택지로 제한된다.

 

아버지와 네 아들이 모여 만들어 이름이 ‘파이브 가이즈’라는 햄버거 집.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지점에 따라 차이가 커 ‘프랜차이즈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가까운 워싱턴 소재 파이브 가이즈 매장 전경. 사진=비즈한국DB


다시 파이브 가이즈로 돌아와 보자. 그들의 주장처럼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 성장 비결로 꼽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여전히 기본에 충실할까? 적어도 ‘매장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증언은 기본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함의하고 있다.

 

브랜드는 신뢰다. 해당 브랜드가 붙은 상품을 소비했을 때 동일한 경험을 원하고 믿는다. 만약 같은 브랜드가 붙은 상품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면 브랜드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같은 브랜드에서 같은 가격을 지불했는데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면 과연 그것이 실질적으로 같은 상품이라 할 수 있을까?

 

파이브 가이즈가 작은 레스토랑이던 시절에는 그 ‘기본’으로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전 세계에 수천 개의 매장을 거느린 거대 프랜차이즈 체인이 되었고 아쉽게도 현재는 그 기본을 지키고 있지 못한 듯하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더 기본에 충실한 곳은 전 세계 점포 수만 3만 개가 넘는 맥도날드다. 기본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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