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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수출 6000억 달러 돌파, 숫자 뒤에 숨은 건?

반도체 쏠림 현상에 기댄 성과…정부의 이례적 발표 시점도 주목

2018.12.31(Mon) 16:48:40

[비즈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8일 “(금일) 11시 12분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결과 연간 누계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1948년 수출이 시작된 이후 70년 만에 달성한 역사적 성과’ ‘2011년 수출 5000억 달러 달성 후 7년 만의 괄목한 성장’이라고 산업부는 자찬했다.

 

반도체와 휴대폰이 수출을 위해 화물기에 선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액별 수출 최초 달성 기록을 보면 1995년 수출 1000억 달러, 2004년 수출 2000억 달러, 2006년 수출 3000억 달러, 2008년 수출 4000억 달러, 2011년 수출 5000억 달러를 최초 돌파했다. 

 

이제껏 수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나라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6개국에 불과하다. 한국이 세계 7번째. 또한 올해 3분기까지 수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6위 수출국에 자리한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는 매년 1월 1일 전년도 수출입 동향과 당해연도 수출입 전망을 다룬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2019년을 나흘 앞둔 시점에 이런 자료를 발표한 일은 이례적이다. 2019년 1월 1일 ‘2018년 수출입 동향’ 자료를 통해 ‘수출 6000억 달러 돌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되는데, 뭔가에 쫓기듯 급하게 발표한 것에 의문이 생긴다.

 

산업부는 지난 11월 23일에도 2018년 3분기 수출액이 사상 최대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관련기사 문재인 정부 '사상 최대 수출' 자화자찬의 실체). 이 역시 매월 1일 월간 수출입 동향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함에도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도 3분기 수출에 대한 별도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산업부가 정기적인 수출입 동향 자료 외에 별도로 자료를 내는 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현상이다. 경제성장률, 취업자 증감,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 보니 유일하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수출지표를 크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 아닐까. 수입은 빼고 수출만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품목별 분석이 빠진 채 전체 금액에만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이에 대해 산업부 수출입과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수출 6000억 달러’라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나흘 뒤인 1월 1일에 연간 수출 동향 자료가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연간 수출입 동향은 많은 페이지에 걸쳐 상세한 데이터가 나오지만, 수출 6000억 달러라는 의미 있는 결과에 대해 단순하게 알릴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증권사들 사이엔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의 절반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말이 있다. 반도체로만 보면 상장사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한다. ‘수출 6000억 달러 돌파’도 반도체에 크게 의존한 면이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7년 반도체 수출액은 연간 979.4억 달러에 달했다. 2018년 반도체 수출액은 1~11월 누계만도 1178.5억 달러다. 1~11월 누계로만도 전년 연간 누적액보다 199.1억 달러가 많다. 

 

2017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5738.7억 달러다. 반도체는 2018년 5월부터 월 100억 달러가 넘고 9월에는 12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2018년 11월 기준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20.6%에 달한다. 전체 수출의 5분의 1이다. 타 품목에서 증가 또는 감소가 있었지만, 반도체만큼 극적인 변동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 증가로 6000억 달러를 넘기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수출액은 2017년 1월 63.1억 달러였으나 3월 74.9억 달러, 6월 80.2억 달러, 9월 96.8억 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2018년 9월 반도체 수출액 124.2억 달러는 전년 1월의 두 배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제55회 무역의 날을 맞아 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사상 첫 900억 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산업부는 자료를 통해 ‘정부는 정책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 달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슈퍼싸이클’이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를 선반영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2017년 11월 고점을 찍고 내리막인 상태고, SK하이닉스도 올 5월 사상 최고가에 도달한 뒤 연말까지 37% 하락했다. 

 

2019년 반도체 경기 전망은 하락 추세가 일반적이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2019년 3분기 이후 다시 반도체 가격과 수급이 정상화되면서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수출이 잘 되고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 경제에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률, 고용률 등 다른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증가율이 정책 담당자들에게 경제가 좋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 수출 증가가 반도체라는 특정 품목에 쏠려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정부의 공언대로 2년 연속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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