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글로벌

[리얼 실리콘밸리]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 '타깃'이 된 이유

"기업의 탈을 쓴 중국 정부조직" 선진국 신뢰 잃어 최고기업 성장 쉽지 않을 듯

2018.12.24(Mon) 15:08:03

[비즈한국]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 중 하나인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Co. Ltd.)의 멍완저우(Meng Wanzhou)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에서 체포됐습니다. 이란과 불법거래를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중국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대대적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런정페이(Ren Zhengfei) 화웨이 창업자는 중국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 IT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는 1988년 화웨이를 설립, 처음에는 해외 완제품을 뜯어보며 기술을 훔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기술력을 쌓았습니다. 그는 통신 교환기 등을 시작으로 수많은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12일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가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있는 가석방 사무소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웨이 성공의 핵심은 ‘대외협력’입니다. 군인 출신인 런정페이는 공산당 간부 출신 인사의 딸과 결혼했습니다. 1994년에는 당시 최고 권력자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국가의 힘을 위해서는 중국만의 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화웨이는 이후 중국 당국에서 엄청난 지원을 받습니다. 

 

화웨이는 회사의 분위기도 범상치 않습니다. 화웨이(华为)를 해석하면 ‘중화민족을 위해 분투한다’는 뜻입니다. 회사명부터 중국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국영기업과 같은 느낌입니다. 실험실에는 ‘희생은 군인의 가장 큰 이상이다. 승리는 군인의 위대한 공이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이런 회사다 보니 화웨이는 초창기부터 기업의 탈을 쓴 중국 정부의 조직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회사 성장 배경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큰 지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화웨이가 엄청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통신 회사가 되면서 의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하기 훨씬 전인 2012년부터 화웨이 통신장비를 금지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2011년 보고서와 2012년 미 하원의 화웨이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정부 보조금을 받고 그 대가로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화웨이 제품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입니다. 이에 화웨이는 유럽, 아프리카, 호주 등에 수출을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영국 등의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덕에 전체 매출 30%가까이를 유럽에서 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은 동맹국에게도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를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스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5개국의 정보기관이 화웨이를 견제하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또 호주, 일본, 뉴질랜드는 화웨이에 보이콧을 선언했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화웨이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꾸준히 신뢰를 잃었습니다. 기기의 성능을 속여 판다거나 해킹에 사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부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프라를 깔고, 보수할 때에는 비싼 가격을 받아 수익을 얻는 영업방식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정권이 등장하면서 화웨이는 본격적인 위기를 맞았습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CFO의 체포를 다룬 기사. 

 

최근 미국의 보이콧으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통신장비 회사 ZTE와 달리 화웨이는 자체 기술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위기로 기업 생명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서 절대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내수에만 의존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그러나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기대처럼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이 될지는 의문이 듭니다. 5세대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선진국에서 화웨이의 신용이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한 상황이 반전될 요인은 적어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화웨이의 ‘늑대 문화’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의견을 펼쳤습니다. 예민한 후각으로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동시에 끈기와 추진력을 가지고 먹잇감을 잡는 협업 능력, 이런 늑대 문화가 사실은 뇌물 수수, 불법 정보 거래 등 위법한 행위로 쓰인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중국은 아직 민주화가 되지 않아 다른 나라가 신뢰할 기업을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듭니다. 과거에는 한국도 독재 정권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기업이 성장했습니다. 민주화되지 않은 중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나올까요?

 

기업의 성공에는 흔히 임원과 직원의 노력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화웨이의 강점과 한계는 모두 임원과 직원의 것이 아닙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중국 정부의 압도적인 지원과 이를 통한 관계, 이어지는 전 세계의 불신. 화웨이의 장점과 단점은 모두 중국이라는 사회에서 비롯됩니다. 기업문화에서 사회가 가진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기술 기업, 화웨이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리얼 실리콘밸리] 게임 속 아이돌이 현실로, 버추얼 케이팝 밴드 K/DA
· [리얼 실리콘밸리] 시대가 낳은 '변종' 영화인, 말런 웨이언스
· [리얼 실리콘밸리] 아마존이 부동산 양극화를 조장한다?
· [리얼 실리콘밸리] 평범한 주부의 유튜브 성공기 '미주리 스타 퀼트'
· [리얼 실리콘밸리] 흔들리는 머스크, 더욱 흔들리는 테슬라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